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를 제작하기까지의 과정과 자신의 삶을 그린 모노 뮤지컬입니다.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햇지만
공연이 끝날때 "벌써?" 라는 생각을 들게할만큼 지루할 틈이 없고
탄탄한 구성과 독백으로 이루어지는 대사가
안소니가 관객에게 일대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좋았습니다.

가정사에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어머니를 그리는 부분에서
집에 계신 어머니생각이 나더라구요.
같이 보면 정말 좋은 공연입니다! 강력추천!

혼자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해가는 특별한 뮤지컬

엄마와 보면서 엄마 손을 꼭 잡게 되는 뮤지컬입니다

앵콜공연으로 부랴 부랴 예약하고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장에 와 있는 관람객들도 천천히 눈에 들어왔다.모두들 전문가 다운 분위기로 와 있는 듯 했다.
나만 제외하고는...
공연은 쉬지 않고 100여분을 달렸다.
웅장한 음악. 잔잔한 음악. 엄마의 뱃속의 양수속에 있는 듯...엄마품의 자장가 갔았다.
객석에선 웃음과 눈시울 소리가 적절히 들려온다.
나도 따라 휴지를 적시며 공연에 매료되었다.

앵콜송이 흐르고.분위기도 추억으로 흐르고. 책한 권을 다시 구입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만에 가슴에서 뭉클거리는 눈물에 감사하며 다시한번 안소니랩에게 감사했다.
이렇게 늙어가나 저렇게 늙어가나 매 한가지인데 삭막해져 가는 나의 정신과 육체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녹아들게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부제 :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드아웃 유(Without you) 내한공연



1

공연얘기에 앞서, 뮤지컬 [위드아웃 유]를 말할 때 꼭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 작품 국내 공연 홍보문구로 요긴하게 쓰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란 부제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죠.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일까요? 아닙니다. 그러니 확실히 해야할 건 확실히 해야겠죠? 왜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아니면서 매체마다 브로드웨이 공연이라고 강조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대중적인 작품도 아니고, [렌트]에 대한 이해 없이는 소화하기 쉬운 작품도 아니라서 안소니 랩 출연의 내한공연 정도로만 소개해도 충분히 먹힐텐데 말이에요.



[위드아웃 유]는 [렌트]의 출연과 [렌트]의 음악을 만들고 [렌트]라는 작품의 기초부터 완숙 단계까지 모든 걸 관리하고 책임졌던 조나단 라슨과의 인연을 통해 인생이 크게 좌우된 한 사람의 특정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모노드라마이기 때문에 작품 자체가 애초부터 제한된 관객수 밖에 보장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요. 굉장히 매니아적이죠. 그래서 작게 시작했고 국내 공연 역시 필요 이상으로 규모를 부풀리지 않았습니다. KT&G상상아트홀이 모노드라마를 올리기엔 무대크기나 객석 수가 많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어디 작품과 딱 떨어지는 극장 빌리기가 쉽나요. 이 정도면 내한공연임을 감안하면 적당한 선택입니다. 무대 공간 활용도 자연스러웠고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고 모든 작품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명성황후]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게요. [위드아웃 유]의 경우는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발의 참가일환이었을 뿐 아직 정식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한 적은 없습니다.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발 참가도 국내 공연이 가시화되던 무렵에 결정된 사안이었죠. 안소니 랩이 출연해야지만 가능한 공연이니 안소니 랩이 미국 가서 브로드웨이 시장에 올리기 위해 타진해서 일을 성공적으로 귀결시킨다면 그땐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란 부제를 써먹을 수 있을겁니다.



널리고 널린 게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 브로드웨이 뮤지컬 타이틀은 별 효력도 없는것을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발 참가이력을 발판삼아 제목처럼 둔갑시킨 저의가 궁금하네요. 차라리 제목 앞에 안소니 랩의 [위드아웃 유]라고 했다면 덜 어색했을거에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드아웃 유]내한공연이라니, 너무 궁색해 보이잖아요. 그렇지 않다는 걸 빤히 아는데 말이에요.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발 참가 때문에 겨우 브로드웨이 진출을 모색한 이 작품이 그전까지 했던 공연은 피츠버그에서의 단발성 공연이 다였습니다.



