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명료한 강풀

2003년 한 포털 사이트에 연재돼
하루 최고 200만 회의 조회수를 올렸던
강풀의 < 순정만화 >.

그는 ‘강풀’이라는 이름으로 최고의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만화가이다. 강풀은 < 순정만화 >, < 아파트 >, <바보 >, < 타이밍 >이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그의 만화는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만화가 중에 하나이다. 강풀은 세달 동안 콘티를 짜놓고 첫 번째 장편을 쓴 것이 < 순정만화 >이다. 처음으로 장편을 만드는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고민도 많이 했던 그런 작품이다. 이 작품이 연극 무대로 옮겨져 풋풋하고 가슴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극은 첫 날 공연을 봤어요. 굉장히 좋던데요.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연극으로도 만들어지게 되어서 우선 좋아요. 제 원작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시나리오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려도 많이 했는데 기발하고 재미있어요.”
그가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 >에 대해 처음 한 말이다. 그의 만화는 그림보다 나레이션이 큰 축을 만들고 있다. 나레이션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도와주고 있으며, 순정만화의 영화 같은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게 한다. 그만의 특징이고 그만의 매력이리라 생각된다.

연극 < 강풀의 순정만화 >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서른 살 노총각 연우와 띠동갑인 18살 여고생의 사랑과 20대 후반의 여자와 남자 고등학생의 사랑을 대비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로의 연인들을 보면서 서로 배울 것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고 강풀은 이야기한다.
“연애는 둘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금의 사람들간의 인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반대되는 커플 구도를 만들게 된 것이고 서로의 연인들을 보면서 배웠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게 된 작품입니다. 따뜻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는 상지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한 후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다녔다고 한다. 엽기만화 등을 그리곤 했는데 강풀의 성격상 못 그리겠다는 결론을 내고 ‘장편만화를 그려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 순정만화 >였다. 그것도 온라인 만화를 그린 것이다. 반응이 그렇게 좋을 줄은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 순정만화 >는 강풀에게 있어서 그가 가고 싶은, 가야 할 길을 열어준 만화였던 것이다.

“전에는 엽기만화, 똥 만화를 많이 그려서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제목도 어설픈 제목을 달아서 쓰는 것보다 ‘난 순정만화를 그린다’라는 것을 표방하는 방식으로 순정만화라는 제목을 달고 싶었어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죠.”
그는 < 순정만화 >에 자신의 이야기가 없는 가상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주변의 것들을 차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극중 김연우의 나이가 30살인 것은 강풀이 < 순정만화 >를 만들 때의 나이가 30세였고, 주인공 수영의 이름은 강풀의 어머님의 성과 강풀의 여자친구 이름, 강풀의 본명 강도영의 이름을 합친 것이다. 강숙의 이름도 강풀에서 ‘풀=쑥’으로 해석해서 강숙으로 변했고, 여규철이나 권하경, 차은주 등은 친한 지인들의 이름을 모두 합친 것이다. 그가 살고 있는 천호동을 포함하여 풍납동 등 강동구에서 보낸 세월이 많았기 때문에 등하굣길의 여고생들을 보고 모델을 삼았고, 짬짬이 특별 출연을 해 주었던 하대리, 아리깔깔, 고필헌 등은 친한 선배나 친구, 후배들의 작품 속에 나오는 캐릭터이거나 친구이다.

“강풀은 제 별명이었어요. 대학 다닐 때 머리부터 발 끝까지 풀색으로 입고 다녔어요. 자연히 저의 별명이 강풀이 되었죠. 제가 풀밭에 누우면 안 보일 것 같다고 해서 부쳐진 별명이죠. 아이디 만들 때 아이디를 강풀로 했어요. 만화 데뷔할 때도 필명으로 쓰게 되었죠. 그래서 별명이 필명이 되어 버렸죠.”
그가 대학에 입학할 때에는 만화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데모도 많이 했다고 한다. 학생회에서 일을 할 때 한겨레 신문의 만평을 보고 강풀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한 뼘도 안 되는 공간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까발려진 채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 이후 학내의 모든 행사 때마다 무대걸괘와 대자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필요에 의해서 그림을 그렸고 그 시간이 강풀에게는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자리를 알아보고, 군대 다녀오고. 강풀은 그러면서 만화를 그리는 것을 못하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만화가 좋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온라인 만화를 발표하게 된다.

그는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다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다른 캐릭터를 만들 여력이 안돼요. 제 능력도 안되고. 하나 할 때는 아무 것도 못해요. 다른 만화가는 손이 빠른데 저는 느려요. 선배님이나 동료 만화가를 보면 스케치 할 때 순간이에요. 그런데 저는 스케치만 1시간 걸리는데 다른 캐릭터를 만들 시간이 있겠어요?”
그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그림으로 독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하는 정도로 이해할만큼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림 그리는 것보다 콘티 짜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작업에 매달리게 된다.

“이번 작품을 끝내면 1,2년은 쉴 겁니다. 온라인 만화는 이번이 마지막인 거죠. 상지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로 가게 된다. 내년에는 그의 원작을 가지고 만드는 영화 세 편이 각각 4, 5, 7월에 개봉해요. 한 편은 내 후년 2월에 개봉하죠. 애니메이션도 나왔고, 연극도 나왔으니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거예요. 내년 12월 정도에는 일본에 연재하는 관계로 일본에 갔다 올 것 같아요. 근래에는 god 7집 음반 작업을 같이 했어요. 재미있던데요.”
작년에는 < 순정만화 >가 일본에서도 출간되었고, 이젠 연극으로 만들어 졌으며,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고, 많은 화재를 가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는 바쁘다. 그렇지만 치밀한 계획하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정확하다. 그래서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내년에는 결혼도 한단다. 오래된 학교 후배와 결혼을 하고 싶어했다. 순정만화처럼 그렇게 어여쁜 연애를 한 것처럼 보인다.

언제나 즐겁게 작업을 한다는 강풀은 쉬면서 여행을 하고 싶어했다. 영화도 보고 싶어 한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아직은 많은 젊은 30대이다.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판단이 되면 손도 대지 않는 그의 성격이 참 부럽다. 그만큼 만화만 그릴 것이라는 그의 의지가 부럽기까지 하다. 만화도 겨우 그린다고 하는 겸손함까지.

그가 1-2년이 될지 모르는 긴 휴식시간이 끝나면 또 어떤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강풀만의 또 다른 흥미진진한 작품을 기대해 본다.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 >에서 그가 그려 놓은 영상을 맘껏 즐겨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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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이대훈 (wonderfuli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