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많은 작품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몰입하기 힘든 작품은 처음입니다. 한 마디로 어느 금수저가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비싼 대관료를 내고 성수아트홀을 빌린거 같다는 인상이 듭니다. 평범한 배우들이 이런 좋은 시설에서 연극할 수 있는 기회도 갖기 힘든데 몇몇 배우들을 빼고는 작품에 대한 진지함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전갈을 전달하려는 씬은 왜 그렇게 웃픈지..)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국민들에게 관심이 가장 많은 사건들을 반영하였다고 하는데, 연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너무 지루하고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해보입니다. (학생 둘이 회 사러 갔다가 갑자기 사망했는데.. 원래 사건대로 하면 어른들의 잘못으로 사망한거 아닌가요?) 노인의 고독을 표현한 이야기는 결국 고독사에 관한 것인데... 이미 작품 시작 후 10초 안에 예상되는 결과였습니다..) 예상되는 결과들 + 새로울게 없는 연출 + 부족한 배우들의 열정 = 별 2개

"황제의 전갈" (원작:프란츠 카프카 재구성,연출:최서은 음악디자인:조선형 조명디자인:한종엽 의상:유지윤 소품:곽휘윤 출연:구본진, 차준명, 이정후, 염정윤, 이강철, 유경민, 홍수민 제작:스튜디오 말리 주최:한국연출가협회, 성동문화재단 극장:성수아트홀 별점:★★★☆☆) 2020 제7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첫번째 작품이다. 올 해 "선샤인 프로젝트" 라는 공연을 봤었던 스튜디오 말리 작품이다. 카프카 동명의 2장 짜리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공동창작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내용 이해는 쉽지 않았다. 무슨 의미 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면의 구조물이 인상적 이어서 별점 1개 추가!

작품에 대하여

1)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던지, 분명 여러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중 유독 한 요소에 꽂혀 그 부분만 길게 푼다던지, 떡밥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급 마무리를 짓는다던지- 창작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2) 초반에 황제에게 많은 이들이 각자 가져온 것을 진상하며 접근하나 황제는 모두 물리치고 흰 옷을 입은 전령에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그가 뽑혔으며 그는 벙어리인가? 왜 음소거로 행동하는지, 자반 5번돌기에 핸즈스프링은 왜 하는지, 소리없는 아우성은 왜 자꾸 하는 것인지 나름의 의도가 있었겠지만 불명확했고 이 무용수가 잡아먹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나중엔 그의 무용이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습게 보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들은 사실적으로 행동하고 말하는데, 왜 그만 추상적으로 움직이는지도 끝까지 납득되지 못했습니다. 그는 현대무용의 형태만 있고, 극에 섞이거나 도움이 되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3) 공사현장에서는 건축물이던 대도구가 그 다음 장면에서는 버스로 사용되는 아이디어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나 용도가 버스에서 끝난 것이 아쉬웠습니다(없어도 공사씬 진행에 무리가 없지만 그 다음 장면에서 버스로 사용되기 위해 건축현장 배경 그림으로 존재하는 느낌). 집에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었을 것 같고 상여로도 변신할 수 있었을 것 같고 더욱 쓸모있게 쓰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다음 집 배경으로 등장한 옷장이나 냉장고(한번 열고 끝)같은 도구들이 딱히 그 전과 같은 신박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4) 버스씬까지는 어찌저찌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 뒤로 갈수록 은근히 세월호 이슈를 겨냥한 듯이 사회에서 부각되었던 문제들을 건드렸으나 던지고 전달하지 않는 느낌, 겉핥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잠수하고 놀다가 회사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부터 문제를 제기하기는 하였으나 회수가 안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5) 고독사를 표현한듯한 영혼과 인간(청소부)은 참신한 소재와 표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부터 정말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왜 유독 이 이슈에 그렇게까지 꽂힌 줄은 모르겠지만 정말 정말 정말 길게 느껴졌고 지루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4배속으로 진행했어도 전달력은 똑같았을 것이며 정말 정말 느린 영혼과 정말 정말 느린 청소부(이 속도로 청소하면 건물 청소 언제 다 할지 의문) 마스크 쓰는것도 느리게 걸음도 느리게 이동도 느리게 다이어리 쓰는 것도 느리게 모든 걸 느리게 정말 둘이 나무늘보인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거기다가 나레이션이 나오는데(여기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음) 근데 그 나레이션마저 느리게.. 거기다 중간중간 한숨도 엄청 많아서 보는 제가 한숨이 나왔어요. 그는 영혼이라서 느리다 치고 살아있는 청소부도 청소도 느리게 모든 걸 느리게... 영혼과 인간이 템포가 똑같아서 너무 지루하고 졸음이 쏟아져서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 모든 느린 행동들을 정말로 관객이 고문당하듯 다 보고 있어야만 하는지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6) 상여 장례씬- 장례로 엔딩을 맺는 것이 너무나 뻔하다고 느끼면서도 이게 끝이겠구나 이젠 자유다 싶어 안도한 부분이었습니다. 전혀 울림을 주지 못했던 엔딩이었던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6-1) 첫째로 배우들이 걸음걸이에 목적과 정서의 깊이가 없습니다. 그냥 걷습니다. 들어올 때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는 거나 나갈때 장례알바처럼 상여 들고 나가는거나 걸음걸이가 똑같습니다.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 차별받는 이방인, 스러져간 어린아이들과 외롭게 고독사한 아무개를 기리는 찢어질듯한 마음이 걸음에 담겨있지 않습니다.
6-2) 상여를 표현한 형형색색의 천이 약간 허접하고 그것을 사람이 손으로 잡아서 부채꼴로 펼쳐든것은 좋았으나 그러다보니 그 가운데에 있는 영혼이 거의 보이지 않고 산만했습니다. 사람이 그것을 붙잡고 둘레를 도는 것만도 보기 바쁜데 그 사이 가운데에 껴서 춤 같은걸 또 추는 듯 한데 전혀 보이지도 않고 정신이 없어서 그 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그 영혼이 천을 걸고 나와서 그 천을 하나씩 풀어주던지 아님 그냥 나와서 천을 하나씩 얹어서 가는 길을 예쁘게 꾸며주는 의미를 담던지 뭐라도 명확히 했다면 좋았을텐데 상여도 형태만 있고 고민이 충분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7) 또 문제의 무용수가 크리스마스 트리 같이 만든 조형물에 전갈을 걸어놓는데 어떤 의미인지 전혀 전달이 되지 않고 이쯤되면 거의 포기하게 되었습니다ㅠㅠ 극장 등 모든 시설은 너무나 좋았으나 작품이 그 클래스를 따라가지 못했던 좋은 소재가 무색하게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