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는 하지만 발레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예술쪽에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무슨 내용인지 전혀 이해를 할수 없는 난해한 몸짓이었지만...
옆에 앉아 관람하던 안사람이 공연 중간중간 내 이해를 돕는다고 뭐라뭐라 했지만 그래도 내용을 전혀 파악하기 참으로 힘들었다는...
그렇지만 발레하는 무용수들의 예술혼 담긴듯한, 좀 격한 그래서 요즘 발레는 저런 것이구나 하는 새로운 발레의 면모를 알게 했던, 손짓 발짓이 인상적이었으며, 또 하나, 그때 그때 바뀌는 조명의 힘은 참으로 압권이었습니다.
어찌 되었건간에 안사람이 좋아하니 내 마음도 뿌듯...

무미건조한 일상을 버텨내다가 문득 아름다운 것에 대한 열망이 끓어올라서 인터파크 티켓에 들렀어요ㅎ

그러던 중에 눈에 들어온 시댄스! 날짜상 예매 가능한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 밖에 없었습니다ㅋ

또 언젠가 유명 외국 월간지에서 본 적 이 있는 것 같은 이탈리아 국립 발레단의 공연이라 냉큼 예매를 했지요ㅎ

그동안 대사가 있는 연극과 뮤지컬을 보다가 대사가 없는 발레 공연을 보려니 왠지 긴장이 되었고 아름누리극장에 도착해서 라운지에 앉아있을 때 프로 공연 기획, 연출가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파일을 펼쳐놓고 대화하면서 공연 관계자 분들을 소개하는 장면들을 보고 더욱 설렜습니다.

드디어 공연 시작! 머큐쇼로 짐작되는 발레리노가 발에 볼링공을 끼우고 연기를 하더군요ㅎ 볼링공을 끼운 발로 중심을 잡을 때면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연기하는 모습 이란! 연출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ㅋ 이런 상징물과 연기의 결합이라니! 어쩌면 그는 머큐쇼가 아니었을 지도 모르죠ㅎ 이 극엔 로미오와 쥴리엣들만 나오고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ㅋ 하지만 초반 발레리나의 독무와 군무는 확실히 쥴리엣이 미래의 신랑감에 대한 기대와 상상으로 설레하고 쥴리엣의 집에서 성대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어요ㅎ 발레 공연, 특히 이런 실험적인 발레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ㅋ

포스터로 쓰인 장면인 환풍구 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안무는 안무가의 미적 감각에 경외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환풍구를 이렇게나 로맨틱한 장소로 바꾸다니! 여러명의 로미오와 줄리엣 들은 마치 온 세상에 자신들만 있는 것처럼 여기는 심리상태를 묘사한 것 같아 로미오와 줄리엣이 10대였다는 사실을 와닿게 했구요. 쥴리엣이 로미오의 소식을 듣고 무너질 것 같은 춤을 추다가 쓰러지고, 로미오가 쥴리엣을 일으켜 세울 때 배경으로 쓰인 전광판에 그려진 감정 기복선은 그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대사 없이 쥴리엣의 감정이 이렇게 잘 전달되다니... 폭포수로 짐작되는 세트에 올라가 서로의 복부를 맞댄 X자 포즈로 마무리 되는 엔딩! 엔딩에 대한 이의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박수가 끊이지 않아 무용수들이 몇번을 인사했는지 모릅니다ㅋ 이탈레아 국립 아떼르발레또 무용단! 다음 내한때도 꼭 볼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