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관객으로서
은퇴를 앞둔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며 보게 됐습니다.
미리 우리 인생의 황혼기를 상상하면서 보기도 했구요.

산울림 소극장은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일단 관록이 묻어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젊고 예쁜 배우들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등장인물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아니라
동시진행되는 삶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배우들이라는 점에 가장 기대가 컸는데
그 부분만큼은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손뼉 쳐도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 쓸쓸하다는 것이죠.
물론 그점이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너무 쓸쓸해져서 이대로 연극이 끝나면 집에 어떻게 돌아갈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끝부분에 뮤지컬 극단을 시작하자는 것으로 희망을 던지긴 했으나
어쩔 수 없이 희망을 짜맞춘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정말 끝없이 커튼콜을 요청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세 친구로 나온 세 분 배우는 다른 무대도 꼭 찾아보고 싶을 만큼이요.

바쁜 세상에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찾아온 노쇠, 죽음, 질병..
누구도 피하지 못할 인생의 숙제를 늙고 난 다음으로, 퇴직한 다음으로 미루는 세상,
곰곰 생각하며 천천히 걷게 만드는 연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