안소니 랩이 저술한 뮤지컬과 동명의 제목을 갖고 있는 자서전 Without You : A memoir of Love, Loss, and the Musical RENT를 기반으로 하여 짜여진 이 작품이 맨 처음 올려졌던 피츠버그에선 2008년 8월 28일 날 개막했는데 정확히 얼마 동안이나 공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소니 랩이 2008년 말부터 [렌트]투어 공연 연습에 들어갔기 때문에 국내 식으로 얘기하자면 피츠버그 공연은 지방 트라이아웃 식의 성격이었을 겁니다. 작품을 비로소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고 있는 건 국내 공연 성사와 비슷하게 맞물린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발 참가가 겹쳐진 2010년이죠.



2

이 작품 내한공연 소식이 처음 올라왔을 때 반응은 다들 금시초문이었습니다. 안소니 랩이 아니었다면 눈길도 안 갔을거에요. 안소니 랩은 알겠는데 [위드아웃 유]라니 이런 공연도 있었나, 싶어 갸우뚱하기만 했어요. 모노뮤지컬인데 설마하니 안소니 랩이 국내 관객들 대상으로 이 작품을 초연시키는 건 아닐테고 분명 어디서 올린 적은 있을텐데 그게 어디였는지 도통 알 수 없게 생소한 이름이었으니 말이에요.



말하자면 이 작품은 작품 자체로써 아직 걸음마 수준이고 국내 공연은 과도기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거쳐가야 할 관문 중 하나였던거죠. 현재 국내에서 볼 수 있었던 무대도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무대디자인 뿐만 아니라 의상도 장소에 따라 교체될 수 있습니다. 공연 홍보자료를 보면 국내 공연의 무대와 의상이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발에 참가했을 때와 다르죠. 이 작품을 맨 처음 올렸던 피츠버그에서의 공연 역시 지금과 다른 부분이 있었을거라 추측됩니다. 얼마든지 교체하고 수정할 가능성을 열어둔채 올리는 공연이라 전시용 견본을 본 것 같기도 하군요.



콘서트나 전시를 주로 담당하는 뉴벤처엔터테인먼트가 예상 밖으로 놀라운 성과를 이뤄 낸 2009년 [렌트]투어 공연은 많은 이들에게 감격스러운 순간을 만들어냈는데 그때 뉴벤처엔터테인먼트는 안소니 랩과 꽤 괜찮은 인연을 맺었나 봅니다. 그러니 그 연장선격으로 안소니 랩 출연의 모노뮤지컬을 1년여 만에 영입할 수 있었던거겠죠. 안소니 랩도 [렌트]내한공연을 국내에서 할만했으니 다시 한번 방문한거라고 봐요. 그만큼 기획사가 공연을 올리면서 관객한텐 개떡같이 굴어 군소리를 들었지만 배우 대접은 괜찮게 했는지도요.



따지고 보면 뮤지컬 [위드아웃 유]가 제대로 공연한 건 이번 국내 공연이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발에선 오프닝 공연으로 선정되어 매진을 기록했다는데 페스티발 공연이었기 때문에 몇 번 올리진 못했습니다.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발 기간은 올해 9월 27일부터 10월 17일까지였습니다. [위드아웃 유]가 아무리 길게 올려봤댔자 3주를 넘길 수 없죠. 이걸 가지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고 하다니 우습지 않나요. 뉴욕 뮤지컬 씨어터 페스티발 기간은 일주일 연장된 국내공연 기간보다도 짧습니다. 피츠버그, 뉴욕, 서울까지 [위드아웃 유]가 올려졌던 도시 중 국내 공연기간이 가장 길지 않았을까요. 공연도 각 도시에서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으니 브로드웨이 진출도 무난하게 이뤄질거라 봅니다.



