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제목 그대로.....
아.......... 미치겠지 않아요?

의자가 불편해서 보는 내내 엉덩이가 아팠던 것을 빼고는
작품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치치언이라는 극작가에
시와 그밖에 만화 에세이 등을 접했다.

보니, 그는 1970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에 각각 등단하면서 작품활동으 시작했고
코리아환타지, 밤비내리는영동교를홀로걷는이마음,충분히애도되지못한슬픔,
언니들,등을 집필하였다, 각 작품마다 희곡상들을 수상하였으며
이번 작품 <미친극>은 2009창작팩토리 취우수작품상 희곡부분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도연은 소파에 늘러붙어 한 손엔 원고를 한 손으로는 세상을 더듬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마치 이상의 소설 <날개>를 현대 극화 시켜 놓은 듯한 이번 작품은
극 속에 극을 대입시킴으로써 현실과 연극, 환상과 삶의 구분을 어지럽힌다.
그런 와중에 '감나무'가 있다.

세상에 배나무가 몽상가인 도연과 연출가에겐 감나무로 보이는 이 모호한 경계의
나무는 극중 도연의 에고임과 동시에 성적 분출구이고 모순의 발화점이자 생에 귀순점이다,
감 나무를 사이에 두고 도연과 장미는 있다,

소파에 누워 원고를 파먹으며 밤이면 술집으로 출근하는 아내 장미를 감시한다,
아내가 술집으로 출근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받아 들일수도 없는 도연의 자존감과
끝내 붙잡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뒤덮기 위해 그는 아내가 퇴근하는 새벽녘
술이 떡이된 채 침대에 쓰러져 잠든 아내를 보고서야 안도하며 나무에 오줌을 눈다.
자시니 감당할 수 없었던, 견디고 있던 모순을 배설하는 것이다.

모순을 삼켜온 그 나무는 때무에 극중에 극 감나무인지 배나무인지 조차 우리는 불분명하다.
이러한 모순은 기실 나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미가 들여다보는 거울 속 자신과 소파에 앉아 원고를 끄적이고 있는 도연 조차도
현실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의 환영을 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되면 모순과 아이러니의 경계는 사라진다. 상징은 나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허리가 잘려나간 감나무는 우리들 현대인들의 쓸려져버린 자존감은 아닐까,

그 사이를 견디기 위해, 스스로 몸의 허리를 베어버리는 아이러니를, 희곡은 그려내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이해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특히 관계에서의 마찰이 더 큰 것 같다. 그것을 이해될 수 없는 순간으로 인정하는 순간이 온다, 무의식으로 그런 순간을 견디기 위해 타협을 하거나 모순을 짓는 것, 즉 허리가 잘려져 나가도 허공을 향해 가지를 뻗는 나무의 가지는 아직도 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거울과 거울의 대립, 그리고 거울과 거울 사이에 환영이야말로, 이 미친극의 총체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모순으로 소용돌이치는 이야기.
도연보다도, 나는 장미라는 극중 인물에 많이 매료된 것 같다. 그녀의 연기가 단연 관객인 나에게 강한 울림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그녀의 생활이 모순을 극복하고도 당찬 그녀의 성품과 생활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밤이면 몸을 팔러나가는 여자들과는 다를지 모른다,(더욱이 남자니까_ 하지만 그러한 수치나 모멸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내고 있는가를 장미는 보여준다. 문제는 도연과 같은 회피가 아니라, 학수와 같은 거짓이 아니라, 장미와 같은 극복,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인정해내고 모든 모순의 귀착점으로부터 미소하는, 감자 꽃 같이 환한 얼굴의 장미
나는 그녀를 통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고, 또한 위로 받았으며
극복을 향한 강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미친극의 모든 식구들에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특이한 구성과 스토리로
제 맘을 사로잡았습니다...
평일이라 관람객이 많지 않아서 좀 아쉬웠지만
입소문을 많이 내서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공연을 보셨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