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보기 좋은 연극이였어요.

아이들을 위한 연극이였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도 좋았구요.

겨울에 보기 좋은 가슴 따뜻해지는 연극이네요^^

11살이 된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연극을 봤어요. 작년까지는 아들의 연령대와는 약간 맞지 않는 아주 어린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그런 연극들만 있어서 고르면도 약간 망설였는데, 이번 연극은 정말 저희아들 나이에 딱 좋은 작품이었던것 같습니다.
점심을 좀 과하게 먹고, 극장엔 조금 일찍 도착해서 아들도 저도 약간 졸려했었는데, 연극 시작하니까 저희애가 정말 푹 빠져서 봤어요.
전 2부에서 약간 지루한 장면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어른들이 보기에도 좋았어요~

이런 연령대를 위한 연극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초3인 딸과 같이 봤습니다.
지금까지 동화극 형태의 뮤지컬들만 보다가 조금 진지한 "겨울이야기'에
딸도 저도 뭔가 꽉찬 느낌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 겨울 공연도 기다리겠습니다.

서울시극단에서 연초에 하는 공연(파랑새, 손오공)을 다녔던지라..
겨울이야기 역시...
현대적 감각에 맞추었거나 혹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을꺼라 생각하고
올해 8세가 된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1월2일 관람하였습니다.

정통극이더군요..
2시간~(중간에 10분 쉬는시간 포함)

1부는 솔직히 재미없었습니다.
왜 갑자기...왕이 왕비와 자신의 친구인 이웃왕을 의심하는지..
개연성도 떨어지고...어른인 저도 이런데...아이들은 더욱더 그러했구요..

2부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우스깡스러운 행동과 모습에..
아이들이 웃었습니다.. 그런면에서는 1부보다 나았습니다.

전 솔직히 아이가 2시간동안 무사히 공연을 관람한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익스피어 이야기 시리즈를 매년 초 상연하다고 해서..
내년에는 좀더 재미있는 연극을 만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봅니다.

많은 눈이 내리던 어느 주말에, <겨울이야기>를 보러 집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이미 겨울이야기는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무대를 걷고 있고, 천장에서 흩뿌리는 눈을 맞으며 버려진 아기 - 퍼디타를 발견할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지요. 동행하는 이 없는 눈길을 걸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나의 겨울이야기는 이런데,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는 어떠할까?’.

저는 평생 동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을 본 적이 없습니다. 관심은 있었지만 제 주변에 아이들이 없다 보니 어린이극을 볼 계기를 만들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 서울시극단에서 어린이를 위한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다 늙은 어른이 주책 맞게 아이들 세계를 엿본다는 기분이 살짝 들었지만, 저도 마음은 언제나 그 때 그 시절이랍니다.

그런데 공연 전에 대본을 먼저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어린이극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정숙한 허마니 왕비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오인을 받은 것이나, 어리석은 리온 왕으로 인해 죄 없는 여러 사람들이 죽는 내용은 아이들이 머리로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가슴으로 느끼기에는 아직 그들의 경험이 부족하지 않나 걱정이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어른이 보기에는 심심하지만 아이들이 보기에는 자극적이라는 겁니다. 물론 다른 동화들도 찬찬히 뜯어보면 아주 폭력적인 장면들이 많습니다. <빨간 구두>에서 주인공 카렌은 빨간 구두를 신은 자신의 발을 결국 잘라버렸고, <헨젤과 그레텔>에선 그레텔이 마녀 할머니를 오븐에 넣고 문을 잠가버립니다. 한국 전래동화 중에는 아기 손자를 고기로 오인하고 쇠고기국으로 끓여버린 할머니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동화들은 이상하게도, 심정적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힙니다. 영원히 춤추는 발? 얼마든지 잘라버릴 수 있고, 사악한 마녀 할머니? 얼마든지 오븐에 넣어 태워버릴 수 있습니다. 자기 아들의 고기로 만들어진 고깃국을 어머니가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이겁니다. 그런데 허마니 왕비가 남편의 친구와 눈이 맞아 아이를 가졌다고요? 비록 오해라고는 하지만 이러면 안 되잖아요? “거기에 씨 뿌린 놈, 세니즈!”(리온 왕의 대사)라니요. 이건 제가 들어도 너무 충격적이라 리온 왕의 멱살을 잡고 싶었을 정도였답니다. 왜 이랬을까요? 끔찍하기로는 내 두 발을 자르는 게 더한데, 그저 너무나 어리석었을 뿐인 리온 왕의 행동에 더 화가 났던 건 무슨 이유일까요?