3

뉴벤처엔터테인먼트가 어떻게 안소니 랩이 출연한 모노뮤지컬이 있다는 걸 알고 뉴욕 뮤지컬 씨어퍼 페스티벌 참가가 결정되기도 전에 내한공연 유치로 선수친 덕분에 국내에선 운좋게 양질의 공연을 미국 내한공연임에도 일주일을 연장시켜 3주나 되는 기간 동안 비교적 양호한 가격으로 볼 수 있었는데 운이 좋았죠. 극장도 [렌트]내한공연 때와 달리 인접접근성이 좋은 건 물론 무식하게 크지도 않아 관람하기 편했습니다. 시야확보 유리한 좌석을 초대권 좌석으로 지나치게 많이 묶어놔서 욕 좀 먹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할인률도 적당했고 패키지 상품도 알뜰합니다.



VIP석이라 볼 수 있는 88,000원 짜리 특별석에 딸린 부수적인 선물은 본전 생각 안 나게 해주죠. 일단 자리가 좋고 안소니 랩과의 만남과 싸인회 행사는 물론 시중에서 14,000원 받는 안소니 랩의 자서전까지 얹어줍니다. R석이 66,000원이었으니 R석과 22,000원 차이에서 이 정도 추가항목이 붙은 상품이라면 무분별하게 VIP석을 남발하는 여느 공연들을 올리는 기획사들의 행태보단 백배 이상 양심적인 책정으로 보입니다. 66,000원 짜리 R석을 예매한 뒤 공연장 가서 14,000원 짜리 자서전을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럴바엔 8,000원 더 주고 공연 뒤 안소니 랩과도 만나고 자리도 더 좋은데서 보는게 낫죠. 언론에서 선전한대로 전석 매진 정도까지의 열기는 아니었지만 특별석은 호들갑 떨만하게 잘 팔려나갔습니다. 거기다 국내 공연기간과 안소니 랩의 생일이 절묘하게 겹쳐 안소니 랩에게나 국내 관객에게나 소중한 추억을 남겨줄 수 있었죠.



대신 특별석은 할인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제 표값의 체감지불액은 더 크긴 하지만요. 특별석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할인률 인심은 후한 편이었습니다. 20프로 이상의 할인률은 부담없이 보장해 줬거든요. 예매기간에 따라 할인률이나 추가항목이 더해졌고 소소한 이벤트도 많았죠. 아마 이 작품 보러 가는 관객들 중 2009년 kbs홀에서 올려진 [렌트]내한공연 유료티켓을 소지하고 있는 관객들이 많았을겁니다. [위드아웃 유]가 내건 [렌트]내한공연 유료티켓 소지자 30프로 할인은 이 작품에 한해선 보편적으로 적용 받을 수 있는 경우였습니다.



4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건 크게 두가지로 좁혀집니다. [렌트]에 출연한 안소니 랩의 [렌트]와 조나단 라슨에 대한 추억과 기억, 그리고 그 기간에 일어난 안소니 랩 어머니의 병환과 끝내 죽음으로 이어진 비극에서 기인한 추억과 기억을 절반으로 나눠 되새김질 하는것이죠. 안소니 랩이 직접 쓴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모노뮤지컬이지만 뮤지컬은 시종일간 주인공의 20대 중반에 멈춰있습니다. 안소니 랩은 주구장창 [렌트]와 조나단 라슨,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점칠시키고 있는데 그래서 이 작품은 때때로 [렌트]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시리즈의 90분짜리 파일럿 프로그램 같기도 하고 [렌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경우 철저히 소외받기 쉽게 구성돼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대하기엔 연결고리가 너무 긴밀하게 꼬여있어서 보다보면 별책부록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습니다.



보편적으로 스며들만한 흡수력이 매우 약해요.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기 위한 특정 부분의 차용이 너무 부각돼 있기 때문에 온전히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없는 면이 무척 강하죠. 처음 봤을 땐 혼자 보기도 했고 보고 싶었던 작품이라 예매했을때나 관람했을 때 별 고민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두번째는 초대권으로 봤습니다. 초대권이 1인 2매였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을 보여줘야 했는데 다른 공연들과 달리 이 작품은 작품의 성격이 워낙 분명해서 누굴 보여주기가 굉장히 애매하더군요. 누구한테는 즐겁게 몰일할 수 있겠지만 누구한테는 맹탕이 될 수 있었죠.



