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이란 무엇일까.
나이가 많아졌다는 의미만 담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창가에 햇볕이 들어오듯, 모래사장에 바다가 들어오듯. 오랜 시간이 한 사람의 존재 안에 깊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마음 깊은 곳에 들어온다고 해서 그 사람의 고유한 빛깔이 흐릿해질까? 아니다, 오히려 더 반짝일 수 있다는 걸 ‘늘푸른 연극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로 3번째로 열리는 ‘늘푸른 연극제’는 우리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행사로 선정 연극인들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극 축제다. 평생 동안 오로지 연극 한 길만 걸어오며 작가로, 연출가로, 배우로 연극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현재까지 ‘뜨거운 현역’으로 무대 위의 삶을 살고 있는 원로 연극인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연극제다.
누구보다 뜨겁고 누구보다 푸른 마음을 가진 배우분들의 연극을 볼 수 있어 더없이 뜻깊은 장이다.
올해 늘푸른 연극제의 포문을 열었던 작품은 바로, <세일즈맨의 죽음>이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우리나라로 치면, IMF 사태 이후를 그린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한참 경제 부흥기를 거친 뒤 미국은 대공황을 맞이한다. 자신의 성공가도를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점점 나이가 들수록 엄습해오는 현실에 자신을 현실에 계속 두어도 될지, 자신의 기억 속에 묻어 두어야 할 지를 망설인다. 그 고뇌의 순간을 표현한 작품이 바로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이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5번 이상 주인공 윌리 로먼 역을 맡은 배우 전무송씨가 다시 주연으로 연극 무대에 서서 의미가 남달랐다.
혼잣말을 끊임없이 하는 주인공의 행동은 20세기 고뇌하는 소시민을 표현하는 많은 연극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법이다. 그의 회상이 과거로 향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더 이상 사회에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최선을 다했던 한 가장이 느끼는 공허감이 그의 행동에 담겨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로 그의 기억에 자꾸 흘러가는 건 그가 마주한 현실이 너무 냉혹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회사에서 어떤 돈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존경한다고 말했던 아들들의 방황하는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 그가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의 곁에 변함없이 있는 아내는 그의 과거에도 현재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아내에 대한 부채감 때문인지, 자신의 진정한 꿈을 향해 나아가려던 순간 자신을 세일즈맨에 멈추게 한 것에 대한 원망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 혹은, 자신과 큰 아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던 사건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아내는 그의 곁에 머물러 있었고, 그의 이상행동을 모두 받아들였음에도, 그가 아내에게 마음의 틈을 내주지 않은 이유는 관객들의 생각 속에 남겨 둔다.
주인공의 복잡한 심경을 배우 전무송씨는 관록의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한 사람이 남편으로, 아버지로, 직장인으로 살다가 삶의 허무감을 느낀 이는 어떨까. 그 복잡한 심경이 그의 얼굴과 행동 말투에서 묻어났다. 그 절묘함을 감탄하며 지켜봤다.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불안감을 느끼는 쳐진 어깨, 가족들 앞에서 계속해서 밝은 모습을 보이는 목소리,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친구 앞에서도 과시적으로 행동하는 것까지. 윌리라는 인물이 있다면, 정말 이와 같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내가 보면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엄청난 윌리의 대사량이었다. 윌리는 자신을 힘겹게 만드는 현실에 실망한 후 끊임없이 과거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과거는 세일즈맨으로 삶을 시작하던 순간, 아이들과 함께 소풍을 가던 순간, 큰 아들이 럭비 대회에 나가던 순간이다. 그 찰나로 향하는 순간 그는 마음에 담아 두었던 모든 말을 쏟아낸다. 그의 말에 건성으로 반응하는 것 같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그런 모습에도 행복함을 느끼는 윌리의 모습은 애잔해보인다. 진심으로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괜찮다고 웃는 모습에 마음 한쪽이 찡한 건 나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반응하기보다, 자신의 말을 하기 바쁜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뿐만 아니라 극 전반에 주인공의 대사량은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그 호흡이 느린 것도 아니다. 빠른 속도로 수많은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 전무송씨의 모습은 윌리 그 자체였다. 벅차게 느끼거나 힘겨워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윌리 그 자체를 연기했다. 중간 중간 살짝 틀린 건 손에 꼽을 정도로 그의 대화 소화력은 완벽했다. 그가 이 무대를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느끼지는 부분이었다.
