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다가 번아웃 되어 우울증이 온 이바노프의 모습은 내 모습 같기도, 내 주변의 누군가 이기도 하다. 그의 주변 인물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각자 자신의 신념대로 인생을 살 뿐인데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죽여간다. 무엇이 이바노프를 죽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안나는? 사쌰의 인생을 망친건 이바노프일까 사쌰 자신일까? 많은 물음들을 가지게 되는 공연이었다. 거의 매 공연마다 일반인들을 일일배우로 기용하고 아마추어배우를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패기 또한 흥미로웠다.
요즘은 고전이 각광받지 못하는 시대이다. 그럼에도 체홉의 4대장막도 아닌 희곡을 이토록 재미있게 풀어낸 연출가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아도 소금처럼 계속 존재해주길 바란다. 빈티지하고 세련된 의상과 몽환적인 음악은 덤이다.
러시아소설을 연극으로 볼 수 있어서 참 흥미롭고 감사하다. 예나 지금이나 서민층과 부유층의 사고방식, 생활방식 등의 괴리감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쭈욱 있어 왔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걸 비꼬는 풍자소설도 쭈욱 있어왔구나 싶었다. 그리고 배우분들, 극장 찾아가는 길, 극장내부, 영화관의자, 무대연출,,그리고 홀에서 커피 내려주시는 분의 묘한 매력,,,이 모든게 안똔체홉극장으로 자꾸 발길을 이끌게 하는 매력들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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