[렌트]를 좋아하고 [렌트]의 음악을 아끼고 안소니 랩의 팬이거나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본다면 이 작품은 훌륭한 팬서비스 작품입니다. 그러나 별로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이 작품은 이 작품이 얻은 성과만큼이나 좋지많은 않은 불친절한 뮤지컬이 될 수 있습니다. 과연 [렌트]와 상관없이 이 작품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렇다고 [위드아웃 유]가 [렌트]의 부속품도 아니잖아요. 어느 정도의 독자성은 깔고 가는게 좋겠죠. 그러나 [위드아웃 유]는 독립된 모노뮤지컬임에도 [렌트]의 수록곡이 9곡이나 나오며 이 중 [렌트]의 주제가로 쓰인 Seasons Of Love는 [위드아웃 유]에서도 주제가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안소니 랩의 회고도 작품을 이해시키기엔 다짜고짜 들이대는 측면이 있고요. 안소니 랩이 작품을 전개시키는 태도엔 당연히 [렌트]에 대한 이해가 강한 사람들이 볼거라 믿고 있는것처럼 보입니다.



5

노래는 90분 짜리 모노뮤지컬치곤 제법 많은 16곡이 수록돼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곡을 완수하는 건 몇 곡 안 됩니다. 앵콜곡으로 극중 재차 쓰인 Seasons Of Love의 어쿠스틱 버전과 어머니의 장례식장 부분이자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부르는 곡을 포함해 2~3개 정도가 다죠. 안소니 랩은 [렌트]에서 본인이 불렀던 곡도 부르지만 미미나 로저가 부른 곡들도 부르는데 모두 본인의 음역대에 맞춰 재편곡을 했습니다. 모든 노래를 극의 흐름에 맞출 때가 많아서 노래보단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곡수는 많고 노래는 다양한데 들을만 하면 끝내고 해서 감질나기도 하죠. [렌트]에도 수록된 조나단 라슨 작곡의 9곡의 곡을 비롯해 안소니 랩의 솔로앨범에 실린 곡, 이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곡 등 여기저기서 쓸어담은 곡을 적재적소에 재활용했고 몇 곡 안 돼는 신곡을 적절히 분배했는데 안소니 랩은 이 곡들을 본인 역량껏 최선을 다해 깔끔하게는 소화합니다. 그러나 안소니 랩은 가창략이 뛰어난 가수는 아니죠. 기대도 안 하긴 했지만 목소리 자체가 원체 답답한 구석도 있고 변성기를 맞은 사춘기 소년 같아서 알맞게 불렀다고는 생각했지만 뻥 뚫린 느낌은 없었습니다. 노래보단 연기가 더 괜찮았죠. 본인을 직접 연기하는 안소니 랩은 모노드라마 형식이 그렇듯 본인 뿐만 아니라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을 1인 다역으로 분장이나 별다른 의상의 도움없이 전부 부침없이 소화해내어 인상적인 열연을 펼쳤습니다.



무대효과는 간소하게 표현됐습니다. 무대효과가 그닥 필요한 작품은 아니에요. 돈 들어간 구석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아쉽지도 않았습니다. 소품이라고 해봤자 의자 두개와 중간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노래를 부를 때가 다고 뒤에 설치된 스크린이 적당한 시점에 개성없는 배경영상을 틀어줄 때 감정변화의 구실을 마련해줍니다. 인물의 감정선이나 상황이 변할 때 틈틈히 조명이 부드럽게 바뀌기도 하는데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우선인 작품이기 때문에 기술력은 자제하고 있죠. 그래서 스크린 효과가 더욱 안일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이 장면이 나왔으니 수목과 햇살, 비행기가 이륙하는 활주로 등을 보여줘야 해, 라는 강박증에 할 수 없이 집어 넣은 티가 난단 말이죠. 그러지 않아도 안소니 랩이 천연덕스럽게 다른 사람들 연기까지 수시로 오가기 때문에 스크린 효과 같은 걸리적거리는 요소 없이도 충분히 상황설명에 이해를 도울 수 있었을거라 봅니다.



