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팍의 공연 초대 이벤트에선 항상 되지 않아서 별 기대 안 하며 그냥 응모했는데,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와서 너무 놀랐었어요 ㅋㅋ

사실 남산예술센터의 신진연출가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된 건, 이전에 먼저 올려졌던 첫번째 작품인 <당신의 잠>의 포스터를 4월의 퇴근길에 우연히 보게 된 것이 계기였고 -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아서 '당신의 잠'은 보지 못해 아쉬웠었는데, '우릴 봤을까?'라는 두번째 프로젝트 작품이 올려진다 하여 이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거든요^^

그래서 정말 운좋게 보고 싶어하던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뭐랄까...
공연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유유히 흘러가는 조용한 강물 같은 느낌이랄까?
큰 기복과 곡선 없이 그저 유하고 조용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심지어 어머니와 헤어진 연인의 죽음이 나타나거나 이야기되는 부분에서도 극한 감정이라던지, 폭풍눈물같은 것들이 없이 소란스럽지 않게 아주 잠깐 쿵하는 정도라는 느낌을 받아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감정이 억눌러진 극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들더군요.

극이 시작되고 끝날때까지 솔직히 조금은 벙-한 느낌도 들었고요.
아무래도 다루고 있는 소재가 조금은 무거워서 그런지..
일 끝나고 바로 가서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 아니면 저만 그렇게 느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극에 몰입하여 함께 가기 보단 분명 전 가까이에서 극을 보고 있었는데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보는 느낌도 들고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야만 한단 느낌도 들었고요.


그리고 -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걸 어떻해요"
라는 주인공 정연이 극의 시작과 마지막에 하는 대사.

처음엔 정연이 다른 사람들, 그것도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앞에 너무 무감정 한 것은 아닌가..
아니면 감정을 너무 억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란 생각이 들었는데,
보고 난 후 곱씹으면서 생각해 보니..
정연은 그 죽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너무나도 큰 감정과 큰 일들을 어떻게 대처해야만 하는지를 몰라 그저 계속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란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위로하고 그녀가 진정으로 죽음들과 마주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아무것도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무튼, 개인적으로 공연을 보고 난 후 명쾌하고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공연도 좋지만 이렇게 여운이 길게 남아 계속해서 곱씹고 곱씹어 생각할 수 있는 공연도 좋아해서 (조금은 조용하고 몽환적이고 계속해서 생각을 해야만 했던 공연이었지만,) 정말 섬세하고 좋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다만... 이 날 피곤해서 그런지.. 공연을 보고 난 후 굉장한 피로감이 들었는데,
다음번에 또 이 공연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 땐 정말 정신 쨍쨍한 상태에서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하며 극을 즐겨 보고 싶단 욕심도 나네요^^


** 작년에 봤던 연극 <모범생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셨던 홍우진 배우님과 김슬기 배우님 !!
그 이후로 뭐하고 계시는 지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또 무대에서 뵐 수 있어서 -
또 다시 좋은 연기를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이 점 또한 좋았습니다 ^^ **

그리움과 죄책감 그리고 잊혀져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것들이 여러 등장인물의 역할과 뒤섞여
죽음에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 수작이라고 생각 합니다
연극을 보고 나온 후 계속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입니다
"신진연출가"의 놀라운 연출에 박수를 보냅니다

공연을 보고나니.. 유난히 더..
아.. 이게 참 표현하기 어려운 소재와 연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매 페이지에 있는 어느 평론가분의 말씀처럼..
만든이들이 아직 &#51211;다는것이 조금의 기대감을 더 가지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말랑말랑한 공연도 좋아하지만..
역시나 연극은 연극이어서 할 수 있는 지극히 연극스러움이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보다는 다음이 더 기대된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웠던건..
감정이 표출되는 부분이나 줄거리를 따라가는것이..
무대에서 보여지는 것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보면 느껴지는 맥락으로 알게되는 때가 좀 있었는데요..
그러니까.. 마음으로 아~ 이렇게 되버렸어~ 가 아니라..
머리로 아~ 그렇게 된거로군.. 하게 되는거죠..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기도 하더군요..

극이 참 잔잔하고 느리게 가는 템포라 여차하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는데요..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이래저래 생각할거리도 좀 생기고 그러네요..
잘 보았습니다.. ^^

배우분들도 모두 연기 잘하시고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는 동안 내 눈으로 보아오고, 내 귀로 들었던 것들이 정말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내 눈으로 내 귀로 들어와서 내 편의대로 한번 걸려진 것들이 내 마음속에 진실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과연 진실은 어떤것인가..?
내가 살면서 진실이란 것을 말하고, 진실되게 살아왔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기획전이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참신한 스타일...
기획이라 기격도 참 좋고...
좋은 시간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