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이고 휘몰아치는 연주 뒤, 수줍게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

Ibk는 피아노 리사이틀로 가장 좋아하는 홀 중 하나인데 여기서 이렇게 훌륭한 연주로 좋은 프로그램을 듣다니 정말 행복했어요. 앙코르 쇼팽 왈츠 두 곡까지 너무 잘 들었습니다.

[기발함에서 전도된 숭고함까지, 유머의 다면적 속성을 탐구하는 음악 여정]이라는 주제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케빈 케너 피아노 리사이틀 <유머레스크>를 관람하였습니다. 하이든의 고전주의로 시작되어 슈만과 쇼팽의 낭만주의 음악을 지나서 종착지인 현대 음악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은 처음 접하는 곡들이라서 더욱 공연이 궁금해 졌습니다. 1부의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는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작곡가의 이미지와 달리 바하의 정확하고 규칙적인 음계와 모차르트의 경쾌한 선율이 반씩 어우러져 깊이있는 음악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펼쳐진 슈만의 다비드동맹 무곡집은 쾌활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하고 엄숙한 느낌을 받았는데, 두 다른 시대의 작곡가의 음악 기법을 비교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부에서는 쇼팽의 5개의 마주르카와 스케르초 4번이 연이어 선보였는데, 지금껏 들어보았던 연주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따뜻한 쇼팽 연주였다고 생각합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터치로 펼쳐지는 연주속에서 한음 한음의 터치가 공기속으로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아름다워 숨이 멎을만큼 몰입하며 한동안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여운을 느꼈습니다. 파데레프스키의 6개의 유머레스크는 난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모차르트부터 러시아풍의 멜로디가 재즈와 블루스가 어우러진 거슈윈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빠르고 가벼운 터치의 연주로 펼쳐져서 놀랐습니다.

유럽에 비하여 개성이 풍부하고 감정을 자유롭게 발산하는 미국의 클래식 음악가들의 연주와 달리 장신의 피아니스트께서 진지하고 엄숙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과 관객들의 함성과 뜨거운 박수에 화답하며 진심어린 존경을 담아 인사하는 겸허함은 유독 인상적이었습니다. 눈물을 미소로 치유하는 유머의 본질에 충실하게 마음의 평온과 정서의 순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최고의 음악 여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연 종료후 연주자님과의 사인회가 진행되었는데, 영어로 감상을 말하자 순수하게 기뻐하시며 악수해 주시던 모습은 오래도록 잊지 못하겠지요. 함께 관람하신 부모님께서도 CD와 프로그램북을 구입하시며 너무나 만족해 하셔서 보여드리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연주를 선보여주신 피아니스트의 열정과 관계자 여러분들의 친절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최고의 쇼팽 연주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으실 케빈 케너의 다음 리사이틀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