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카니발, 긱스를 거치며 음악적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이적.
자기 음악 세계를 고집하면서도 대중의 지지까지 누리고 있는 이적을 인터파크에서 만나보았다.

1. 이번 콘서트의 제목이‘ Christmas Fantasy’라고 하는데, 심상치 않은 제목인데 공연의 컨셉을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적: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 모두, 크리스마스엔 기적과 환상을 내심 꿈꿔 본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그저 다른 날 보다 조금 더 흥청거리는 거리를 배회하게 될 뿐이다. 적어도 이 공연에서만큼은 우리 꿈속의 환상이 실현되길 바랐다. 무대에서, 객석에서, 그리고 모두의 마음속에서. 그래서 'Christmas Fantasy'라는 공연을 준비한다.


2. 보통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대충 예상을 할 수 있는데, 이적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종잡을 수 없다. 과연 어떤 콘서트가 될지 귀뜸을 해주세요.

적: 크리스마스에 어느 마을, 어느 소년에게 일어난 기적같은 이야기를 펼친다. 패닉, 긱스, 카니발, 이적의 이름으로 발표했던 곡들을 모아 이야기의 흐름을 구성했고, 각 시퀀스마다 그림자극/인형극 등의 영상으로 극적인 완성도를 배가시켰다. 입이 딱 벌어질 무대장치나 특수효과에 대해선 미리 공개하지 않겠다^^. 다만, 디즈니식의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취향의 따뜻하고도 기기묘묘한 크리스마스 환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무척 즐거워할 것이란 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3. 지금까지 크리스마스의 공연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공연이 없을 때 지금까지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적: 데뷔 후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때마다 방송이나 다른 음악인들과의 공연이 있었다. 아무 일 없이 조용히 보낸 건 작년이 유일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는 훈련소에서 맞았는데, 새벽 세 시에 누가 깨워 일어나 보니 눈이 내린다며 모두 나가서 치우라는 것이었다. 밝아오는 크리스마스 새벽에 치워도 치워도 계속 쌓이는 폭설 아래서 많은 생각을 했다.


4. 올 크리스마스에 어울릴 영화나 음악, 만화 등 가장 좋아하며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적: 글세, TV에서 어련히 알아서 각종 만화와 영화를 방영하지 않을지^^. 조금 다른 취향의 사람이라면, 최인훈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 연작. 톨스토이의 단편들. 팀 버튼의 영화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우스타 쿄스케의 만화 <삐리리, 불어라! 재규어>, 제임스 브라운의 캐롤앨범(?!) 같은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의 캐롤은 취향을 뛰어넘어 감동을 준다.


5. 지금까지 솔로 활동 외에, 패닉, 카니발, 긱스 등 다양한 주위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는 작업들이 많았는데 앞으로 또 이런 계획을 기대해도 되는지…

적: 물론이다. 나는 다른 이들과의 작업을 통해서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안의 어떤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대단한 자극이고 기쁨이다. 음반, 공연 모두 기대하셔도 좋다. 오래오래 저 팀들을 행복하게 오가며 음악적 욕심을 계속 펼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6. 친한 동생인 김진표가 결혼을 했는데.. 앞으로 결혼 계획은 없으신지..

적: ^^. 언젠가는 할 것이다. 진표가 요즘 결혼하면 얼마나 좋은지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나도 이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하게 되지 않겠는가?

인터파크 티켓 200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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