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정을 느껴보세요” 첫 번째 주인공 <로기수>
“<로기수>는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가 일어난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로기수라는 소년이 미군 프랜을 통해 춤에 대한 열정과 재미를 느껴서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리고 춤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뮤지컬 ‘로기수와 진’이라고 할만큼 뜨거운 형제애도 담긴 작품이죠.”(임춘길)

이날 무대에는 <로기수> 팀이 먼저 등장했다. 올해 첫 무대에 오른 창작뮤지컬 <로기수>는 1952년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춤에 빠진 인민군 소년 로기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난생 처음 온 열정을 다해 이루고 싶은 꿈을 발견한 소년의 성장기와 가족과 친구가 서로 할퀴며 이념투쟁을 해야 했던 아픈 현대사가 맞물린 작품이다. 이날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배우는 극중 로기수의 절친 배철식을 맡은 정순원으로, 그가 부른 ‘미제는 달라’는 이북에서 자라온 인민군에게는 신세계와도 같은 미군 물품창고에서 온갖 신기한 물품들을 맞딱드린 배철식과 로기수의 흥분을 경쾌하게 표현했다.

이어진 곡은 임강희, 김지혜 등이 부른 ‘슈샤인보이’. 극중 임강희가 맡은 역할은 가수를 꿈꾸는 처녀 민복심으로, ‘슈샤인보이’는 얼떨결에 미군 앞에서 무대에 서게 된 민복심이 긴장감을 이겨내고 노래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곡이다. 이후 배우들이 지난 2주간의 공연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하는 시간이 지난 후 김대현, 윤나무, 유일, 김종구, 홍우진, 이지숙 등이 무대에 나와 ‘당부’와 ‘각오 높게’ 등을 열창했다. 다음으로는 객석의 관객들이 미리 적어둔 질문을 선정해 배우들의 답을 듣는 Q&A 순서가 이어졌다.

두 시간 동안 두 작품의 노래와 이야기를 모두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에, 이날의 대화는 그리 길지 않게 진행됐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객석에서는 웃음과 환호가 쉴 틈 없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의 폭소를 이끌어낸 배우들의 입담과 에피소드는 아래에서 만나보자.

<로기수> Q&A
Q 공연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대현: 제가 ‘난 1935년생 돼지띠’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1535년생 돼지띠'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 때문에 민복심 역할의 배우가 진짜로 웃었어요. 그래서 다시 정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대종: 1535년이면 임진왜란부터 6.25까지 겪은 거니까 정말 대단하네요. 한국 역사의 산 증인이죠.(일동폭소) 오늘 입으신 의상은 미팅 나갈 때 제일 신경 써서 입고 나간다는 그 옷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김대현: 맞습니다.(일동폭소)

Q 공연 중 가장 당황했던 순간은?
윤나무: 유일이 무대에 안 나갔을 때.(웃음)
유일: 한 박자 늦게 나간 적도 있고, 제가 사소한 실수를 많이 했어요. 가장 당황스러웠을 때는 신발이 바뀌었을 때에요. 로기수가 커튼콜 끝나고 맨 마지막에 형이 선물해준 워커를 무대 위에 놓아야 하거든요. 근데 제가 커튼콜하러 나가면서 제 탭슈즈를 신고 무대에 올라간 거에요. 탭을 잘 추고 싶어서 그랬는데, 형이 준 신발이 아니잖아요.(일동폭소)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제 신발을 올려놨어요.
김대종: 엔딩이 달라졌군요.(일동웃음)

Q ‘프랜놀이’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양경원: 극중 프랜이 무릎을 꿇고 바닥에 귀를 대고 탭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이 있어요.
정순원: 근데 우진이 형이 어느 날 연습 끝나고 추운 날씨에 갑자기 길에 눕더니 바닥에 귀를 붙이는 거에요. 그 사진이 SNS에 올라가서 화제가 됐죠. 그 다음에 저는 곱창 사러 곱창 집에 가서 똑같이 했어요.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곱창집 직원이 찍어줬어요.(일동웃음) 그리고 다른 배우들은 편의점, 지하철, 화장실, 치킨집에서…
김대종: 여러분도 오늘 귀가하시다가 한번 해보세요!

Q <로기수>에 물물교환이 있다던데?
이우종: 금요일마다 야시장을 열어요. 인터미션 때 관객들과 물물교환을 합니다. 관객 분한테서 쿠폰을 받고, 저희는 뭔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드려요. 뭐가 들어있는지는 저희도 정확히 몰라요.
정순원: 이게 은밀한 거래인데, 한번은 오의식 배우가 공연하는 날 어느 분이 굉장히 화려한 옷을 입고 오신 거에요. 그래서 오의식 배우가 ‘그렇게 입지 말라우! 화려한 거 입으면 들킨다!’라고 했어요.(일동웃음)

