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은 말을 했지
국악을 즐겨랴

한국사람이면 모두 다 알고 있는 국악. 그러면서도 많이 알지 못하는 장르가 우리의 음악 국악이다. 이런 국악이 사람들에게 쉽게 자리잡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은 일반인이라고 한다면 다 아는 내용이다. 이런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 중에 ‘윤중강’이라는 한 국악인이 있다. 어떻게 보면 국악인이면서도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는 국악 평론가이다. 작년이 그가 평론가로 데뷔한지 20년이 되는 해였다.

“저는 클래식과 재즈 매니아였어요. 국악은 알고 싶었지만 멀게 느껴졌죠. 1978년이던가? 우연한 기회에 황병기의 가야금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황병기와 가야금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윤중강은 대학에서 갸야금을 전공했지만 일찍이 가야금을 전공한 사람도 많았고, 자신보다 가야금을 잘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제가 잘 할 것을 생각했죠. 가야금과 국악을 이야기로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에는 국악 분야에는 평론가가 없었어요. 1985년 제1회 객석 예술평론가상을 받으면서 데뷔하게 되었죠. 그 때 국악이 저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시절, 판소리에 매력을 느꼈던 윤중강은 탈춤이나 풍물 동아리 등은 있는데 왜 판소리 동아리는 없을까 생각했고 그래서 마음에 맞는 동료들과 함께 1985년에 판소리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판소리를 배우게 되었고, 안숙선 명창의 소리에 빠져들었다. 가야금과 판소리가 없었다면 그는 국악을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털어 놓는다.

윤중강은 국악을 전공하고 일본 국립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민족음악을 연구하였다. 국악과 일본에서 민족음악 연구한 것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 질문을 받은 그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아시아 음악은 공통점이 많아요.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죠.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기 보다 아시아 음악 속에서 한국음악은 어떤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깊이 있게 알고 싶었어요. 아시아 음악 속에서 한국 음악의 바람직한 자리매김과 미래의 올바른 방향을 찾으려고 일본에서 아시아 음악을 연구하게 된 거죠.”

평론가로 이제 2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으면서 음악평론가, 방송진행자 등으로 한국 국악음악 발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해 온 그의 진행으로 열리는 토크가 있는 국악음악회 [About New Year]은 월간 객석의 음악회 시리즈 Letter from Music(2005.12.20~2006.1.21)의 신년 맞이 무대를 마련한다. 대학로 설치극장 정美소에서 각각 가야금, 방송, 영화, 연극 등을 만나보는 윤중강의 국악의 재발견은 테마 별로 황병기, 안숙선, 이춘희, 윤석화, 이병우 등 최고로 꼽히는 연주자들과 각 장르의 명인들이 출연해 재미있으면서도 수준 높은 국악의 매력을 소개하게 된다.

“국악을 쉽고, 재미있고, 의미가 있게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렉쳐 콘서트는 많았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딱딱하고 국악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콘서트가 주였다. 그는 국악을 함께 즐기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국악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지만 국악 토크쇼를 통해 국악인들을 좀 더 가깝게 이해하고 국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려고 준비한 무대이다.

“2005년은 제가 평론가로 데뷔한지 20주년 되는 뜻 깊은 해예요. 국악 토크쇼를 마련한 것은 저의 국악생활 20년을 정리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제가 가야금을 통해 국악을 알게 되었고, 방송을 통해 국악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왔으며,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사랑해요. 영화는 전통문화와 국악을 알리는데도 중요한 매체로 작용하죠. 기타 장르와 국악과의 만남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일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 국악생활 20년 역시 정리하면서 첫 번째 주제는 가야금(황병기), 두번째는 방송(안숙선, 이금희, 유정아), 세번째는 영화(이춘희, 이병우), 마지막은 연극(정순왕후/윤석화, 정수년)으로 준비했습니다.”

요즘 국악에서도 젊은 국악인들의 새로운 흐름과 국악의 인접장르와의 만남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그런 중앙에 와 있기도 하다. 어려움이 많은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윤중강이다.
“국악은 현재로서 힘이 약합니다. 국악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첫째는 인접예술과의 만남이고, 둘째는 국악에서 스타가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 동안 국악이 영화, 미술, 문학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한 흔적이 많다. 국악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인접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국악계에는 황병기, 안숙선, 김덕수와 같은 스타가 있다. 앞으로 더 젊은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윤중강은 생각한다. 음악이 좋아지는 것은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토크쇼에서 국악보다 ‘국악인’의 진솔한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알리기 위해 그는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전 지금 세가지 분야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음악평론가, 방송진행자, 공연기획자로 말입니다.”
그 동안 그는 음악 평론가로서 활동하면서 다섯 권의 평론집을 냈고, 방송은 1988년 어린이프로그램 ‘뽀뽀뽀’에 국악연구원(방송작가)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구성, 진행, 연출 등을 하고 있다. 지금의 최대 관심사는 공연기획이다.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는 공연을 기획하였고, 2004년과 2005년에는 국악축전 예술감독을 맡을 만큼 그는 국악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앞으로 국악공연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국악이 한국 음악이 아닌 세계음악이 되는 공연을 만들어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싶어했다.
“국악계의 젊은 그룹들과 세계순회연주를 하고 싶어요. 유수의 공연장도 좋지만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또 하나는 전통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기획하는 것인데, ‘기생’을 주제로 하는 공연이예요. 일종의 넌버벌 퍼포먼스예요. 이런 공연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공연 방식에 대해서는 비밀입니다.(웃음)”

국악에 대한 여러 생각들과 아이디어를 그는 열심히 정리하고 추진하고 있다. 국악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배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한다. 국악 속에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선율과 리듬에 몸을 맡기면 자연스럽게 국악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참 쉬운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CF가 유행하고 있더군요. 저는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윤중강은 말을 했지. 국악을 즐겨랴’라고요.”
그의 국악에 대한 생각은 ‘즐겨라’이다. 즐긴다는 것은 어느 장르나 공연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먼저 국악이라는 것에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는 것보다는 즐길 준비를 하는 것이 어쩌면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다. 국악을 온 몸으로 껴안은 윤중강의 앞으로의 행보를 눈여겨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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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allan@interpark.com)
사진 : 월간 객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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