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몸짓은 천상의 언어며 예술이라는 생각이 절로!
인간 차이코프스키와
예술가로서의 차이코프스키에 대해 더 알고 싶게 한 작품!

제목과 마찬가지 입니다.
뮤지컬 같다는 느낌을 ....
음악은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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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국립발레단 125회 정기공연



예술감독 : 최태지

음악: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안무 : 보리스 에이프만

무대 및 의상 : 브야체슬라브 오쿠네부

조명 : 글렙 필쉬틴스키

출연 : 국립발레단



지휘자 : 박태영

오케스트라 :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9월 11일자 공연 주,조역 명단



차이코프스키 : 김현웅

자아 : 이동훈

부인 : 김주원

폰 멕 부인 : 유난희

왕자/조커/젊은 남자 : 정영재

소녀 : 김리회



공연시간 : 1막 45분, 2막 45분, 인터미션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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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발표된 예술의 전당 2009년 연간공연목록에서 국립발레단의 125회 정기공연작인 [차이코프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실존 인물의 전기를 발레 장르로 구성화시킨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부제에서 풍기는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비극적으로 살다간 차이코프스키의 삶을 작품이 다루는 부분에 적극적으로 접목시킬 것이란 생각이 들자 솔직하긴 하나 촌스럽고 투박하기도 한 부제가 마음에 쏙 들었고 그것은 성급히 예매를 한 뒤 개막이 가시화되길 기다리게 해준 요인이 됐습니다.



2006년 내한공연에 이어 라이센스로는 국내 초연인 [차이코프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살아있는 전설''세기의 무용수'란 평가를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말라코프의 내한 소식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더욱 부추겼는데 캐스팅 일정이 나오기 전에 예매를 했고 반복 관람할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말라코프에 대한 기대감과 본 공연을 본 뒤에 쏟아져 나오는 환희에 가득찬 흥분에 저 또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국립발레단의 인기 주역 무용수들로 채워진, 애초 잡았던 회차에 보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작품은 굉장히 좋았어요.



늘 좋았던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던 국립발레단 공연은 제가 오로지 프러덕션만 믿고 챙겨보는 몇 안 되는 단 중 하나입니다. 일일이 부대행사까지 따라다닐 정도의 열정은 아니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완성도는 물론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은 웬만하면 챙겨보자, 주의여서 티켓창구가 열리자 자동반사적으로 예매한 감도 있는데 그런 이유로 들뜸과 동시에 양식화 된 습성에서 오는 나른함도 끼쳐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차이코프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취소할 일은 없을 것이었기에 느긋하게 기다렸죠. 변덕스럽게 공연 취소를 번복하며 찬찬하지 못한 공연 관람 취미에 연연하고 있지만 길어야 일주일이고 재공연 간격도 길디 긴 클래식 공연은 경망하게 취소했다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예매를 안 하면 모를까 예매한 공연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일단은 보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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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고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여전히 느끼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중압감에서 금세 벗어나게 해준 전개를 보여줬습니다. 제가 발레를 보는 이유가 여백이 많아서인데 이 작품도 극 내내 생각할 시간을 줘서 마음에 들었어요. 한 예술가의 성년기부터 말로에 이를 때까지의 삶을 아름답고도 역동적이며 허망하게 마무리하는 연출이 근사하더군요. 격정적인 장면이 많은데 그럴 때의 순간순간을 연결하는 이음새가 부드럽고 난이도 높은 동작을 유연하게 넘기는 솜씨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주역 무용수의 기량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작품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2회 공연이 있는 9월 12일 토요일 공연을 시도했을텐데 말이죠. 하루걸러 같은 공연을 반복해서 보기엔 예술의 전당 왕복 거리가 멀어서 힘들었고 며칠 내리 공연을 보는 바람에 상당히 피곤한 상태라 재관람 엄두가 안 났거든요. 덕분에 김현웅 출연회차는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제목이 한 줄로 요약해주고 있어요. 말 그대로 차이코프스키의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를 다룬 내용입니다. 사실 미스터리라고 할 것도 없죠. 차이코프스키가 동성연애자였던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설사 모르는 사람이다 하더라도 어지간한 예술가들은 대게 게이성향이 있잖아요. 작품은 표면적인 미스터리엔 관심이 없습니다. 극 전개상의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었다면 차이코프스키의 동성애 성향보단 그를 통해 불거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독극물 사인을 파고들었겠죠.



