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작,연출:하수민 목소리 출연,독어지도:윤안나 무대,조명:남경식 음악:지미세르 의상:홍문기 영상촬영:이중배 영상디자인:박영민 출연:강애심, 이진경 제작:즉각반응 극장:CJ아지트 대학로 별점:★★★★☆) 전작 "체액" 을 봤었던 즉각반응의 신작이다. 떠돔 3부작 시리즈 완결작 이라고 하는데 "무라" 가 부자지간의 얘기 였다면 이번에는 모녀 사이에 관한 내용이다. 3살 때 독일로 입양된 후 30년 만에 생모를 찾아 한국에 온 봉구와 엄마인 말심! 처음 만남의 어색함에서 마지막 이별 까지의 여정을 보여 준다.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았지만 신파로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그러나, 서로 머리를 말려 주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는 좀 울컥 해진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단 한 번의 만남이 찰칵 소리와 함께 일회용 카메라에 담긴다. 역시나 믿고 보는 강애심 배우님과 이진경 배우님의 연기와 앙상블이 너무나 좋았다.

아기때 헤어지고 심지어 타국에서 자라 30여 년만에 만난 모녀지간의 어색한 분위기 특히 어머니가 눈을 못마주치시는게 참 슬펐습니다 하지만 역시 핏줄은 핏줄인지라 식사를 하며 웃음짓고 여행을 떠나며 서로를 이해하려하고 마지막에 머리말려주는 장면에선 굳이 많은 설명을 하지않아도 삐그덕 됐던 모녀사이가 하나가 되고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두 배우분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셔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어용 삼합드시는 장면은 진 심 같이 먹고 싶을 정도 였어요 ㅋㅋ 사진 찰칵찰칵 할때마다 스크린에 장면 나오는 연출도 인상적이었고 장면과 분위기가 바뀔때마다 바뀌는 조명 또한 극의 흐름에 물흘러가듯 어우러져 극상황을 더욱 살려주었어용!!!

상당히 은유적인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가 어느 순간 ''아 이게 그 말이구나'' 하고 이해될 때의 전환이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말심은 "내 아빠 누구야?" 하는 물음에 "너는 호수 괴물의 자식이야" 한다든지, "여기 살았던 사람 누구야? 나는 당신한테 뭐야?" 했을 때 "이 사람은 내 심장이야. 너는 새야." 하는 식으로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하거든요. 물론 봉구에 이입해서 좀 답답한 면이 없잖아 있긴 했어요. 처음부터 찬찬히 설명해주면 서로 좋을텐데 싶은? 그렇지만 말심은 그걸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거겠죠.

연극을 볼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건데, 시작할 때와 끝날 때 그 짧은 시간 안에 인물이 분명히 성장을 하잖아요. 저는 이런 게 참 좋더라고요. 이런다고 뭐가 바뀌겠어? 하는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에 아주 분명하게 그렇게 하면 뭔가는 바뀝니다 하고 얘기해주는 게 좋아요. <찰칵>에서도 보면 친부모를 만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어? 싶은데, 막상 친엄마를 만나서 짧은 하루를 보낸 뒤의 봉구는 더 이상 그전처럼 스스로를 방치하거나 놓아버리고 살지 않을 게 분명하잖아요. 대화를 통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싶을 때, 연극을 보면 그런 회의감이 줄어들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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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다시 만나는 모녀는 각자 어떤 심정일까요?
엄마와의 이렇다할 기억도 없을 어린 3살 나이에 독일 베를린으로 입양 된 딸 봉구와 3살배기 어린 딸을, 배 아파서 낳은 자신의 딸의 손을 스스로 놓아버린 엄마 말심의 심정은 어떻했을까요?
흔히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극적인 모녀상봉의 애절하고 절절한 장면이 뒤따를까요?
아니면 강산이 바뀌어도 세번이나 바뀌었을 30년이란 세월이 만들어낸 간극에 남보다 남 같을까요?
두 모녀의 상봉은 후자쪽에 가까웠습니다
이것이 이 작품이 보여준 외적 이미지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신파와는 결이 다른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작품 후반부 딸 봉구가 엄마 말심에게 툭 던지는 "엄마"라는 대사가 가슴을 후벼팠습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상실감, 좌절감, 외로움이 세월에 흩어져 형체가 사라져버린 지금 무던히 부르는 두 음절의 단어 "엄마"가 전해주는 의미...
눈동자 색깔, 머릿카락 색깔이 다르다고 멸시받던 봉구,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난 괜찮아 자신의 감정을 속여가며 살아야했던, 세상이란 무대에서 끊임없이 연기해야했던 봉구가 그토록 찾아해매던 자신의 고향인 "엄마"를 마침내 부르는 그 순간
재회와 동시에 눈물을 쏟으며 감정을 토해내며 와락 안기지못하게 했던 30년의 간극이 마침내 좁혀지는 순간
그것을 툭 무대 위로 올려놓는 배우들의 연기
강애심 배우님 이진경 배우님의 연기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작품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했습니다 덩그러니 두 개의 의자만 놓여있는 텅 빈 무대를 수놓은 진정성은 봉구와 말심이 살아온 굴곡진 삶을 관객들 마음에 투사했습니다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자신과 딸의 관계를 비유한 시적인 대사에 생명을 부여했습니다