두 시간을 조금 넘기는 극이 끝으로 치달을 수록, 윌리가 회피했던 현실이 무엇인지 보인다. 텍사스에서 방황을 반복했던 아들, 여자를 쫓아다니기에 바빴던 아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몰라 방황했던 자신에 대한 후회, 일확천금의 기회를 날린 것에 대한 미련, 텍사스에서 했던 외도를 아들에게 들켰던 것 등이 단편 단편 나온다.
그 모습은 너무 힘겨워 기억을 파편 조각으로 남겨 두었던 것들이 그의 기억 속에서 하나 둘 맞춰지는 것 같다. 현실 도피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순간에 덮쳐온 현실은 조각조각난 형태가 아니라 온전한 형태로 그를 덮쳐온다. 부정하는 그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사실은 그를 더욱 옥죈다. 더는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아들의 선택은 아버지를 위한 것이었지만. 아들은 한 가지 사실을 몰랐다. 아버지에게 현실 도피는 생을 버티게 하는 전부였다는 점이다. 갑작스레 눈앞에 드러난 현실은 과장없이 그 자체였다. 그 점이 윌리로 하여금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선택 외에는 어떤 선택지도 남기지 못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윌리의 선택에 대하여 우리는 비난할 수 있을까. 그의 고뇌가 저렇게 깊어질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그가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릴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그의 죽음에 대해, 사회적으로 감당해야 할 무게가 마음 속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새로운 시작을 말하며 냉혹한 현실을 다 쏟아내는 아들의 선택이 바람직한 것일까. 우리는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윌리가 처한 문제는 현실 도피였지만, 그 현실 도피 내에 기억들은 하나하나 파편처럼 나뉘어 있었다. 이를 한꺼번에 해결하고자 할 때, 그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 동안 삶을 지탱해온 기억이라는 관성이 ''윌리''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환상 속에 자신을 묻어두고 싶은 사람은 윌리만이 아닐 것이다. 현실을 바라보기 겁내하며, 자신이 만든 허상 속에만 머무는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웠던 기억에 자신을 남겨두고 싶어하는 충동이 커지고 있다. 그 회상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회상이 환상이 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연극이었다.
뜻 깊은 ''제 3회 늘푸른 연극제''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을 다룬 것은 의미심장했다. 어쩌면 원로 연극인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단지 배우 전무송씨가 많이 연기한 작품이기 때문에 <세일즈맨의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연극을 통해 시대에 던지고 싶은 물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를 꼽씹자, 연극이 다르게 느껴졌다. 연극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연극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교차해 만들어낸 의미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세일즈맨의 죽음>을.
2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이 극이 무엇인지 연출의 의도를 모르겠더라구요. 그리고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중간중간 뜨는 호흡, 감정이 앞서 대사를 씹는 실수까지 정말 엉망이었네요. 마지막에 가족들이 이야기 할 때는 배우들이 너무 감정에 집중했는지 돌아가면서 대사 실수를 하시던데 코미디 보는 줄 알았네요. 그리고 굳이 마이크를 사용했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차라리 모든 배우가 마이크를 다 사용하던지...무대 활용도 정말....네....그리고 마지막 연출은 정말....최악이라는 생각만 들게 했네요
너무 이해하기 쉬웟어요. 아버지의 힘든삶과 행복했을때를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절망적 모습들이 너무 슬펐습니다. 완벽한 어버지와 아들을 그리워하는 늙은 세일즈맨. ㅠㅜ
첫작품이었던 세일즈맨의 죽음>의 마지막공연,
관람전 찾아보니 혹평이 많아서 두려웠지만 기대를 놓고보니 생각보다 괜찮게 관람했습니다.
다만 인터미션이 있었으면 관객들이 더 몰입을 잘 할수있었을것같습니다. 몇몇 주요배역분들이 대사를 절거나 다시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원작의 텍스트에 충실..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1930년대의 배경이 80년을 지난 지금과 어찌 그리도 같은지
감탄스럽다.
죽음을 앞두고도 강낭콩을 심으려고 씨앗을 찾는 모습에서
선하고 선한 인간의 본성이 보인다
장례식에서 부인이 절규하는 대사
"당신의 보험금으로 모든 빗을 다 갚아서 이제 더 걱정이 없는데
도대체 당신은 어디 이느냐?"
모든 것이 해결되었는데, 어찌 당신만 미해결이라고 하는 생머멍의 소중함을
가슴에 남긴다.
주간
: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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