“하륵.. 하륵.. 하륵..”

<하륵이야기>는 가족극이다. 가족극을 본 것이 얼마만이었던가. <하륵이야기>가 시작된 첫 날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찾았다. 한지로 만든 인형과 하회탈을 연상케 하는 가면들, 쇠놋그릇, 생수통, 음료수캔, 볏짚, 스프레이통, 음료수병, 바가지 등등을 이용한 악기 퍼포먼스가 제일 눈에 들어 온다. 소리들도 다양하다. 음악이 되고 때로는 음향의 역할도 톡톡히 해 낸다. 재활용 된 악기들과 무대 위 소품들은 함께하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악기들의 사용법도 때리고, 두드리고, 흔들고, 비비고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공연의 흥을 한껏 돋궈주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배우들이 직접 만드는 이 장단에 맞추어 때로는 격렬하게 신명나게 몸짓으로 춤사위로 동화같고 놀이 같은 이야기를 이끌고 있었다.

<하륵이야기>는 직접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비주얼이 뛰어난 작품이고 시각, 청각, 감각이 잘 발달 되어질 것 같은 느낌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륵이야기>는 두 말하면 입 아프고 개인적으로는 가슴 저린 이야기이다. 그리고 ‘하륵’은 나쁘고 나쁘다. 그런데 또 측은하다. 다른 면으로 생각해보면 하륵은 사랑스럽고 사랑에 굶주린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깊고 넓은 사랑을 우화로 다루고 있어 코끝을 찡하게 울리고 있다. <하륵이야기>는 아이들이 이야기에 집중하여 볼 수 있는 아니 동참할 수 있는 흡수력 강한 가족극이다. 아기자기 하고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하륵이야기>를 아직까지 안 보았다면 후회할 것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륵이야기>를 실어 놓는다.

하륵이야기
글 : 배요섭(연출가)

깊은 산골 어느 오두막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지요. 자식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서 참 외로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나무 신령님이 알을 하나 선물로 주신 거예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 알을 정성껏 품었어요. 그러자 그 알 속에서 ‘하륵’이란 아이가 태어났어요.

나무님이 그 아이의 비밀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일러주었어요. 그 아이는 이슬만 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일 아침 온 산을 돌아다니며 신선한 이슬을 따 모았어요. 하륵은 이슬만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이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하륵이 혼자서도 생각할 나이가 되었을 때 하륵은 생각했어요. ‘난 왜 이슬만 먹어야 하지? 쌀밥은 어떤 마일까?’ 그래서 할머니에게 부탁했어요. 쌀밥이 먹고 싶다고. 하지만 할머니는 화를 버럭 내십니다.
하륵은 슬펐어요. 하륵이 구슬피 울고 있자니 할아버지가 마음이 아팠나 봅니다. 슬그머니 쌀 한 톨을 하륵에게 주었어요. 하륵은 쌀밥을 한 입에 꿀꺽 삼켰어요. 아 맛있다.


결국 하륵은 그리운 집으로 돌아왔지요. 하지만 하륵이 몸집이 너무 커져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어요. 하륵은 그만 울음을 터드리고 말았어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배고픔에 지쳐 울고 있는 하륵을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륵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하륵에게 먹히기로 합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삼킨 하륵은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게 되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없는 세상이 너무 외로워 울다 쓰러져 버렸어요. 하륵의 눈물은 강물이 되어 흐르고 그 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었지요. 그리고 하륵의 몸은 산맥이 되고 대륙이 되었답니다.

하륵의 뱃속에는 세상의 모든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해도, 달도, 오두막집도, 나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 오두막집에서 예전처럼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릴 때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하륵 생각을 합니다. 이 녀석이 또 외로워서 저렇게 우는구나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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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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