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낭독극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고 고연옥 작가와 김정 연출의 협업도 궁금해서 지난 달 조기 예매 할인 기간에 일찌감치 예매해 두었는데 뒤늦게 ‘씨네21’ 이벤트에 당첨되는 바람에 예매표를 취소하고 대학 친구와 함께 봤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무대에서 극이 시작되고 바닥판을 들어 올려 집을 지었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판이 기울어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 결국 무너지고 마는 여자의 삶을 드러냅니다. 배우들의 몸짓이 인상적이었는데 여자 역 윤가연과 남자 역 백성광은 무용가 출신이네요. 카멜레온 같은 목소리로 재미를 주던 이수미를 비롯해 최희진, 황순미, 임영준, 최순진, 권겸민, 김정화의 연기도 좋고 무엇보다 다들 발성이 좋았습니다.
지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고 마음을 잡지 못한 채 살던 두 사람은 결국 각자 원하던 곳으로 떠났으나 그 이후 행복했을 런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집착하는 것일 뿐 막상 손에 쥐고 나면 시들해지는 것이 인간이니까...

참..음..
시작과 끝은 마음에 들었으나 사실상 단편적인 현실의 모습만 무대에 올려놓은 극이라고 느꼈다.
곰이라는 특이한 설정을 써먹지 못하고 소위 한국근현대문학에서 골백 번 반복되었던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찌질하고 불쌍한 남편''과 ''헌신적이고 불쌍한 아내''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처럼 보여서 후반부에는 헛웃음마저 났다. 연출에 앞서 일단 대본이 아쉽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리플렛, 원작 안 읽고 가서 하얀 백지상태로 공연 봤습니다. 그런데도 스토리 이해가 다 됐어요. 움직임도 많고 여러 장치들도 많이 사용하고 즐거웠어요. 앞부분과 뒷부분이 수미상관하는 구조를 보면서 울컥하기도 하고 마음이 참 헛헛했어요.

처의 감각 마지막 공연도 너무 좋았어요.
티저에서 정말 막 한다고 했던 것처럼 진짜 무대 위를 다니는 배우들을 보면서 긴 대사들을 저렇게 살아숨쉬게 표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의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