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분들이 너무 연기를 잘하시더군요....

30대에 이제 들어선 저에게....

그리고 대전서 20년 넘게 살던 저에게.....

너무 친숙하게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860번....중고등학교때 정말 많이 타고 시내에 갔었던 버스.....

감동적인 공연 고맙습니다....

대전에 실재했다는 어느 서점을 배경으로, 중고등학생 때부터 그 서점을 다니던 6명의 남녀가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성장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각각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일 때를 각각 한 묶음으로 총 4막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시간적 배경으로는 1991년부터 2002년까지를 다룬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하여 서점에 걸려있는 브로마이드 사진의 주인공을 바꾸고, 서점 내 각 서가의 분류표시를 달리 하기도 하고, 인물들의 옷차림과 생김새, 대화 속 소재들이 각 시대에 맞추어 변화된다.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의 아이템을 보여주는 이런 무대 장치들은 당시를 살았던 관객들에게는 추억을 되짚어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런 역할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꽤 익숙한 캐릭터들이며, 그들 사이의 관계 역시 그렇다는 점도 꽤 작용하는 것 같다. 여유 있으면서도 1등을 놓치지 않는 여학생, 그런 여자를 질투하는 만년 2등 여학생, 그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남학생과 그 남학생을 또 짝사랑하는 (다소) 못 생긴 여학생,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며 극을 진행시켜주는 다른 인물들... 아마 1980년대부터 중고등학교를 다루는 작품이었다면, 그게 연극이던 영화던 책이던 이 정도의 관계는 갖춰두고 시작할듯한 그런 인물들이 딱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 시기에 같은 신분으로 세상을 살았던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인물들이 익숙한 배경에서 익숙한 이야기를 하는, 그렇게 해서 옛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작품인 것이다. 그런 점(7080 세대들에게 그들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점)에서 '책, 갈피'라는 작품이 갖는 특별한 지점이 있기는 한 셈이다.

그런데 연극 '책, 갈피'는 그 지점에서 벗어나지는 못 했다.
1등과 2등의 갈등, 청소년기의 짝사랑으로 엉켜있는 관계,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생각하다 좌절하는 모습, 청소년기에 가졌을 법한 이런 많은 고민들이 어떻게 전개되고 해결됐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중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치열하게 나타나던 것들이 불이 꺼졌다 켜져 막이 바뀌면 대학생이 되어 모두 해결되어 있는 식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4번 바뀌는 각 막들이 연계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기보다는, 전체 내용은 따로 있으며 그 중에서 특정 장면만 스틸컷처럼 보여주는 느낌인 것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며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던 저 아이가 왜 그 반대의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1등과 2등은 어떻게 갈등을 극복하였는지, 이런 과정들은 이 작품에서는 그저 몇마디 대사로 표현될뿐이다. 성장드라마라면 응당 갈등을 극복하고 관계를 회복해나가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맞는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연극 '책, 갈피'에서는 그런 장면이 생략되어 있다.
아무래도 그렇다보니 이 작품의 마지막 역시 상당히 애매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갑자기 기자가 되어 있고, 갑자기 유학 돌아오자마자 교수가 되어 있고, 갑자기 도서관장이 되어 있고... 그렇게 몇년만에 재회했는데, 그냥 툭! 끝난다. 사실 뭔가 갈등이 전개되다 터진 뒤 그것을 마무리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었으니 툭! 끝나는게 맞는건데, 어쨌거나 보는 입장에서는 보다 만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배우들은 중학생(16살) 때부터 시작하여 직장인(27살)까지를 연기해야 한다. 교복과 분장의 힘을 빌리기는 하겠지만 쉽지는 않았을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어색하지 않게 보여주었던 점은 이 작품이 가졌던 최고의 장점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인물들이 크게 성격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보경을 연기했던 이나리 씨가 인상적이었는데,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성격 변화가 가장 컸던 배역이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해주었다. 시간의 흐름이 물 흐르듯 가지 않고 툭툭 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변화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서점을 배경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하나 더 있었다.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에서는 20년 전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갔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책, 갈피' 역시 그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루되 좀더 집중할 수 있었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더 깊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저 추억이 있는 작품으로만 남기기에는 좀 아깝다.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밭서점을 찾은 재경에게 영복은 책을 건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모두의 손을 거쳐간 한밭서점과 대전시 은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길"이 재경에 손에 들렸을 때, 영복은 책갈피를 꺼내 그 책 사이에 끼어둔다.

연극 책, 갈피는 이렇게 끝이 난다. 서점 언니이자 누나였던 지혜가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 두면서 모두에게 선물했던 책갈피, 인생에 가장 중요한 책을 만났을 때 끼어두라고 말했던 그 책갈피였다.

고입입시가 있었던 시절, 소설과 시보다 정석과 성문을 사야했던 전교1등 재경과 그런 재경을 질투하는 2등 지혜, 소설과 시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훗날 작가를 꿈꾸는 영복, 그를 짝사랑하는 보경, 한밭서점에서 일하며 아이들의 맏언니인 지혜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입 재수생 현식. 한밭서점에서 시작된 중3때의 재경과 영복의 만남은 10여년이 지나고 다시 이어진다. 달달하지만 쌉쌀한 초콜릿처럼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혼란스러워했고, 오랜 꿈을 포기하기도 하는 이들의 모습에 대한 익숙함은 나도 그런 시간들을 보내서 그런 게 아닐까.

책이 좋았다. 지금은 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일에 대한 회의와 피로 혹은 절망 혹은 분노로 책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책, 갈피'가 주는 말랑말랑한 달달함, 다시 느껴보고 싶다.

배우들과 입장 때부터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게 되는
그 극장 안 무대 구조가 참 좋았답니다.
그리고, 책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아서 좋았고
추억의 음악들, 추억의 자료들을 보면서도
참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공연 같습니다.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회상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있을 나라는 존재를 알게 해주는
과거를 회상하며,,,


또 그때를 생각하며 눈물짓고, 웃음짓고,
시간이 흘러 그 장소에서 다시 만나 과거를 이야기하는^^

소소한 서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우리의 과거 또한 한장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듯한,
공감이 가기에 더 없이 좋았던 공연이 아니었나 개인적인 생각이 들더라구요..^^

입장부터 서점에 들어오는 기분으로 맞이해주는 배우들^^
그리고 자연스레 관객들과 판치기를 하며 웃고 떠드는 사이에 과거속으로~!

다소 미흡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전, 개인적으로 제 추억을 한장 꺼내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들의 모습도 저 사람중 한명은 나와 같은 동일인물중 한명이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져들었어요^^...

자신의 추억을 공연을 통해 체험하고 싶으신?!ㅎㅎㅎ 분들 이 공연 추천합니다!ㅎㅎ
동생과 같이보고 왔는데 전체적으로 내용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