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뮤지컬 전쟁이 시작됐다. 스타 캐스팅, 브로드웨이 최신작, 베스트셀러 원작을 내세운 작품들이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 티켓값은 높고, 보고 싶은 작품은 넘쳐나는 이 시점! “뮤지컬 좀 본다”는 마니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리얼토크場 6편에서 공개되는 뮤지컬 마니아들의 작품 고르기 팁. 그리고 11월, 12월 핫이슈 공연과 마주한 뮤지컬 마니아들의 단 하나의 선택!

---

대담일 : 2009년 11월 7일 (토)

대담 참석자
편: 편혜경(33), 여, 교사/ “배우들이 붙여준 별명, 예술감독!”
이: 이선주(34), 남, 프리랜서/ 뮤지컬 커뮤니티 스탭, “단관, 이 손안에 있소이다”
하: 하영민(28) 남, 대학생/ “프리뷰는 안 봐요, 한 번을 보더라도 제대로 봐야 하니까” 박: 박주연(30), 여, 컴퓨터 프로그래머 / “공연 때문에 대학로로 이사했어요”
김: 김솔희(25), 여, 은행원/ “일주일에 한 편씩, 꼭꼭 챙겨봐요”

* 일부 공연에 대한 개막 전 대담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박 연말에는 늘 그렇지만, 보고 싶은 작품들이 많아요.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작품은 <살인마 잭>이에요.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웨딩싱어>도 무난할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에게는 <웨딩싱어>를 추천하고 있어요. 황정민, 박건형씨 같은 인지도 있는 배우들도 나오고. 누구라도 좋아할만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편 저도 <웨딩싱어>를 기대하고 있어요. 일단, 실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니까 티켓값이 아까울 것 같지 않아요. <금발이 너무해>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 오히려 반대에요. <금발이 너무해>에서 미는 게 여자 주인공 세 명이잖아요. 여자 연예인이 나오긴 하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관객들이 여자를 보러 가는 건 아니거든요. 남자 관객을 노리는 건 한계가 있어요, 재 관람 빈도가 낮잖아요. 여자 관객들이 재 관람을 많이 하지, 남자 관객이 재 관람을 많이 하는 건 별로 못 봤어요. 희망이라면, 장유정 연출이라는 점과 조연 배우들이 정말 탄탄하다는 거죠. 고영빈씨를 보러 <금발이 너무해> 제작발표회와 쇼케이스를 모두 갔었거든요.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이, ‘주연한테 기대하지 말고 조연을 보면 되겠구나’라는 거였어요. 전수경씨는 작은 역할인데도 빛이 나던걸요?

하 남자라 그런가? 여배우가 누구인지도 중요해요. 그런데 전 뮤지컬 배우들을 선호해요. 편견이 좋은 건 아니지만, 가수 출신이라도 연예인이 나오는 공연은 안 봐요. 제시카씨 같은 경우도 가수고, 메인 보컬이라 노래 실력은 좋겠지만, 뮤지컬 배우들의 타고난 성량을 따라갈 수 없다고 보거든요. 노력으로 만회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OST를 들어보니까 엘우즈(여자 주인공)가 부르는 노래가 많던데. 연예인들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걱정은 되지만 제 생각에도 조연들이 눈요기거리를 줄 것 같아요. <헤어스프레이>에 대한 기대가 커요. 이건 굉장히 단순한 이유인데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많이 본 친구가 자기는 <헤어스프레이>가 가장 재미있었대요(웃음). 그래서 기대가 커요.


이 <스위니토드> 같은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비슷한 색깔인 <살인마 잭>에 대한 기대가 커요. 요즘 <영웅>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 않나요? 창작뮤지컬이라는 점에서 호응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은데. 12월까지 기세가 이어질 것 같아요.

박 제가 <영웅>을 두 번 봤거든요. 안중근이 소리를 엄청 질러요. 류정한 배우는 소리를 너무 질렀는지… 이미 목이 잠겼어요. 류정한씨 팬인 분도 “정성화 캐스트로 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하던걸요.

김 공연장 위치도 무시 못하잖아요(웃음). 전 회사랑 가까워서 그런지 <금발이 너무해>가 눈에 띄고,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박 공연장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가장 불안한 작품이 <살인마 잭> 이에요. 배우들도 기대되고, 스릴러라는 점에서 가장 기대 되면서도 유니버셜아트센터라는 점이 걸려요. 결혼식장 같은 각이 없는 공연장이잖아요. 이번에 공사를 했다고 해서 어느 정도 기대감은 있는데, 정보를 얻어보니까 메인 프레임은 그대로 있고 1층만 바꾼 것 같더라고요. 음향이라는 게 그렇게 공사를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편 공연장 때문에라도, 충무아트홀의 <웨딩싱어>가 기대되죠. 충무의 음향이 불만이라는 분들도 많지만. <올슉업> 보면서 느꼈던 건데, 6열 뒤로만 앉으면 괜찮던데요?