그건 아마도, 셰익스피어가 위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8211; 인간의 삶을 가감 없이 무대 위에 올려버리는 그의 용기와 통찰력이 <겨울이야기>에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들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욕심, 어리석음, 오해, 질투를 너무나 솔직하게 담아냈기에 그저 아이들 동화라고 치부할 수 없었던 거죠. 한 마디로, 찔렸던 거죠. 실제로 어른들이 이런 행동들 많이 하잖아요? 내 발등 내가 찍고, 네 발등도 내가 찍는.

그러다 두 번째 고민이 떠올랐습니다. 작품 좋고, 셰익스피어도 좋은데 ‘아이들이 이 공연을 재미있어 할까?’. 재미가 없으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괴롭기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극단이 어떻게 요리를 해낼까 기대 반, 흰 자위가 더 많이 보이는 흘김 반이었습니다.

생각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하여 공연장에 앉아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종문화회관을 포함하여 그 일대를 정말 좋아합니다. 전통과 현대와 예술이 어우러진, 서울의 서울이라고 자부합니다.) 무대는 고대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키는 기둥과 단상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많이 단순했지만, 그만큼 어떤 식으로 다채로움을 부여했을지 기대 됐습니다. 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는 아이들도 <겨울이야기>의 일부분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목이 왜 <겨울이야기>인 거지?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서울시극단 배우들을 보니 참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힘으로, 이 작품이 줬던 복잡한 상념들이 뻥! 뚫려버렸습니다. 쾌도난마 &#8211; 단칼에 잘라버렸습니다. 공연은 유쾌했고, 우울하지도 않았으며, 노래는 흥겨웠고, 아이와 어른 모두 깔깔 웃을 수 있었습니다. 난 대체 왜 그리 많은 생각을 했던 걸까 의문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이게 공연의 마력이구나,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무대에서 사람들이 직접 보여주는 것은 완전히 다르구나. 무엇이 되었든 간에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절대로 예단하지 말아야겠구나! 리온 왕의 “거기에 씨 뿌린 놈, 세니즈!”도 분노의 한 부분이었고, 16년이 지난 후 살아난 허마니 왕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끝없이 춤추는 발을 자르는 내용을 무대화한다면 더 무서울 것 같았어요. 제게 이 부분은 좀더 생각해볼 과제가 됐습니다.

제가 아직 자식이 없어서 교육적으로 <겨울이야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아이들의 감상은 어땠는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집중해서 공연을 보고, 공연 후 극단에서 나눠준 곰보빵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거면 됐다, 셰익스피어도 원했을 거고, 서울시극단도 원했을, 겨울에만 내리는 눈 속에서 먹는 맛난 즐거움 &#8211; 이거면 됐다는 기쁨. 정말 이거면 됐습니다. 충분하고 충분한 기쁨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계속 이 질문이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왜 <겨울이야기>인 거야?’.

공연 후 서울시극단 배우들과 단장님, 스탭들과 가진 송년의 밤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신 사납고 충돌만 가득한 서울을 밝혀주는 가로등 같은 서울시 극단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갈수록 돈, 실용, 이익만 따지는 세태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되더군요. 너무나 아프게 젊음을 앓고 있는 나약한 인간은, 용기 있으면서도 행복한 자세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는 서울시 극단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송년의 자리를 파한 뒤 아직까지도 멈추지 않은 눈을 맞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눈을 가만히 받아들이는 ‘내’가 바로 <겨울이야기>라고요.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시간을 살아있는 ‘내’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그렇게 다시는 기억하지 못할 꿈인 ‘내’가 <겨울이야기>라고. 그때 내 머리에 쌓였던 눈, 함께 공연장에 있었던 아이들, 공연, 서울시극단과 보냈던 2009년의 끝자락 &#8211; 이제는 손에 잡을 수 없지만, 겨울 뒤에 봄이 오는 것처럼 새롭게 다가오는 계절에 미소를 보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주시는 서울시극단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항상 고맙고 항상 응원하는 마음이 전해지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