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찬님 정말 팬이었는데 콘서트는 처음간거였어요.
정말 너무너무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1집부터 9집까지의 곡들로 채워졌던 공연이었던지라
저같은 초보팬에겐 더욱 더 좋은 공연이었던듯해요.
어서빨리 규찬님의 콘서트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드네요
그런데 앞에서 3번째줄이었는데도 목이 좀 아팠네요 이 공연장ㅎㅎ

2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좋았네요.

조규찬 9집 발매 기념 겸 유학 전 마지막 콘서트에 다녀왔다. 7년만에, 그것도 후문이 아닌 정문쪽으로 가 본 이화여대 캠퍼스는 꽤 예뻤다. 홍해가 갈라진 듯한 구조로 되어있는 조금은 위압적인 느낌의, ECC 건물 지하4층 삼성홀로 들어가서 앉았다. 동숭아트센터의 동숭홀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공연장이라 그런지 더욱 깔끔하고 좋았다. 더군다나 뒷쪽에서도 무대가 잘 보이도록 적당히 경사가 잘 지어져있는 것이 특히 맘에 들었다.

몇 가지의 소품과 또 몇 개의 악기들로 세팅되어 있는 단촐한 무대 위로 조규찬과 세션들이 등장했다. 처음 흘러나오는 노래는 '따뜻했던 커피조차도'. 그 노래를 라이브로 들어보는 건 처음이라 그랬는지, 쉽게 기대하지 못했던 노래여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조금 흥분했던 것 같다. 오른쪽 옆에 앉아있던 조규찬 광팬으로 추정되는 어떤 여자분은 그 흥분을 거의 반신을 다 이용해서 표출하셨는데, 난 그러지는 못했다. 체면 차리는 정숙한 남자니까.

이어 추억 #1 부터 해서 1집 부터 최근에 나온 9집까지 실린 노래들을 쭈욱 연주해나갔다. 역시 레파토리는 공연장에서 주로 부르는 노래들을 위주로 짜여있었다. 그래서 공연장에서 들었던 노래들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아무래도 'C.F.'와 'baby baby'였다. 라이브로는 처음 듣는 데다가, 공연에서 할 거라고 예측할 수 없었던 노래들이었기 때문이다. 'baby baby' 같은 경우에는 조규찬 노래 중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 노래 중 하나인데도, 유독 듣기가 좋았다. 학부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가사와 멜로디의 'C.F.'는 말할 것도 없었고. 7집 노래들은 그냥 이유없이 연주 목록에서 제외했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그 앨범엔 손을 잘 대지 않아서 잘됐다 싶었다.

사이사이의 조리있고 차분한 말투에 실린 특유의 멘트들은 이 날도 역시 관중들에게 어필하였다. 게스트로는 이소라가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아파서 오질 못한다고 했다. 언젠가는 조규찬과 이소라가 함께 했던 '난 그댈 보면서'나 '그대 내게'를 꼭 듣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대신 정규 공연 멤버였던 그의 아내 해이가 조규찬과의 듀엣곡과 스케치북에서 불렀던 프랑스 노래로 이소라의 시간을 채워주웠다. 방송에서 볼 때도 그랬지만, 라이브로 듣는 해이의 샹송은 참 감미로웠다.

'morning'을 시작으로 9집의 실린 새로운 노래 세 곡도 했고, 마지막 앵콜곡으로는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무지개'와 그가 매우 사랑하는 노래 'You've got a friend'를 띄워주었다. 그렇게 그의 유학 전 마지막 공연이 막을 내렸다. 그가 했던 우스갯소리대로 새 앨범도 6년 만에 나왔고 유학 간다고 말 안 하고 그냥 갔으면 실감도 안 날텐데, 당분간 못 본다고 생각하니 뭔가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음악 유학 잘 마치고 돌아와 더욱 심화되고 확장된 형태의 그의 창작물들을 접할 수 있다면 3년 이상의 공백이 가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자신에겐 물론이거니와 나 같은 팬에게도.

윤종신 트위터에 '규찬이는 공연에서 오토 튠 기능이 있는 마이크를 사용하나봐'와 같은 개드립이 올라온 걸 보면 그도 같은 공연장에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요즘 가장 즐겨듣는 가수인 윤종신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에서 같이 공연을 봤다니 좀 신기했다. 어쨌든 나로서는 조규찬이 갖고 있는 각기 다른 범주에서의 모습들을 일일이 알 길이 없지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윤종신 뿐만 아니라 유희열과 김광진 등이 극찬을 하는 '뮤지션'으로서의 그는 늘 대단하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그가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이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더 아쉽고, 더 애틋했던 공연이었습니다.

조규찬님의 곡들은 역시나 저에겐 감동이었습니다.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좋은 음악으로 마음까지 행복했던.
그리고 재미있고 센스있는 그의 입담까지.
아주 좋은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