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와 선율로 빚어낸 조선의 노래의 하나의 형식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시적 언어인 <정가>에 대해서 올바르게 이해하고 감상하는 뜻깊은 자리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오랜만에 국립국악원을 방문하였습니다. 공연장 한켠에 마련된 선조들의 시조의 글귀가 수록된 패널과 선비의 맑고 깨끗한 마음이 느껴지는 포토존을 바라보며, 국악과 정가의 매력에 한층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궁중의 위엄과 격식을 가진 의식음악과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담은 풍류음악으로 나뉘어진 정악중에서도 풍류음악을 주제로, 시조 - 가사 - 가곡의 각기 다른 규모와 형식으로 예와 악이 담긴 선조들의 정가는 글자에 담긴 사랑과 이별의 마음과 악곡에 맞는 악기의 구성으로 임(사랑하는 이 혹은 임금)을 향한 애달픈 그리움과 절저한 충절이 담긴 음악의 조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유교 사상에 바탕을 둔 예와 악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선조들이 사회 질서의 바른 조화를 바른 음악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믿어, 음악을 단순한 감상과 정서순화에서 나아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수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겼다는 사실은 오늘날 점차 사회 혼란과 양극화와 빈부 격차의 문제가 심해지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가 크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조로운 노래 형식이 낯설었지만, 점차 정가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깊어가는 여름철 풍경을 배경으로 들려오는 다양한 소재속 사랑과 이별, 임을 향한 그리움을 절제된 형식과 격조높은 비유로 담아낸 정가를 들으며 과거 선인들은 우리와는 다른 시간의 흐름속에서 슬로우 라이프를 살아갔던 것은 아니었을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늘 무언가에 쫓기며,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변화와 혁신만이 정답이라고 여겼던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며 정화되는 느낌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악단 악장님과 사회자님의 진행으로 악곡의 해설과 정악의 매력에 관한 상세한 설명 덕분에 한층 더 정악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높은 수준을 느낄 수 있었던 이번 공연이 이틀 한정으로 짧게 진행된 것이 못내 아쉬울만큼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주신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관계자 여러분들의 친절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선인들의 풍류와 멋을 마음속에 담아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정가의 매력을 주제로한 멋진 기획 공연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