말심의 심장에 갇힌 새 봉구
새장에 갇힌 새가 비상을 하듯
자신의 심장 속에 갇힌 자신의 딸 봉구가
자신에게서 벗어나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공 하나 손에 쥐어주고 이내 봉구를 버려야했던 말심
자신이 죽어야
딸이 살수있다고
믿었던 말심
기적적으로 어느 한 소년의 심장을 이식받고
죽음이 얼마 안남은 그때
극적으로 다시 만난 모녀
하지만 하루의 짧은 만남
하지만 가장 빛나던 그 순간
돌고 돌아, 돌고 돌아
평생 품고 있던 봉구의 탯줄처럼
30년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있던
보이지 않은 탯줄이
봉구와 말심을
다시 만나게했습니다

두 모녀의 지독하게 굴곡진 삶
각자가 살아왔던 삶의 순간 순간들은
극 중 대사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눈망울에서 비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그 순간
짧은 그 순간
무표정이었던 한때 카메라 앞에서 그 짧은 순간 웃음을 보이는 것 처럼
''찰칵''''하는 찰나는 한없이 아름답게 담고싶은 것처럼
긴 어둠 속 방황에서 둘의 만남은 빛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긴 여운의 ''''찰칵''''이 되기를 희망하며
그렇게 마지막 이별식을 갖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코까지 골며 마치 숙면을 취하는 듯 누워있는 말심 위로 심장을 맞대고 누워있는 봉구의 모습은
아니 자태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마치 엄마 뱃 속에서 같이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태아의 모습같았습니다
생명의 원천, 존재의 근원
엄마에 사랑을 받아먹고 커가는 태아

엄마 몸 속에서도 그렇고 엄마 몸 밖에서도 그렇고
엄마는 사랑만을 주는 존재같습니다
태어남과 동시에 길고 긴 ''''찰칵''''의 시간을 자식들에게 만들어주려고 무한한 헌신을 하는 존재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봉구가 말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때 얼굴을 가렸던 이유는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야 봉구가 살수있다는 말심의 자식을 향한 사랑때문이 아니었나싶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말심은 왜 이토록 사랑하는 봉구와 헤어졌을까??
아마도
극 중 내용상 보면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말심의 임신이 원치않은 임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성폭행..을 당한듯싶습니다
극 중 호수의 요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또한 말심의 부모님은 바다에서 유명을 달리합니다 그래서 말심은 자신의 기구한 삶 속에 봉구가 같이하면 봉구 역시 살수없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두 모녀는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봉구는 말심이 바라던 바와는 달리 말심에게서 벗어나 잘 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30년이 흘렀고
보이지 않은 탯줄이 작용하듯
다시 만나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찰칵''''의 순간을 만들었습니다
봉구와 말심의 지나온 삶이 하나씩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낼때
나도 모르게 가슴 아픈 이야기 속에 갇혀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습니다
아픔과 상처가 공명하는 그 순간이
내면의 ''''찰칵''''이 아닌가싶습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이 시국의 여파로
이날 극장을 찾은 관객분들이 많이 없으셨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세상 속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연극이 자유롭게 비상 할 수 있도록 빨리 좋은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스크 없이도 생활할 수 있는 그때쯤해서
다시 만나보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찰칵''''
!!

