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꽃병 물갈이 잘 봤습니다.

비올레트 이야기가 많이 와닿았어요ㅜㅜㅜ 진짜 현실을 살아가는게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어요

잔잔하고 소설같이 좋은 극이예요!! 개인적으로 영상 잘쓰는게 마음에 들었네요ㅎㅎ 묘지 세트가 집으로 그대로 활용되는것도 오묘하니 좋았어요~

미리 해두고 싶은 말은, 이 연극 호불호가 강할 수 있다. 뮤지컬이나 극적인 드라마가 취향이신 분은 꽤나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취향이 프랑스 영화, 일본 영화 쪽이거나 특히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바닷마을 다이어리>, <리틀 포레스트> 류의 잔잔한 드라마나 힐링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취향 저격.

프랑스 브랑시옹엉샬롱 국립묘지에서 15년 째 묘지를 관리하는 비올레트. 그리고 어머니의 유언을 알기 위해 이 묘지를 찾아온 경찰, 줄리앙. 시놉시스만 보면 미스터리물인가 하는 착각을 가져다주지만 그보다는 드라마에 가깝다. 힐링물의 느낌도 나고, 로맨스의 느낌도 나는 극단 청년단의 대표인 민새롬 연출님께서 준비한 묘한 연극.

비올레트 역의 김정민 배우님, 줄리앙 역의 마두영 배우님의 연기는 너무나 편안하고 부드럽게 다가왔다. 다른후기 보니까 누구는 ASMR 같았다고 하는데, 아마도 김정민 배우님의 톤이 그만큼 부드럽게 나긋하게 들리긴 했다. 그래도 그게 졸리기보다는 느긋하게 스며드는 느낌이라 좋다. 연극을 다 보고 나왔는데 편안하게 힐링하고 나온 느낌이다. 원래 연극이 3만원이 넘어가면 본전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소시민에 가까운데(?), 이 연극은 4만 5천원이나 함에도 불구하고 본전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더구나 너무나 매력적인 목소리 톤으로 독백을 하시는 데, 가만 듣다보면 내용과 연기로 마음도 편안해지거니와 줄리앙이 왜 비올레트에게 사랑을 느꼈는지 이해될 정도다. 두 배우님 모두 연기를 잘 하셔서 연극 후반부엔 두 배우님 모두 프랑스 사람처럼 보이는 느낌도 준다(?). 프랑스 어느 카페에 있을 법한 마른 체형의 갈색머리 여성과 라틴계 느낌이 물씬 나는 프랑스 남부 계통 경찰관이 두 배우님에게서 아른거렸다.

미디어가 자주 쓰이는데, 가장 눈이 갔던 것은 간간이 쓰이는 ''실루엣애니메이션'' 형태의 장면 연출. 내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미셸 오슬로 감독의 ''실루엣애니메이션'' 영화 <프린스 앤 프린세스>, <밤의 이야기>가 자동적으로 연상되서 반가웠다.

왜 제목이 <꽃병 물갈이>인지 궁금했는데, 극장을 나오니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더라.
아, 아름다워라, 인생이여. 인생은 아름다워(La vie est belle)!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텍스트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잘 표현된 매력적인 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