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아트서커스 제작사 ‘서크엘루아즈’가 <레인> <네비아>에 이어 <아이디>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만들어진 빅탑에는 서커스와 비보잉, 그리고 음울한 도시 뒷골목이 영상이 한데 어우려져 새로운 서커스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가기를 마다하지 않은 세 명의 플레이디비 대담자들과 공연 후 바로 만남을 가졌다. 그들이 본 서커스 <아이디>는 어떤 모습일까.
김유나(35)/여, 정극 마니아 이성민(32)/남, <퀴담> <알레그리아> 관람 송혜정(35)/여, 공연 마니아
대담일 8월 22일 --------------------------------------------------------------------------------------------------------------
공연이 마치자 마자… 전체적인 느낌 평면적 공연 Vs 전통적인 서커스의 현대적 접근
김유나(이하 김) 전 아트 서커스라고 이름이 붙여진 건 처음 봤어요. 보고 나서 처음 드는 생각은 고전적인 서커스와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평면적인 느낌이 강했다는 거에요. 서커스 하면 관객들과 함께 어울리고 교감하는 게 많은데 무대부터 원형이 아니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면이 별로 없었죠. 도입부에서부터 흘러가는 걸 보니 내가 과연 서커스를 보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평면적이었던 것 같아요. 강한 비트가 나오는 음악 자체는 좋았는데 스릴이나 스펙타클 없이 처음부터 너무 잔잔해서 아쉬웠고요. 솔직히 전체적으로 그렇게 새롭진 않았어요.
이성민(이하 이) 저는 동춘 서커스부터 내한 공연한 태양의서커스 두 편을 모두 봤어요. 제 생각엔 결국 서커스라는 재료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하느냐가 차이인데, 이번 <아이디>는 전통적인 서커스 재료를 가지고 현대적인 해석을 하려고 노력 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전통적인 서커스 형식인 아크로바틱, 이건 중국 기예에서부터 출발해 서커스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스고, 봉이나 줄을 이용해 도는 것, 의자 균형 쌓기, 링 안에서 사람돌기 등도 전통적인 서커스 재료들이잖아요. 그런데 이걸 할 때마다 항상 중간에 비보이가 같이 섞어 했더군요. 보니까 14명 중 몇몇은 전문 댄싱팀으로 구성돼 서커스와 비보이를 섞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이점은 새롭게 보이던데요.
송혜정(이하 송) 어릴 때 천막치고 했던 시골 서커스와는 많이 달랐어요.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분위기가 강했거든요. 서커스의 화려함을 기대한다면 그다지…하지만 영상을 추가하면서 색다른 면을 강조했더군요.
이 서커스와 비보잉이 대부분 함께 보여지는데, 잘 됐던 것은 아크로바틱 소녀와 비보이 댄서가 서로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성공한 장면 같아요. 아쉬운 점은 하이라이트인 공중그네가 없었다는 것(웃음). 그걸 현대적으로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가 내심 궁금했는데 트램폴린으로 대신했더군요. 이것도 꽤 신선했어요.
김 트램폴린 씬은 정말 괜찮았어요. 처음에 사람이 무대에서 쑥 떨어졌을 때 사람들이 다들 깜짝 놀랐지 않았나요?(웃음) 다시 쑥 올라오는데…조명이나 동선이나 여러모로 잘 짜여진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송 비보이 댄서들이 서커스 기술이 나올 때 주변에서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어요. 커다란 링 안에 여인이 돌 때 그 주변에 비보이 둘이서 헤드스핀을 하고 있더라고요.
김 현대적인 걸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을 한 것 같은데, 생각보단 규모가 작았어요. 무용 공연을 보면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보지 못한 감정을 끌어가지고 오곤 하는데, 여기에서 그걸 찾기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왜 서커스 하면 동물도 나오고, 스펙타클하고, 규모도 크고 그런 점을 연상시키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죠.
이 무대를 평면적으로 하고, 작게 한 것도 의도한 걸지도 몰라요. 전통적인 서커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의미에서 무대도 그런 면을 벗어나려고 했는지도 모르고요. 좋게 보자면요(웃음).
김 또 하나 아쉬웠던 건, 서커스라는 게 관객과 교류를 하고 함께 호흡을 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좀 일방적이었던 것 같아요.
