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최고!

새롭고 신선한 느낌도 좋았지만 배우분들의 개성이 돋보였습니다 특히나 로렐라이를 열연한 지현주 배우님을 알 수 있게 된 레드북이란 작품은 닫혀 있던 마음의 자물쇠를 열게 했습니다

자꾸만 읽고 싶네, 그녀의 빨간 로맨스, 뮤지컬 <레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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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임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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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다르게 요즘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아직도 개방된 듯 개방되지 못한 ‘성(性) 문화’라면 그 역시 남들 모르게 ‘야한 동영상’ 이나 ‘야한 소설’을 인터넷매체를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다들 그 때를 기억하는가, 인터넷매체가 흔하지 않던 시절, 내가 원하는 ‘그것’을 얻기 위해 친구들과 은밀하게 ‘빨간 비디오’ ‘빨간 잡지’를 주고받았던 그 시절을! 흔히 경험하지 못했더라도 성에 눈뜨기 시작한 남학생들이 몰래 ‘빨간 그것’을 가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은 그 누구에도 상상하기 쉬운 장면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가? 왜 그 장면은 항상 남학생들이었을까, 여학생들 역시 빨간 비디오를 보며 그 이상의 세계에 눈길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이 장면에서는 여학생들은 손을 가리며 부끄러워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아직은 우리 뇌리에 박힌 고정관념일 뿐, 이제는 외칠 수 있다. “여자들도 야한 상상을 해, 난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해!”







(자료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 ‘창작산실’의 2016년 뮤지컬 우수신작으로 선정된 뮤지컬 <레드북>이 대담하게 여주인공 ‘안나’를 원 톱으로 세우며 색다른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선보였다. 여성의 성과 사랑을 유쾌하게 다뤄내며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꼬집어 낸다. 이번 뮤지컬<레드북>이 2013년 ''여신님이 보고계셔''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과 기대를 받으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기대주로 부상한 작가 한정석과 작곡가 이선영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4년 만의 신작이다.




그들의 환상적인 호흡은 이미 공연계에 평판이 나있기에 이번 창작뮤지컬<레드북>이 이번 이 첫 개막이지만서도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충분한 신작이었다. 특히나 남성작가인 한정석이 ‘여성의 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건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는 그의 색다른 시도였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야기 배경 역시 더욱 성차별에 억압적이었던 시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배경으로 잡으며 그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료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약혼자에게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 당하고,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안나’는 특이한 괴짜로도 불리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혼자 당당히 살아가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한 남성과 결혼하여 가정의 생활에 충실한 여성만이 인정받는 빅토리아 시대에 ‘안나’는 여전히 골칫거리이며 남성들에게 희롱받기 일쑤인 나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사회에 외면 받던 여성 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에 참여하고 그녀의 발칙하고 솔직한 이야기 ‘레드북’을 발간하면서 사회에 인정받는 소설가로 성장한다.








(자료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하지만 역시나 이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음을 공연에선 절실하게 보여줬다. 자꾸 그녀에게 “넌 틀렸어”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과 그녀의 파트너 ‘브라운’까지, 그녀의 성장통은 꽤나 강렬했다. 하지만 그녀의 파트너 ‘브라운’을 보수적인 신사에서 그녀를 이해하는 로맨티스트로 변신하게끔 만든 그녀의 당차고 무궁무진한 매력은 그 당시 그녀의 책을 읽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뿐더러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독립적으로 성장한 여성의 이야기’라는 다소 진부적이고 교훈적인 주제로만 비춰질 수도 있는 스토리이지만 매우 자연스러운 ‘연기’와 그녀의 통통 튀는 ‘캐릭터’는 절대 진부하지 않은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자료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또한 공연에는 단연 ‘안나’만이 존재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스토리 진행에 있어도 다양하게 설치된 웃음코드와 가지각색 인물들의 발칙하면서도 때론 위로할 수 있는 그들의 시너지는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를 더욱 부각시켜주었다. ‘브라운’의 절친 ‘잭’과 ‘앤디’의 경쾌한 발맞춤 행진은 물론 흔쾌히 여장연기를 가능케 했던 ‘로렐라이’와 ‘도로시’, 문학회 여성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안나’를 성장시켜준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공연에서 다소 불편했던 점이라면 2부에서의 평론가 ‘존슨’의 존재성이었다. 물론 이렇게 유쾌한 코미디 극에서도 악역이 있어야 더 다양한 매력이 뿜어져 나오지만 악역을 자처한 ‘존슨’의 캐릭터는 단순 악역을 넘어선 극 흐름의 진상의 느낌이 들만큼 단순히 가벼운 캐릭터로만 느껴졌다. 또한 탄탄했던 1부 전개에 비해 2막의 흐름이 다소 쳐진다는 느낌과 170분이라는 거의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이 관객들의 마음을 끝까지 붙잡고 있지는 못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자료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하지만 후반부로 치우쳐졌던 스토리에도 공연이 끝나고 눈을 감고 잠들 때까지 우리의 마음을 붙잡고 귓속을 계속 맴돌았던 건 역시나 스토리 상황마다 절묘하게 어울렸던 넘버였다. 처음 ‘안나’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불렀던 ‘낡은 침대를 타고’는 물론 ‘안나, 이야기를 들려주렴’ ‘사랑은 마치’ ‘나는 야한 여자’ 등 주옥같은 곡들로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작곡가 이선영은 “캐릭터에 맞춰 클래식한 곡부터 팝적인 곡들까지 다양한 곡들로 구성을 했으며, 전체적으로 사랑스럽고 발칙한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이번 뮤지컬 음악적 컨셉을 밝혔는데 그녀의 바람대로 슬픈 ‘안나’의 노래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그녀의 색깔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자료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넘버 수록곡 중 no.7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중에서는 이런 가사내용이 담겨져 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를 때,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를 이 종이 위에 담아“




여성이 핍박받는 현실에 ‘안나’의 마음은 이렇듯 외면당하고 슬픈 마음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성의 이야기’라는 분명한 주제가 드러나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역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안나의 응원이지 않을까.

뮤지컬 <레드북>은 이렇듯 2주의 짧은 기간으로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지만 사랑스럽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또 그 안에는 요즘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연으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창작 공연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 이상 숨어서 보게 되는 금기의 빨간 잡지가 아닌 당당히 입소문으로 관객들이 직접 찾아가는 그런 빨간 공연, 그런 뮤지컬 <레드북>이 되길 바래본다.






[출처] 자꾸만 읽고 싶네, 그녀의 빨간 로맨스, 뮤지컬 <레드북>|작성자 아트엠콘서트

더 자세한 내용은 아트엠콘서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artmconcert.com)

배우들도 너무 잘하고 유쾌하고 재밌는 극이에요

얼른 본공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