Q 로기수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서 배우분들의 기분은 어떤가요? 엘파바같은 기분은 아닌지?
윤나무: 처음 여주 세트장에 가서 타봤을 때는 사타구니도 너무 아프고…제가 남자라서 음…아팠어요.(일동웃음) 이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적응이 돼서 잘 타고 있어요. 그 장면은 로기수가 하고 싶은 것도 못 찾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날아갈 듯한 설렘을 느끼는 장면이에요. 그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쓰루더도어>팀은 정말 흥이 넘칩니다!”(정상윤)
“우리 작품은 일단 어마어마합니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공연이 시작됐어요.”(김재만)
앞서 펼쳐진 <로기수> 팀의 무대를 보고 계획에 없던 춤까지 급히 연습했다는 <쓰루더도어> 배우들은 등퇴장 없이 전원 무대에 나와 노래와 Q&A 등의 순서를 이어갔다. <로기수>와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쓰루더도어>는 영미 제작진이 만들고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되는 뮤지컬로, 어느 날 다용도실 문 너머에서 자신이 집필 중인 소설 속 세계를 만나게 된 소설가 샬롯과 그녀의 남편 레니, 소설 속 왕자 카일 등의 이야기를 그린다.

오프닝 곡 ‘쓰루 더 도어(Through the door)’에 이어 펼쳐진 곡은 ‘턴 유어 헤드(Turn your head)’로, 일에 치여 늘 바쁘기만 한 남편 곁에서 외로움을 느끼던 샬롯이 카일 왕자와 사랑에 빠지며 부르는 노래다. 각 노래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와 공연 중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순서가 이어진 후에는 샬롯을 쫓아 소설 속 세계로 넘어간 레니가 카일과 함께 부르는 ‘잇 이즌트 이지(It isn’t easy)’와 카일과의 만남을 통해 한층 성숙한 샬롯이 현실로 돌아가기 전 부르는 ‘더 윈도우(The window)’, 그리고 마지막 곡 ‘저스트 어나더 데이(Just another day)’가 펼쳐졌다.

<쓰루더도어> 팀의 무대가 끝난 후 쇼케이스의 마지막 순서로 배우들과 관객들이 함께하는 스피드 퀴즈가 진행됐다. 각 공연의 개·폐막일은 물론 노래 한 구절만으로도 즉시 작품명을 맞추는 관객들의 내공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순서였다. 이날의 승자는 총 17문제를 맞춘 <로기수> 팀과 관객들. 아쉽게 고배를 마신 <쓰루더도어>팀과 관객들의 문답은 아래에 소개한다.

<쓰루더도어> Q&A
Q 배우 분들이 모두 막춤을 잘 추시던데, 원래 타고난 댄싱머신인가요?
정상윤: 원래 어렸을 때부터 좀 잘 췄던 것 같아요.(일동폭소) 그 분위기에 몸을 맡기는 편입니다.

Q 레깅스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는?
김리: 전 좀 깜짝 놀랐어요. 레니 역 오빠들이 그 의상을 싫어할 줄 알았는데, 너무 좋아하는 거에요. 그리고 막상 레깅스를 입은 모습을 보니까 힙 라인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쓰루더도어>의 왕자는 여느 공연의 왕자들보다 많이 망가지는 역할인 것 같아요.
전재홍: 사실 왕자 카일이라는 인물이 좀 애매모호해요. 샬롯이 쓰는 소설 속 인물인데, 저희가 그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으니까요. 왕자 셋과 연출님이 모여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샬롯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재미있는 것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백형훈: 일단 카일은 멋있는 모습을 내려놓은 왕자 같아요. 카일이 나오는 장면에서 관객 분들이 마치 샬롯이 된 것처럼 기분 좋게 웃으실 수 있게 각자 자기만의 개그코드를 넣었어요. 애드립이 좋으면 대사로 넣기도 했고요. ‘건강하군’과 같은 대사도 원래 애드립이었거든요.
 

Q 현실로 돌아간 샬롯은 카일에게 어떤 결말을 선물했을까요?
최수진: 레니와의 연애와는 정 반대의 이야기를 쓸 것 같아요. 물론 카일을 만나서 좋은 점도 많았지만, 미안한 마음이 크니까 새로운 여자와의 로맨스를 써주었을 것 같아요.
오소연: 샬롯과 만났던 일들을 지우지는 않을 것 같아요. 원래 첫사랑은 어렵다고 하잖아요. 샬롯과의 아픈 첫사랑은 그대로 간직하고, 그 이후 훨씬 더 예쁘고 괜찮은 여자를 만나게 해줬을 것 같아요.
유리아: 샬롯보다 열 배 이상 엉뚱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개성 있고 매력적인 여자를 카일에게 붙여줄 것 같아요. 샬롯과의 만남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잊어버릴 수 있도록.

Q ‘이것’만은 내가 최고다!
최수형: 하나 있습니다. 객석 맨 뒤에 앉은 분들도 무대에 있는 제 움직임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제 옆에 있는 모든 여배우들이 저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
김대종: 뭔지 저도 알 것 같네요. 진짜 좋은 장점이에요. 배우가 잘 보일 수 있다는 건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일동웃음)

Q 어떤 분들이 <쓰루더도어>를 보러 오면 좋을까요?
오소연: 삶에 지치고 즐거움을 잃어버리신 분들, 어렵고 무거운 공연들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공연이 즐거운 게 아니라 공부가 되어버린 관객 분들이 오시면 정말 즐겁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