송 그나마 소통을 하려고 했던 게 자전거 묘기를 하는 사람이 관객을 무대 위로 불렀죠. 그게 한 가지 딱 들어간 거네요.
김 관객이 무대에 눕잖아요. 그 순간은 정말 긴장되더라고요. 그분이 담력이 좋으신가 봐요. 송 일부로 남자분을 고른 거 같아요(웃음).
<퀴담> <알레그리아>와의 차이점? <아이디>만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을까
이 팜플렛을 보면, <아이디>를 아트서커스라고 설명해 놨어요. 이 작품을 아트 서커스라고 말할 수 있을 진 모르겠어요.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마케팅적으로 붙인 것을 수도 있는데, 아트보단 현대서커스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김 서커스적으로도 아쉽죠. 소스 자체가 가슴을 놀라게 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서커스 부분이 약하지 않았나.
송 서커스, 비보이, 조명 등 모든 게 다 있지만 믹스에 집중을 해서 그런지 딱 이거다란 느낌은 안 들었어요. 종합적으로 다 있는데 정체성이 무엇인가…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태양의서커스가 서커스를 예술로 해석했다면 <아이디>는 현실세계에서의 몽환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퀴담>은 아예 환상세계로 관객을 초대해 무대자체를 환상의 세계로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OST만 따로 나올 정도로 음악도 독특했죠. <아이디>는 현실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복장이나 스테이지가 좀 더 우리 실제 세계와 닮아있는 것 같아요. 비보이가 나오고, 거리 뒷골목이 무대에서 재현되고요.
이 재미있었던 게, 서커스 중간 막간을 책임지는 광대를 여기선 재미있게 나타냈더군요. 아까 놀라면서 보셨다는 자전거 묘기가 전 전통적인 서커스의 광대를 대체했다고 생각해요. 자전거 묘기를 한 번 하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계속 등장해서 광대의 포지션을 취하는 것 같았어요. 캥거루처럼 특수 제작된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은, 죽마를 타고 다니는 광대들을 새롭게 재해석 했더군요. 새롭게 대체하고 해석한 점이 재미있었어요.
김 아트 서커스라고 내세웠잖아요. 말씀하신대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면은 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거리와 공연 규모로 봤을 때, 공연 가격은 높게 책정이 됐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자주 보는 입장이다 보니까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거든요.
이 먼저 어떤 점을 기대했는데 벗어나면 그럴 수 있어요. 방금 발견한 건데 여기(팜플렛)에 연극, 현대무용, 뮤지컬, 멀티미디어 쇼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무대라서 ‘아트 서커스’라고 했다고 써있네요. 그렇게 되면 태양의서커스에서 보았던 그런 무대와 연결이 돼 '그런 식'의 예술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게 만들어요. 미디어 아트를 많이 사용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걸 전면에 내버리면 사람들이 기대하고 오는 것과 실제 구현되는 공연에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고 봐요.
김 내용적으로는 굉장히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 서커스는 전 세대를 걸쳐 보는 것이니, 그걸 잘 조율해야 한다고 봐요.
이 나중에 끝날 때 생각이 든 건데, 우리 나라 동춘 서커스가 이미지가 그래서 그렇지 기술은 퀴담 못지 않거든요. 정말로. 전 <아이디>가 우리나라 서커스의 목적점으로 해야할 공연이 아닌가 해요. 우리나라 만날 비보이 공연 했잖아요. 국악에 비보이, 발레에 비보이. 그런데 왜 서커스에서는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지금 해 봤자 따라 하는 게 되지만.
김 원론적인 문제를 잘 제시하신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기술은 뛰어난데 믹싱을 잘 하지 못했으니까. 그나저나 커튼콜 때 팬서비스 너무 짧았어요(웃음). 어떻게 사진 좀 찍어보려고 했는데 한번 덤블링 하더니 끝. 너무 70분에 집중하는 구나(웃음)
이 공연 시작 전에 주의사항을 영어로 한번 해주고 말더군요. 예를 들어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리면 위험하다라는 주의사항을 한국어로 말을 안해줘서, 실제로 중간에 플래쉬가 터지는 걸 두번은 봤어요. 정말 위험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