하 접근성도 좋죠. 오히려 앞자리에서 보면 무대가 한눈에 안 들어와요, 2층에서 봐도 좋은 곳이 충무인 것 같아요.

이 한전아트센터하고 유니버셜이 가장 걱정이죠.

김 한전아트센터는 그나마 선전했던 게 <젊음의 행진> 이었던 것 같아요. 한전에서 하는 건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공연이 아니라면 그냥 패스하죠.

이 뮤지컬의 무덤인 곳이 몇 군데 있어요.

박 공연장만으로 믿음이 생기는 건 LG아트센터고, 가장 안타까운 건 이번에 <달콤한 나의 도시>가 하는 극장용이에요. 무난하고 괜찮은데 대박공연이 없어서 속상해요.그런데 여기 의자가 정말 편하거든요.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잠들어버려요, 좀 안타깝죠.

편 극장용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접근성이죠.

하 그래도 <달콤한 나의 도시>는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커요. 재미있게 봤던 뮤지컬은 대부분 오디에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일단, 배역에 맞는 캐스팅을 잘하는 것 같아요.

편 아, 그러고 보니 오디에서도 실수한 게 있어요. <마이페어레이디>의 이형철씨. 그 분을 왜 캐스팅 했던 걸까요? 공연장에서 신춘수 프로듀서가 지나가는 걸 봤는데,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니까요. 그 때 왜 그랬냐고. 그래도 오디가 캐스팅은 잘하는 것 같아요. 티켓파워 있는 연예인을 기용한다는 게 아니라, 역할에 맞는 배우 캐스팅을 잘하거든요. 뮤지컬 배우라도 그 역할에 안 맞으면 꽝인데. 그리고 뮤지컬시장 상황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한다는 느낌이에요. 오디 같은 경우는, 할인에 대한 유연성이 뛰어나요. 가격을 대폭 낮추더라도 객석을 채우겠다는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다른 회사는 초대권을 뿌렸으면 뿌렸지, 할인은 안 한다는 태도거든요. 고집을 부려야 할 때 부리면 좋은데. 그런 점에서 오디는 마케팅 쪽에서 완급조절을 잘하는 것 같아요.

박 <달콤한 나의 도시>는 개막 전부터 40% 할인에 들어갔어요. 이럴 경우에는 가격이 내려간 김에 보겠다, 얘네들이 얼마나 준비를 안 했으면 처음부터 이렇게 할인을 하겠느냐는 두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후자에요. 일단 보류 했다가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고 기다려요.

편 예술성 까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의 작품성을 확보하면서 상업적인 구색을 갖췄다는 점에서 PMC 프로덕션의 작품도 괜찮은 것 같아요.

박 연예인들이 많이 출연해서 PMC 작품이 볼만하죠. 홍보도 많이 되고. 뮤지컬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요. 일단, 상업적으로는 실패를 안 하는 것 같아요.

이 뮤지컬 커뮤니티에서 스탭으로 활동 중인데, 단관(단체관람)을 진행하다 보면 프로덕션과 접촉할 일이 생기잖아요. <금발이 너무해> 단관을 진행하면서 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어요. 2시가 티켓 오픈 인데, 12시가 되도록 캐스팅 공지가 안 뜨는 거에요. 그전부터 계속 연락을 해도 답이 없고. 단관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당황스럽죠.

박 신시컴퍼니는 <댄싱섀도우> 때문인지, 작품들이 될만한 작품, 안전 위주로 갔던 경향이 있었어요. <시카고>,<맘마미아>만 계속 하는 것도 그렇고. 특히 신시는 브로드웨이 색깔이 강하잖아요. 이번 <헤어 스프레이>도 그렇고. 이번에 새롭게 올리는 <퀴즈쇼>가 더 궁금해요. 이전에 <렌트>하고 <자나돈트>가 붙었을 때, <렌트>보다 <자나돈트>에 신경 썼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소설을 무대로 올리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퀴즈쇼>에 올인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봐요. <헤어 스프레이>는 이전에 한 번 올랐던 작품이고, 개인적으로 왕브리타씨가 없는 <헤어 스프레이>는 <헤어 스프레이>가 아니라고 보거든요. 