저도 차이코프스키에 별 관심이 없던지라 그의 면면은 이 작품 관람 전후를 통해 겨우 훑은 정도였는데 작품이 노골적인 호모섹슈얼리티를 풀풀 풍기고 있음에도 별로 놀랍지 않았어요. 알고보니 그 사람 동성애! 라는 것에 이젠 무덤덤해졌거든요. 차이코프스키 역시 그냥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죠. 제목에서 말하는 미스터리 란 차이코프스키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혼란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뻔한 혼란이고 고민이긴 하지만 동정은 가더군요. 공감은 안 갔어요. 저 정도로 정체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그게 그렇게 제어가 안 될 만큼 괴로운 것일까, 싶었죠. 차이코프스키의 뒤틀린 욕구불만이 표현된 노골적인 호모섹슈얼리티를 풍기는 많은 장면을 보면서 왜 위대한 남자 예술가들은 죄다 고만고만한 성적 고민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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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막마다 친절히 상세 줄거리가 자막에 나왔지만 제목 이상의 줄거리 요약이 안 되는 작품입니다. 단순하게는 설명되지만 한 사람의 일생 중 정점 될 만한 부분만 토막토막 쳐낸 에피소드를 중구난방으로 개연성 없이 펼치기 때문에 줄거리 요약은 의미없는 일입니다. 발레단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1, 2막 줄거리가 기재되어 있지만 그것만 읽고는 도통 뭔소린가 싶죠. 이야기는 차이코프스키의 생애라는 큰 줄기 아래 그가 겪고 체험한 과정과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산만하게 엮습니다. 현세의 비통함과 꿈틀거리는 성적 열망으로 가득찬 상태에서 차이코프스키가 역대 작곡한 음악과 작품들을 여기저기 집어넣고 정통 발레와 현대무용을 뒤섞어 잡탕밥을 만든거죠. 그렇다고 뒤죽박죽이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죠. 이 작품은 일정한 목표점을 두고 서서히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며 성숙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자신의 생을 훑어보기 마련이죠. 그건 찰나의 순간입니다. 죽기 직전의 순간은 짧아요. 죽어본 적 없어 장담은 못하겠지만 어떤 식으로 죽든지 죽음 직전의 순간은 누구나 주마등처럼 스칠 것이라 생각됩니다. [차이코프스키 -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의 전개과정은 바로 죽음 직전에 놓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보입니다. 생사를 넘나들며 머릿 속에선 빠르게 회전시키는 일생의 단면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거죠. 그 때문에 당연히 개연성은 떨어지고 혼란은 가중될 수 밖에 없어요. 원래 사람 심리라는 게 육하원칙처럼 딱딱 들어맞고 정돈되는 게 아닌데 더군다나 죽음 직전의 상황이라면 망각과 사실이 아무렇게나 얽혀있기 마련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작품에 설득력을 얹어 줄 수 있는 요소가 됐죠. 죽어가는 사람이 가질 법한 혼란스러운 그로기 상태를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그 덕에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익숙한 예술가 클리셰를 돌파할 수 있었고요. 공연 시간이 90분 밖에 안 되는 것이 이해가 갑니다. 죽기 직전에 여유있게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니까요. 더 짧아도 좋아요. 설명을 안 할 수록, 이야기가 사방팔방으로 퍼질 수록 불안전한 죽음 직전의 착란 증세를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보리스 에이프만이 원하는 만큼 표현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러기엔 설명이 너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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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을 통해 그의 성적 성향을 엿보고 분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별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예술은 경험의 산물이고 특정 예술가를 다룰 때 해당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결부시키는 건 당연한 귀결이며 그 분석결과도 전혀 신빙성 없는 건 아닙니다. 허나,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왜곡하고 어느 정도는 설득력을 주는 연구 결과를 따라가는 일은 좀 피곤하고 따분한 구석이 있어요. 어련하겠냐마는, 차이코프스키의 걸작 탄생 이면엔 불행한 삶, 불건전한 호모섹슈얼리티와 변태적 상상, 부부간의 불화, 알량한 자존심 등의 결박에서 걸러진 산물이라네요. 이게 어디 차이코프스키만의 상황이겠어요? 이런 경우는 쉽게 볼 수 있죠. 찾아보면 많습니다.



이 점이 식상하지 않은 이유는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삶, 그의 작품들을 무대 매커니즘과 결부시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장르 이식을 제대로만 하면 지겨운 요소를 탈바꿈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뻔한 관점을 갖고 발레 장르로 덧칠하자 놀랍도록 역동적인 예술품으로 격상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잠자는 숲속의 미녀'등의 발레극이 발레 장르를 통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통해 자유롭게 등, 퇴장 하며 재조명을 받으니 이 작품은 구성의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장르의 특성과 탁월하게 맞아 떨어져 섬세하게 직조된 도발적인 표피를 두를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전체적으로 시종일간 퉁기는 불협화음입니다. 실존인물의 삶을 실존인물이 작곡한 음악과 그 음악을 통해 만들어진 발레를 실제 발레 장르에 짜깁기하자 상상이 가미된 픽션은 제법 실감나고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결합된 것 같은 음악과 안무는 탁월하게 조합되었죠. 자칫 잘못하면 갈라 쇼로 전락할 수 있는 요소를 영리하게 비껴갔어요. 격렬하게 짜여진 안무와 금속성의 이미지를 통해 구현된 휑한 무대는 차이코프스키의 우울과 고독을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점잖빼지 않고 결합된 성적 유희의 표현도 아슬아슬하고 전개를 이을 수록 격해지죠.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행이 작품 성격에 부합합니다. 과도한 호모섹슈얼리티가 전 좀 불편했습니다만, 이 정도 완성도와 집중력을 안겨 주는 작품에서 그 정도 불만은 쉽게 휘발되는 것이었죠.



- 국립발레단은 설문조사를 참 많이 하더군요. 타 장르 공연 보러 갈 때는 거의 없는데 발레는 보러 갈 때마다 설문조사 요원을 볼 수 있어요.

전 이화석 무용단의 현대무용이 마음에 들었었고, 그외에 맘에 드는 컨템포러리발레 한두개가 있었는데,

오늘 3시에 말렌코프?나오는 걸 보고 완전 감동했어요.

1막에서는 피곤하고 졸려서 잠을 자느라 공연을많이 놓쳤는데,

2막은 무대도, 소품도, 의상도 딱 적절하면서도, 신선했어요.

2막은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아직 안보셨다면 꼭한번 보아두실만한 공연이예요.

2막이 1막처럼 45분이어야 하는데 20분남짓하고 나서 커튼을 내리길래; 사고인줄 알고 시계를 보니까, 50분남짓 시간이 흘렀더군요.

시간을 잊게 만들 정도로 멋진 공연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최고예요~

특히 2막 정말 멋져요.

저말고도 2막은 너무 짧았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그분에게도 2막이 너무 시간이 빨리 간 모양이예요.

정말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