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작품 < Bull, 카르멘 >의 돈 호세로 분한 문수를 만났다. 연습할 때 떨리고 무대에 오르면 오히려 떨지 않는다는 그는 지금 제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뮤지컬 카르멘 >의 돈 호세의 역할로 인해 연습을 한창하고 있는 중이면서 영화 < 가발 >의 마지막 촬영을 거의 마쳤다고 한다. 그 사이에 단편영화 찍은 것 마무리 하고 있단다. 바쁜 와중에 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참 좋은 나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 때는 그 때의 꿈과 열정이 있어서 좋아 보인다. 젊음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리라.

문수는 고1때부터 밴드 생활을 했다. 헤비메탈 ‘정적’이라는 그룹의 리드 보컬이었다. 93년도 가수겸 전속모델을 뽑는 삼성 캐터스 선발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였다. 94년에는 남궁현 프로젝트팀에서 객원싱어로 활동했다. 94년 이후에 이문세의 전속 코러스로 있었다고 한다. 그는 노래로 승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96년 군대를 가고 제대하기 전까지 고민의 고민을 했던 문수는 자신의 길을 택하게 된다.

“제대하기 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전 군대에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아요. 가수로 승부를 낼 것인지 아니면 연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어요. 무대를 접하면서 무대에서의 에너지를 보았었거든요. 그래서 연기에 매료되었었죠. 그래서 연기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연스럽게 연기를 선택하게 되었고, 제대 후 전 재산을 털어 그의 프로필을 직접 만들고 기획사에 직접 찾아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일이 잡히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일도 하고 그러면서 2년 그냥 지나갔어요. 99년도엔가 이장호 감독님이 만드는 ‘장산’이라는 영화에 캐스팅 되어 영화를 찍다가 그 영화가 중단이 되었어요. 그러다 2000년도에 송승환씨, 유열씨를 거쳐 ETN의 연예스테이션이라는 프로그램에 3대 MC가 되었죠. MC를 하게 된 배경은 발음교정을 하고 싶었어요. 2년 동안 진행을 했는데 저에게 득이 된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스타의 길일까? 그도 아는 후배가 매니지먼트 소속사에 소속이 된 배우였는데 그 후배가 ETN 연예스테이션에 오디션을 보러 가면서 문수에게도 같이 가자고 권했다고 한다. 얼떨결에 같이 따라갔다가 프로듀서 눈에 띄어 그 다음날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시절 연출을 전공한 그는 세 편정도의 단편을 찍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가 매력을 느낀 것은 연기에 있었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다고 한다.

인연이 있던 조규찬이 전국투어 콘서트를 할 때 게스트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단순히 이야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무대를 내려간다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에 조규찬에서 제의를 하게 된다.

“배우가 게스트로 나와서 연기로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었어요. 조규찬 5집에 ‘몽’ 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를 연극적인 대사로 만들어 10분짜리 모노드라마를 했죠. 그러면서 단편영화를 시작했어요. 주인공으로 제 호흡을 알고 싶었고 제 호흡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사람을 찾습니다, 하와이, 사랑은 두발로, Pass Over 등과 같은 단편영화를 찍었다. 그 중 사람을 찾습니다는 평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네 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내부순환선이라는 저 예산 영화를 필두로 최근에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역인 기석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8월에 개봉될 영화 < 가발 >이 그 것이다.

