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공연이었어요

부산문화회관 소리가 좀 먹히는 소리가 나지만 그걸 뚫고 좋은 음악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형제의 첫 리사이틀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영광이었습니다

대극장은 꽤 컸다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 두 대가 무대에!
1부는 쇼팽으로 임동혁 피아니스트가 먼저 피아노에 앉았다 녹턴과 발라드 1번을 유려하고 부드럽게 연주하고 들어간 뒤 반대편 구석으로 피아노를 밀어버리고 뒷쪽에 있던 피아노를 무대 중앙에 설치했다. 임동민 피아니스트님 금발로 등장하셔서 의자에 앉음과 동시에 시작!!! 시냇물같기도 하고 낙차가 큰 거대한 폭포같기도 한 스케르쵸는 들어도 들어도 감동이었다. 의자가 불쌍해(소근소근)
약 15분의 인터미션 후 드디어 2부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 바단조 D.940은 피아노 한 대로 나란히 앉아 연주하였는데 각 음이 뭉개지지 않고 어쩜 그리 또렷하고 명확하게 들리는지 숨 죽이고 들었다. 클알못임에도 둘의 연주스타일 차이가 느껴질 정도였다. 다음 연주를 위해 스타인웨이 두 대를 맞붙이고 페이지터너도 각각 등장하였다.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 작품번호 17은 연주 스타일이 다른 임동민님과 임동혁님의 조화가 홀 전체를 꽉 채웠다. 한 편으론 정통 러시아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의 움직임은 또 어찌나 아름답던지 자리 너무 잘 잡았어 A구역인 사람들은 등만 봤을 것 같다. 라흐마니노프는 중학교때 즐겨 듣고 좋아해서 더 반가웠다. 소리 하나하나 적확하면서도 섬세했다. 말 한마디 없이 피아노 두 대 만으로 쩌렁쩌렁 작디 작게 터치해도 딴딴하게 잘 들리고 한 악장이 끝났을 때의 정적과 여운은 현장에 있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묵직하면서도 맑고 선명한 임동민님과 부드러우면서도 선율과 쉼의 경계가 아름다운 임동혁님의 연주가 끝나고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고 앵콜곡도 연주해주셨다. 홀에 불이 켜지고 달리 이벤트는 없어서 임동민님 고양아람누리 리사이틀에서의 사인회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동동브라더스의 연주를 부산에서 들을 수 있다는 건 최고의 기회이다. 울림을 느끼는 공연은 꼭 1층에서 감상할 것 ! 끊이지 않는 박수에 세 차례나 다시 나와 인사할 정도로 엄청난 찬사를 받은 공연이었다. 1부 형제의 쇼팽 솔로 연주도, 2부 슈베르트와 라흐마니노프의 듀엣 연주도 한 곡도 감동을 놓치지 않고 푹 빠져들었다. 공연 후 앵콜곡으로 연주된 모차르트 역시 손바닥에 불이날 정도로 박수를 자아낸 연주였다.

뒤쪽에 앉았는데 볼륨이 넘 작아서 현장감이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