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극입니다!!

취칙추치이이이이칙 취이이이이이익!! ㅋㅋㅋㅋㅋ
재밋었습니다!!

어두운 무대 위, 다소 수상스런 우주복(?) 차림의 한 남자가 등장하며 극이 시작되었다.
''치직, 치지익''을 사이 사이 구간 반복하며 전하는 이 남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자신은 외계인으로 오래 전 탐사의 임무를 안고 홀로 다른 행성으로 보내졌으며 자신 행성과의 교신도 끊긴지 오래라고 한다. 근데 이어지는 이 남자의 탐사 행성 거주 외계 생명체에 대한 (다소 우스꽝스럽고 익살맞은) 보고 내용을 들어 보니 외계 생명체들의 모습이 별로 낯설지가 않다.
암컷 생명체의 과격한 접촉(등짝 스매싱이랄까)으로 이내 드러나는 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암컷 생명체의 아들, 지구인 김연수이다. 그가 탐사대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의 외계 생명체는 그의 부모였던 것.
한때 지구인(이었던) 김연수는 언제부턴가 무슨 이유로 지구라는 이상한 혹성의 고독한 외계인이 되어 버렸다.


외로움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그건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감정 중 하나이다.
혼자 있어도 외롭고, 함께 있어도 외롭다.
그래서 우리는 나와 같은, 나를 이해해 줄 다른 누군가를 찾아 끊임없이 항상 헤메인다.
마치 우주망원경 케플러가 지구를 닮은 별을 찾아 무려 9년의 시간 동안 홀로 우주를 떠 돈 것처럼.
2018년 11월 15일, 나사는 케플러에게 마지막 명령 굿나잇을 전했고, 그렇게 케플러는 머나먼 우주에서 작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혹독한 별 지구에서 자신의 존재를 이해받지 못 한 ''외계인'' 연수도 긴 외로움에 지친 나머지 스스로에게 굿나잇을 명령한다.
그가 선택한 휴식이 안타깝고 슬프다.
지구 위의 외로운 수많은 연수들이 슬픈 굿나잇 대신에 좀 더 밝은 인사를 다른 누군가와 주고 받을 수 있기를.

우리는 모두 외롭다.

​


*** 이 글은 공연사로부터 초대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재밌는 은유로 케플러가 나와도 SF가 아닌 정말 외로워하는 사람과 투명인간같은 사람이 나와 슬픈데도 웃기는 공연을 보았다. 군중 속의 고독을 느껴본 이들은 자신이 마치 투명 인간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를 못하는 투명 인간, 전혀 공감받지 못해 외톨이로 여겨 늘 고독한 사람... 은 모든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독이 아닐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과연 지구에 많이 있을까~? 케플러를 생방송하며 방송의 숨겨진 민낯을 보여 주는데 사실 시니컬하게 비판적으로 봐야 함에도 너무 유머러스해 많이 웃어 참 연출이 대단하고 배우들도 노련했음을 나중에 느꼈다. 마지막의 반전도 슬픈데도 사방에 별들이 반짝이는 장면에 모두 감탄하며 슬픔보다 감동으로 행복감 마저 느꼈으니 이게 연출과 작가의 바램으로 어려운 코로나 시대 모든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나 보다... 현대인들 모두 외로움을 느끼고 내면아이가 우리 속에서 울고 있을지 모르니... 아마, 모든 관객은 돌아가며 용기와 희망을 느꼈으리라.
최소한 자신이 우주인도 투명인간도 아닌 현실속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것 만도 대단한거라며 자신을 위로하고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며 지구를 떠나지 않으리라 다시 힘내 볼것 같다.

연극은 처음 김연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독백이라기보다는 지구에 보내는 통신대화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깜깜한 우주에서 생명체를 향해 이리저리 고군분투하며 소식을 전하는 우주복 차림의 김연수가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 실체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과로 나오니, 연극을 보시면 알게 될 것이다.

배경이 김연수의 집, 그리고 병원, 그리고 방송국 이렇게 크게 세 군데가 나오며, 주로 행동보다는 등장인물의 대화에 의해 극은 전개된다. 그러다 보니 동선이 적어 다소 역동적인 면이 없긴 했지만, 리드미컬하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가만히 생각할 지점이 여러차례 등장하곤 했다. 특히 방송국에서 아나운서와 출연자로 등장하는 남자와의 대화는 웃기면서도 씁쓸함이 묻어나오는 의미있는 장면이었다.

끝나고 나서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오래토록 남았다. 멋진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번쯤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지구에 대해, 별에 대해, 그리고 그 안에 작디작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최근에 그렇게 밤하늘을 올려본적이 언제였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과학이란 것이 결국에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지 하는 당연한 생각도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모처럼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린시절처럼 많은 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별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극, 굿나잇, 케플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