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발리에데옹에서 천국을 맛보세요

저는 이번 공연도 처음(이전에 대학로에서 했을 때도 못 봤었거든요~), 공연장도 처음이었어요.

티켓을 받으면서 신분증 검사를 하는데, 그건 공연장 내에서 술도 팔기 때문이에요.



공연장을 내려가는 벽에 보면 이전에 이 공간에서 했던 분들의 사진이 잔뜩 붙어있는데,

주로 극이 아닌 콘서트가 자주 열리는 공간(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상상마당 라이브홀처럼 스탠딩 공연하기 알맞은 구조였거든요.



사진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아서 내부를 찍지는 못했는데,

왜~ 저희가 일반적으로 보는 공연장의 형태가 일렬 의자 늘어진 결혼식장과 같다면,

이 공연장은 원형 테이블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결혼식장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거에요!

(물론 이 공연이 끝나면 원형 테이블은 없어질테지만요^^)



이 연극은 이러한 공간적 제약을 최대한 살려서 관객들을 극 안으로 끌어오는 공연이었어요.

무대 위 공간뿐만 아니라 테이블 사이사이를 배우들이 돌아다니면서,

모든 공간을 극의 장소로 사용했어요. 심지어 술을 팔던 그 BAR까지 말이에요.




#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이 공연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공연이 바로 연극<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이었어요.

주인공이 여장 남자인 것도 비슷하고, 그러한 남편을 지지해주는 아내가 있다는 것도..

게다가 빼어난 립싱크 쇼도 함께 한다는 것이 공통된 부분이자 비교 가능한 공연인 것 같아요!



줄거리는 대충 이래요.

이성의 복장을 입는 취미를 가진 ''크로스드레서''들의 모임인 ''슈발리에 데옹''을 주최하는 조지.

그리고 이런 남편을 이해해주고 함께 모임을 운영하는 리타.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주말마다 이곳에 모이는 여장 남자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의 모임이 정식 조직이 되기를 소망하는 무리와

계속해서 조용하게 모이기를 원하는 이들간의 의견대립이 벌어지고,

그 속에서 각자 진정 원하는 나 자신의 모습에 대해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연극이에요.



공연의 거의 반 이상은 원형 테이블이 있는 자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배우의 숨소리와 표정 하나하나, 디테일이 모두 보인다는 것이 이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이쁜 여장 남자만 있는게 아니라, 나이들고 뚱뚱해도 충분히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남자들이 나와 인상적이었어요!




# 드림걸즈..



격렬한 의견 대립이 있다가도, 그들이 준비한 무대를 딱 한번 보여주는데..

그 때 나오는 음악이 바로 ''드림걸즈''에요!(위에서 말한 립싱크 쇼!)

꿈만 꾸면 행복을 주겠다는 가사가 오묘하게 오버랩되면서 상황은 더욱 비극으로 치닫게 되요.



경영난과 조직의 지속 문제, 개개인의 문제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근심 걱정 없던 ''슈발리에 데옹''은 폭풍처럼 변해요.

크로스드레서들은 여장을 할 때마다 여자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데, 조지의 이름이 바로 발렌티나에요.

발렌티나와 다른 사람들은 남자가 아닌 여장으로 바뀐 본인으로서 서로 의견 개진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참 묘한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구요.



<지킬 앤 하이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에 따라 종종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정말 ''내가 원하는 나는 어떤 모습일 때의 나일까?''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공연인 것 같아요!

남편 조지의 모습에 반해 모든 것을 지지했던 리타 역시 남편에게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지 질문 하게 되는 순간이 와요.



아! ''슈발리에 데옹''은 프랑스의 실존인물에서 따온 이름이래요~

장년까지는 남자로 살다가, 말년을 여자로 산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스파이..

그가 죽고 나서야 그가 남자였음을 사람들이 알게되었다고 하네요.




# 까사 발렌티나..



제목이 왜 까사 발렌티나인지는 결국 공연 종반에 다다라서야 알게 되었어요.

예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을 갔던 적이 있는데,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가우디 투어를 했었거든요.

그 때 까사 바트요, 까사 밀라, 까사 비센스 등 왜이리 ''까사''라는 말이 많이 붙나 했더니, ''~의 집''이라는 뜻이었어요^^



리타의 질문에 발렌티나는 ''평범하게 사는 걸 원한다.''고 하지만,

아내는 조지에게 여자로서 0순위가 본인이 아닌 발렌티나라는 것을 깨닫고 그 곳을 떠나죠.

공간의 이름은 ''슈발리에 데옹''이었으나, 정작 그곳은 발렌티나를 위한 ''까사 발렌타나''였다고 말하면서 말이에요.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에서도 남자로 살던 주인공이 차마 못하던 일들을,

여장을 하면서 이루게 되는 일들을 볼 수 있게 되는데..

여자냐 남자냐 보다, 정말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연극이었어요!^^

독특한 소재와 연출이 멋진 배우들과 함께한 최고의 공연~~

마치 나래바에 온 듯 독특한 구조의 무대가 인상깊었습니다. 내용은 가벼운 듯 진지할 때도 있어서 나라면 어떤 의견을 내세웠을까- 생각하며 봤던 것 같아요. 새로움이 가득했던 공연이었어요~:)

배우들이 객석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관객과 가까이 호흡하는 신선하고
멋진 공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