사실 중점에 둔 이야기가 짜임새 있는 건 아닙니다. 이게 실화이기 때문에 그나마 효력이 있는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 개성도 없는 기성품, 낯간지러운 감상주의 혹은 징징거림에 지나지 않았을것입니다. 안소니 랩이 얘기하는 [렌트]제작기도 다 아는 얘기만 나왔을 뿐이고 이야기로만 따지면 김빠지는 성공신화입니다. 커밍아웃 부분도 싱겁기 그지없죠. 어머니에 대한 얘기는 그렇고 그런 헐리웃풍 신파가족드라마를 넘어서지 못하고요. 근데 이 작품은 이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얘기 자체로 봤을 때 흥미가 돋울만한 부분이 별로 없는데 그럼에도 이 작품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데는 자신을 객관화하여 한 발자국 떨어져 조명하는 한 사람의 자기성찰에 기인합니다. 다행이 얄팍하고 반들반들한 구성 속에서도 인물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놓치지 않고 잡아냅니다. 여기에 실화라는 사실이 이야기를 안전하게 착지시켜주죠.



안소니 랩은 지나온 세월이 몇 년인데 마흔 줄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아직도 20대 초중반 문턱에서 헉헉거리고 있는 철부지 어른의 하소연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잃은 한 남자가 그 사람들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슬픔을 이겨내며 점진적으로 나아가 보다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 인간의 성숙한 내일을 그려내고 있는것이죠. 그는 그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과 비극을 담담하게 회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작품은 홀로 남은 자의 쓸쓸함과 그리움이 잔뜩 묻어나서 보고 있자면 외롭고 애틋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렌트]라는 작품과 조나단 라슨,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은 주인공이 결연한 자세로 일어서는 시점에서 마무리 짓고 있기 때문에 [렌트]란 작품에서 동시대성을 찾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주인공의 차분한 태도에서 삶의 순환고리를 발견할 수 있는것이죠. 작품 자체로 봤을 때 뮤지컬 [위드아웃 유]가 어느 정도의 관객선까지 감성적으로 포섭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근접거리에서만큼은 투명한 진정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 점이 바로 이 작품을 좋은 작품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 제목인 [위드아웃 유]는 [렌트]뮤지컬 사운드트랙 2번째 CD의 7번 트랙에 있는 곡 제목을 인용한겁니다. 뮤지컬에선 미미와 로저가 같이 부르는 곡이죠.



- 프로그램은 제작되지 않았지만 프로그램 몇 배 이상의 정보가 담겨있는 동명의 자서전을 뉴벤처엔터테인먼트가 발행했습니다. 공연 개막 시점에 맞춰 페이퍼북으로 출간됐는데 서점에서 보기 힘들겁니다. 공연 기획사에서 발행해서 그런지 유통과정이 원할한 것 같지 않더군요. 온라인 서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습니다. 인터파크에도 없어요. 전 예스24에서 구매했죠. 이벤트 기간에 예스24에서 책을 구입한 덕분에 운좋게 초대권이 뽑혀 재관람이 가능했습니다. 발행처가 출판사가 아니다보니 이 책 구매가 앞으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연 종료되면 지난 공연 프로그램 구매가 어렵죠. 이 책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어요. 신간인데도 예스24에서 구매했을 때 출고기간이 4일이나 잡혀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어차피 살 책 부랴부랴 구입한거였죠.



- 공연시간은 93분이었습니다. 두번 다 93분을 정확히 지켰습니다. 앵콜곡으로 Seasons Of Love를 부를 때 자막기에서 따라 부르라고 가사도 같이 나왔는데 가사가 나오기 전 뜬금없이 서울, 상상아트홀이 먼저 뜨더군요. 그것때문에 확 깼어요. 앉아있는 객석이 상상아트홀이라는 걸 누가 모른답니까.



- 커튼콜 때 보니 안소니 랩은 조만간 대머리 되겠어요. 아직 젊은데 머리가 많이 빠졌더군요. 조명에 훤히 보였는데 특히 뒤쪽이 심해요.

최고의 공연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