“< 가발 >을 촬영하고 있을 때 친구한테 전화가 왔어요. < 뮤지컬 카르멘 > 오디션이 있는데 한 번 보라는 권유였어요. 그래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디션을 보았습니다. 오디션 보기 전에 카르멘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영화를 본 기억은 있었죠. 어렵게 오디션을 본 것 같아요. 3-4번의 오디션과 미팅을 하면서 마지막에는 저에 대해서 자신 있으시다고 생각하시면 택하십시요 라고 말했죠. 연기에 대해서는 욕심이 많은 편이라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하고 싶었고, 제가 영화배우라는 것에 대해서 믿음이 오지는 않으셨겠죠. 영화와 무대는 틀리기 때문에 모험이라는 것을 택하셔야 했을 테니 고민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그렇게 해서 인연을 맺게 된 < 뮤지컬 카르멘 >의 연습이 진행되면서 솔직히 적응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영화 찍다가 와서 연습할 때면 발성 패턴이나 몸동작 등의 형식이 영화와 무대에서 조금은 틀리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웠었다. 뮤지컬은 한 사람의 배우만 잘 해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와 호흡을 맞추어야 할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시간 안배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다. 그랬던 그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한다. 돈 호세의 몫을 제대로 할 그이기 때문에 연출을 위시하여 전 스텝진 그리고 배우들을 믿고 그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전 < 뮤지컬 카르멘 > 음악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 제가 이 뮤지컬을 않하면 죽을 것 같았어요. 연습시간 2시간 전에 연습실 근처 PC방에서 < 뮤지컬 카르멘 >음악을 듣고 또 듣고 했어요. < 뮤지컬 카르멘 >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예요. < 뮤지컬 카르멘 >은 백마 같은 작품이죠. 타지는 못하지만 타고 싶은 매력있는 여지라고나 할까요? ”
그때 자신의 모든 것이 깨지는 것 같은 마음을 가지면서도 다시 눈에 아른거리고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마약 같은 떨림 같은 여자를 느끼고 있었다.

사랑하지만 사랑해서 죽여야만 했다는 돈 호세의 사랑. 카르멘에 대한 욕심을 가진 한 남자가 ‘내가 카르멘을 죽였다’라고 외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자신만의 생각이 있으면서도 미쳐버리게 되는 집착과 사랑. 죽여서라도 카르멘을 차지하려고 했던 돈 호세의 욕심, 질투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사랑. 하룻밤 자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물방울이 하나 둘씩 모여 커지다가 나중에는 터져버리고 마는 그 때의 느낌이랄까. 카르멘을 죽인 순간에도 절규를 느끼게 되는 돈 호세.
“카르멘같은 여자가 있으면 저는 힘들 것 같아요. 약올리면서 풀어주고 조이고 도망가는 여자에게 어떻게 할까요? 저는 대책이 없을 것 같아요. 차라리 도망가라고 등 떠밀었을 것도 같아요. 내 모든 것을 잃은 상황이 반복되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공간이 주는 상황의 반복에서 죽여버려야 하는 상횡이 되고 마는 거죠.”

그도 돈 호세를 닮아간다. < 뮤지컬 카르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마디 참여도 못하고 그의 심리적 묘사부터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카르멘과 돈 호세의 얽히고 얽힌 심정들을 철저히 파헤치고 분해해 놓고 있었다. 그는 해박한 지식보다는 그가 느끼고 직접 몸으로 마음으로 부딪히는 모든 군상들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초련하게 서 있는 듯 하다. 이제까지 그려진 또 다른 돈 호세가 그의 마음과 몸 안에 살게 되어 버린 듯 하다.

“매 순간 기억해요. 바라보는 상대의 시선을 보고 연기하게 되요. 그 시선을 보면 알게 모르게 저에게 전해지는 기가 흘러요. 저는 그 기를 받고 연기하게 되고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제 기로 연기가 더 한층 좋아지겠죠. 가수를 했을 때 그랬어요. 객석에 딱 한 사람만 바라봐요. 그 사람이 제 노래를 사랑하고 잘 들으려는 마음으로 간절히 원하면 그 눈에서 나오는 기를 느끼게 되요. 전 그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죠. 그 기대와 소원을 들어주게 되죠. ”

< 뮤지컬 카르멘 >은 문수에게 있어 이제 뮤지컬도 해봐야지의 차원이 아닌 듯 하다. 그는 연기가 하고 싶어 갈망하고 미친 배우이다. 카르멘의 남자 돈 호세와 흡사하다. 문수가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돈 호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그의 고뇌와 미친 듯이 사랑하는 무대에서 이제 곧 볼 것이다. 포장보다는 솔직한 모습이 좋다는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인터뷰를 마치고 공연장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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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소미(C&Com 홍보팀장 flysom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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