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04년 <사라진 고용인을 찾습니다(Looking for a Missing Employee)>, 2008년 <담배 끊게 해줘(Make me stop smoking)>로 두 차례 한국에서 공연을 한 바 있다.
2004년 공연 때는 공연 관계자나 학생들이, 2008년에는 이들을 포함해 예술 관련 사람들이 주 관객들이었다. 두 번 다 마치 베이루트의 관객들처럼 나를 환영해 주었는데(웃음) 베이루트 사람들은 다른 세계, 다른 경험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알고 싶어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을 언제나 환대해 준다. 또 좋았던 기억은 공연 후 관객들과 함께한 대화 시간이었다. 아주 좋은, 훌륭한 토론이었다.

Q. <구름을 타고(Riding on a Cloud)>의 관객들은 그때보다는 좀 더 대중적일 것으로 예상이 된다.
관객과의 소통에 대해서 아주 오랫동안 깊이 생각해오고 있는데, 언제나 나의 생각은 어떤 반응도 관객들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공연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기 시작하면 무언가 타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영향을 기대하고 그런 효과를 발생시키고 싶다면 그건 나를 향해서만, 나를 깨우고 자극하기 위해서만이다.

따라서 내 작업은 항상 열려있기를 바라고, 작품이 열려있다면 관객들은 어떤 생각이나 의문점을 스스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공연 전과 공연 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관객들이 작품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에 대해 나와 함께, 또는 그들끼리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어떤 경우에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공지하지 않은 날에도 공연 후 관객들과 이야기를 하곤 한다. 1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웃음)

Q. 처음 '구름을 타고'라는 제목을 듣고 참 서정적이라 생각했는데 작품의 줄거리를 알고 난 후에는 내용과는 다소 이질적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작품은 친동생인 야세르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는 총상 후에 말하고 글을 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를 다시 배워야만 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와 언어와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흥미로운 건 그가 시인이 되었다는 건데, 그의 말은 종종 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낸 두 권의 시집 중 첫 번째 시집 제목이 '구름을 타고'이다. 그 제목이 이 작품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을 했다.

동시에 이 작품은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것이지 단순히 전쟁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 아니다. '전쟁에 대해 말하기'는 그저 고통과 공포를 전달하는 것밖에 안 되고 그렇다면 관객들은 내 동생에게 연민 만을 갖게 될 텐데, 나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 '전쟁에 대해 생각하기'는 어떤 것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품고 생각을 더하는 활동이다.

또한 극 중에 굉장히 시적인 장면이 많다. 난 이 작품이 그렇게 비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웃고 우는 커다란 감정에 관객들이 갇히지 않고, 나와 내 동생과 함께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다.


연극 <구름을 타고>의 한 장면
Q. 동생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가족처럼 아주 친밀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동생이 총상을 당한 건 1987년이었는데 2013년이 되서야 난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전에는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에 프리 라이젠(현 벨기에 페스티벌 예술감독) 감독이 네덜란드에서 공연을 제안했다. 동생은 오랜 시간 나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했는데, 그전까진 어떻게 그와 함께해야 할 지 잘 몰랐기 때문에 이 작품이 동생과 함께 작업하고 또 동생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당시 난 이 작품을 내 가족과 베이루트, 레바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초연하게 되었다.