검은 머리카락과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여자 한 명이 마치 서울은 처음이라는 것처럼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면서 어딘가를 찾아 걸어갑니다. 같은 모습인데 낯선 행동이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될 때쯤엔 여자는 그 시선들이 부담스러운 무게처럼 느껴져 얼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여자는 몇십년 만에 처음, 자기를 낳아주고 버려준 어머니라는 사람을 찾아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녀가 문득 떠오른 곳이 한국이었고, 어차피 가야한다면 나를 낳아주고 버려준 어머니라는 사람도 한번 만나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한국행인데 한국에서조차 한국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싫어하는 부담스러운 시선들에 처하게 되어버리자 여자는 일회용카메라를 하나 사서 두리번 거리다가 사진을 한 장 찍고, 허둥거리다가 한 장 찍고, 비내리는 풍경에서 한 장 찍습니다. “찰칵” 사진을 찍히는 소리, 일회용카메라에 필름을 수동으로 거는 소리, 크리릭, 사진이 틱 하고 걸리는 소리..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이상해 보이는 순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한두번 주억거리고 자기가 가던 길을 걸어갑니다. 관광객이니까 그래도 돼 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나치는 시선들에서 안도를 느낍니다. 여자는 그래 나는 관광객이야. 다른 나라로 입양되어서 나를 낳아준 엄마를 만나러 돌아온 그런 한국인이 아니야 라고 변명을 내놓아봅니다. 그 변명의 좋은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일회용카메라는 어울립니다. 그녀는 이 일회용카메라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이방인이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관광객이라고 증명해 줍니다.

연극 찰칵에서 일회용카메라는 주요 소재로 사용됩니다. 일회용카메라를 쥐고 다니는 독일 국적의 한국 여성은 공연 초반에 서툰 한국어로 자신의 한국행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친엄마를 만날 때도, 엄마를 따라 어딘가로 갈 때도, 일회용카메라와 함께 합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기고 싶은 어느 순간을 찰칵 거리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친엄마를 만나는 그 순간부터 말입니다. 입양한 딸을 다시 만나는 말심은 그게 부담스럽습니다. 죄를 한아름 지고 있는데 하늘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내려보내서 사진을 한 장 찍어 내 죄를 증명하려는 것만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켜도 내 딸에게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은 죄들이 그 사진기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을 것만 같아서, 딸에게 매몰차게 “안돼요” 라고 말합니다. 사근사근하고 친절하게 맞이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던 건 아니지만 사진기를 들이대는 순간 모든게 물거품이 된 것만 같습니다. 그리웠던 마음, 미안했던 마음, 못다한 이야기들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당혹스러운 마음이 다 먹어치우고는 방어를 위한 날카로움이 그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딸 아이에게 생채기를 내버립니다. 그때 딸이 그녀에게 서툰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엉엉 울고 하던데, 그런 모습을 바란 건 아니지만 어떻게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 고 말입니다. 딸 아이의 말에서 숨겨서 들여왔던 한 치의 기대가 무너진 것 같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 딸에게 엄마인 말심이 부탁이 있다고 말합니다. 어딘가를 같이 가달라고 말합니다.

찰칵은 일회용카메라를 가진 여자와 그녀의 엄마가 떠나는 하루동안의 여행을 담고 있습니다. 만남의 과정에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미안함, 눈물은 없지만, 사실은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그 속에 고여있던 많은 사연들이 마치 은유와 비유라도 되는 것처럼 오롯이 관객들에게 다가가 스며듭니다. 그제야 나는 그 이해의 순간들이, 감정의 소통들이 느껴지게 됩니다. 어쩌면 하루의 만남이라는 만남과 일회용 카메라의 일회성은 그렇게 같은 의미를 갖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생을 같이 살아도 모르는 관계가 있고 단지 하루를 같이 살아도 의미를 알아가는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게 되는 보석 같은 하루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극 찰칵, 저에게는 관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 가슴 울리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