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베리 굿"

지난 7일, 디큐브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원스>의 오디션 현장에서는 오리지널 연출 존 티파니(John Tiffany)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지난해 말 시작돼 최종 선정 단계를 앞둔 배우들의 오디션이다.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원스>는 이번 겨울 국내 첫 무대에 오른다. 아일랜드 기타리스트와 체코 이민자가 만나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201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토니어워즈 8개 부문을 휩쓸며 큰 사랑을 받았다. 13명의 배우들이 별도의 오케스트라 없이 기타·만돌린·아코디언 등을 직접 연주하는 모습이 특히 호평을 이끌어냈다.

국내 공연의 오디션도 연기·노래·춤·악기 연주를 모두 할 수 있는 '액터 뮤지션'을 선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이날 최종 오디션에 참가한 다섯 명의 지원자는 모두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정글라이프>에 출연 중인 정욱진은 '스벡'과 '안드레' 역할에 지원해 기타·피아노·베이스·만돌린 등 네 가지 악기를 연주했고, 2011년 Mnet '슈퍼스타 K1'에 출연했던 정선국은 아이리쉬 풍의 자작곡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원스>의 오리지널 연출 존 티파니와 음악감독 및 편곡을 맡았던 마틴 로(Martin Lowe)는 오디션이 끝난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배우들의 재능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비영어권 국가에서의 첫 공연인데다 안무·음악·연기 실력을 모두 갖춘 배우를 뽑아야 해서 걱정이 많았다는 존 티파니는 "지금은 아무 걱정이 없다"며 안심한 표정이었고, 마틴 로 역시 "오디션장에 와보니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지원자가 많다"고 거들었다.

앞으로 최종 선발된 배우들은 극중에서뿐 아니라 공연 시작 전 20분간 펼쳐지는 즉흥공연을 통해서도 마음껏 연주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처럼 즉흥연주가 있다 보니 매일매일의 공연이 다 달라진다고. 마틴 로는 "배우들의 각자의 개성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라서 나라별 <원스>도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존 티파니, 마틴 로, 안무가 나다니엘 쇼(Nathaniel Shaw)
존 티파니는 이날 뮤지컬 제작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주로 실험적인 연극을 연출해온 그는 <원스>를 통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상업공연을 맡게 됐다. 처음 연출 제의를 받고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영화를 보고 나서 금세 작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이후 하나의 장면을 뜻대로 연출하기 위해 제작사를 6개월간 설득하는 집요함으로 수작을 만들어냈다. <원스>를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 정의한 그는 "아일랜드나 영국인들 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도 말했다.

<원스>의 국내 공연을 이끌어갈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뉴욕(제작사)에서 먼저 공연 제안을 해왔다"고 전했다. 오디션과 관련해 "출연자들이 직접 악기를 다뤄야 해서 전혀 새로운 배우들이 캐스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한 그는 "그간 스타캐스팅 없이 작품과 앙상블만의 힘으로 공연을 성공시키는 것을 꿈꿔왔는데, 이번 작품의 오디션과정이 그간 꿈꿔온 제작시스템에 가까운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맘마이아!>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음악감독으로서 10년 전부터 국내 제작진과 작업해온 마틴 로는 "10년간 한국 뮤지컬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는데, <원스>를 통해 한국 뮤지컬이 또 한번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원스> 국내 초연은 오는 12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