Q. 동생이 어떤 방식으로 작업에 참여했는가.
비디오 테이프, 편지 등 자신과 관련된 수많은 자료들을 나에게 줬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작품을 쓰기를 기다렸다. 누군가의 삶에 대한 모든 것을 넘겨 받은 사람이 얼마나 큰 부담을 갖게 되는지 아는가?(웃음) 난 여러가지 자료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작품은 내 이야기인 동시에 내 이야기가 아니고, 관객들은 어느 부분이 진짜인지 허구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Q.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동생의 언어능력은 회복된 상태였는가?
물론 의사소통엔 큰 문제가 없지만 여전히 아주 말을 잘 하지는 못한다. 지금도 언어를 익히고 있다. <구름을 타고>는 아랍어로 진행되기에 아랍어를 모르는 외국 관객들은 동생이 얼마나 말하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말하는 방법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 <햄릿>에서 발췌한, 공연 중 유일하게 영어로 말하는 '투 비 오어 낫 투 비'(to be or not to be) 부분에서 동생이 어떻게 아랍어로 말했는지 관객들이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Q. <구름을 타고>는 결국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일 것이다. 하지만 중동 지역 국가 출신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배경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도, 세미 다큐멘터리도, 또 강연도 아니다. '극'이다. 야세르가 배우로 서고 있는데, 그 역을 통해 자신의 개인성이 나타난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건, 때때로 그는 자기 자신을, 또 어쩔 때는 '야세르'라는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한 작품 밖에 있는 스테프가 되기도 하고 관객 중 한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하지 않고 '무엇이 공연이고 무엇이 연기이며, 그러한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해 열어놓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Q. 야세르 역을 동생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을 경우, 극의 효과가 분명 다르게 나타나지 않을까?
꼭 그렇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른 배우가 이 작품을 한다면 더 흥미로워질 수도 있다. 2002년 아내 리나 선(Lina Saneh)과 함께 한 <비오그라피아(Biokhraphia)>라는 작품 역시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며 오직 그녀 한 사람만 출연한다. 하지만 3년 전에 스위스의 다른 연출가와 배우가 공연했는데 전혀 색다른 작품이 되었다. 게다가 아주 잘했다. 누구라도 <구름을 타고>를 할 수 있고, 무한한 가능성에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은 가능하다.
Q. 2013년에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시리아 단체의 <카메라를 봐 주시겠습니까?>의 경우, 단체들은 작품을 통해 시리아의 현 상황에 주목해주길 바랐다. 중동 국가의 작품들이 띄고 있는 자국의 혼란한 상황들이 관객들의 감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작품을 보지 못해서 무어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나는 <구름을 타고>에서 전쟁 자체가 아닌 전쟁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전쟁 안 우리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만약 내가 전쟁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관객들은 고통과 연민 등의 감정에 빠져들 뿐이다. 감정에 빠지면 그 자체로 하나의 무리로 규정짓게 되는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동물과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이 '사고'라고 했다. 인간은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난 이 부분에 집중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나에겐 지적인 사유가 중요하고, 그것을 통해 개인의 개성을 구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인간이 감정이라는 부분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Q. 공연에 영상을 다각적으로 활용하거나 전시 작업도 많이 한다. 비주얼 작업에 특별히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인가.
1997년 경부터 극의 인물, 구성 등 여러가지 면에서 고전적인 공연 형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걸 멈췄다. 그리고 나서 '왜 공연을 하는가', '어떻게 공연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그것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지, 그것들에 대한 표현방법들 등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것이 현재와 같은 작업의 작은 출발일 것이다. 예전엔 함께 작품을 만드는 동료들과 자주 이야기 나누길 원했는데 종종 그들이 이런 대화를 꺼려하는 걸 느꼈다. 왜냐면 이런 대화들이 우리 모두를 너무나 많은 압박들로 구석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연이 아닌 다른 분야 사람들이나 내 작업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많은 부분들이 열리게 되었다.

영화, 비주얼 아트, 작가, 건축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 공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과 협업하면서 내 경험은 더욱 다양해졌고 작업을 하면서 어떠한 '명제'들이 사라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종종 그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어떤 스타일이 생기려고 할 때면 난 작업을 멈춘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저건 라비 스타일이군"이라고 생각하길 원하지 않는다. 난 어떠한 스타일도 갖길 바라지 않고, 언제나 변화하고 도전하려고 노력한다. 공연, 극장에서 무엇이 가능할지 언제나 묻고 생각하려 하지만 어느 때에도 특정한 답을 내리진 않는다.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Q. 현재 레바논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레바논은 다양한 종교 분파가 있는 나라라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으면 그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다른 중동 국가들을 보면 뚜렷한 권력자가 있기 때문에 혁명을 시도할 경우 기존 시스템에 대항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레바논은 여러 명의 권력자가 권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랍의 봄'과 같은 때에도 누구에게, 어떠한 시스템에 구체적으로 대항해야 할 지 몰라 혼란이 일었고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다. 아직 모든 것이 변화될 준비가 안 된 것 같고, 여러 권력자들이 존재하는 까닭에 주변국들에게 쉽게 휘둘릴 위험이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두산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