김 와, 전 오늘 여기서 많이 배우고 가는 것 같아요. 전 캐스팅, 공연장 정도만 따지는데. 프로덕션까지 생각하는 줄은 몰랐거든요.

 

김 박경림씨도 <헤어 스프레이>에 나오죠?

박 박경림씨는 그냥 패스할게요. <헤어 스프레이>는 왕브리타씨가 나왔다면 감안하고 봤을 텐데. 솔직히 여배우 세 명이 티켓파워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박경림씨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을 텐데. 그나마 가장 부각되는 게 권소현씨 같아요. 그런데 제시카씨가 의외로 잘한다고 하던데요? 시연회에 갔다 온 분들이 엘우즈 이미지와 딱 맞는다고 칭찬하던걸요.

편 1막 까지는 잘 어울렸어요. 엘우즈의 본격적인 변신이 시작되는 2막만 잘 넘기면 좋은텐데. 법정장면이 고비일 것 같아요. 세 배우 중에는 이하늬씨 감정표현이 가장 좋던걸요? 제시카는 노래는 잘하는데, 사흘이면 목이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으로 노래를 해서….

하 뮤지컬 마니아들은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의 공연은 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티켓파워는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있잖아요. 공연 만드는 사람들이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그래도 한 두 명, 정도는 뮤지컬 전문배우가 출연해서 연기력, 노래로 승부했으면 좋겠어요.
편 좋아하는 뮤지컬 작품을 끝낸 배우가 “뮤지컬이 흥행이 안 돼서 출연료도 못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유명한 연예인이 나와서 티켓이 나가면 돈은 벌 거 아니에요. 연예인이 자기 역할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준다면, 최소한 티켓이라도 팔아준다면 좋죠. 연예인 출연을 반대 하지는 않아요. 자신의 역할을 맡아서 해준다면요. 이번에 윤도현씨도 <헤드윅>에 출연하는데 전 정말 잘하실 것 같아요. 록커이기도 하고, 강한 척 하지만 굉장히 여린 스타일 같거든요. 그런 점에서 헤드윅으로 잘 맞을 것 같아요. 연기가 문제인데 <헤드윅> 안에서의 연기는 무난할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걱정 되는 건, 강태을씨에요. <선덕여왕>에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작품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박 <삼총사> 배우들이 대부분 <살인마 잭>으로 넘어왔잖아요. 쟁쟁한 배우들이 많다는 점에서 <살인마 잭>에 대한 기대가 커요. 엠뮤지컬 컴퍼니는, 소속 배우들로 엠만의 색깔 있는 뮤지컬을 잘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특히 최민철씨의 변신이 궁금해요. 솔직히 <올슉업>은 별로였는데, <드림걸즈> 때는 정말 최고의 캐스팅이었잖아요. 걱정되는 캐스팅은, 많지만 그냥 패스할게요(웃음).

이 <살인마 잭> 같은 경우에는 좋아하는 배우들로만 조합을 맞추기에는 워낙 경우의 수가 많아서 어려운 점이 많죠. 이번에 갑작스럽게 김무열씨 공연으로 변동된 게 있잖아요. 보통 때 같으면 환불해달라고 그럴 텐데, 이번에는 “무열씨 공연으로 양도 좀 내려주세요”라는 글이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원하는 캐스팅으로만 이루어진 조합이 한번도 없어요.

 


김 정말, 궁금해요. 한 작품을 두 번 이상 보려면, 경제적으로 부담되지 않아요? 전 주로 초대이벤트를 이용해서 보거든요.

박 취미생활이잖아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잖아요. 전 공연을 보는 거죠. 주위에 있는 마니아 분들은 적금을 들기도 하고, 망원경을 사서 2, 3층의 비교적 저렴한 표를 사서 여러 번 보기도 해요.

편 좀 민망한 이야기이긴 한데. 같은 공연을 서른 번 이상 본 것도 있어요. 좋은 작품을 발견하면 정말 그렇게 되요. 한 번 보고 나서, 열 번, 스무 번 봤을 때 느낌이 다르거든요. 점점 변하는 게 느껴져요. 배우의 감정도 보이고, 전체적인 무대의 변화도 보이고. 그런데, 이것도 싱글이라 가능한 것 같아요(웃음). 건강을 해치는 건 아니니까, 건강한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해요.

 

박 다양한 공연들이 쏟아지면 오히려 불안해요. 여러 개를 봐서 실패하느니, 차라리 재미있는 한 편을 찾아서 재 관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중간한 걸 보기 위해서 이 돈을 들이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이죠. 재미있는지 궁금한 작품들도 많은데 저도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좀 더 살펴본 후에, 어떤 작품을 볼지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리: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