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여주인공 미니와 그녀의 사랑, 용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2막의 포커 게임 장면은 긴장감 넘치고 몰입도가 최고였답니다. 푸치니 특유의 선율미가 돋보였고, 익숙한 아리아 대신 관현악으로 극 전체를 이끄는 새로운 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무대와 연출도 훌륭했어요. 짧은 공연 기간이 아쉬웠지만, 연말에 잘 어울리는 따뜻하고 색다른 오페라였습니다. 클래식 공연을 찾고 있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작이라 기대가 컸는데, 서부 골드러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신선한 스토리와 웅장한 음악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특히 2막에서 미니와 잭의 포커 대결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었습니다 ㅎㅎㅎ. 주인공 미니의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고, 푸치니 특유의 감미로운 관현악도 귀를 사로잡았어요. 연말에 어울리는 클래식 공연으로 따뜻한 여운을 남긴 시간이었습니다!

낯선 제목의 오페라 공연이었는데 너무나 재밌었습니다.
무대 연주 배우들 연기 노래 전부 최고였습니다.
광부들이 함께 노래하는 부분이 특히 웅장하고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홍석원 지휘자님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에 계속 저절로 눈이 갔습니다.
오페라는 어렵게 느껴져서 무사히 볼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서부의 아가씨 공연이 너무 재미가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공연을 보고 싶게 되었습니다.

서부의 아가씨 한국 초연을 본 기억이 있어 인터넷을 다시 뒤적여보니 3년 전 2021년도였습니다. 포스터도 동일하고 역시나 국립 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렸었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아마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줄거리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가물가물했던 것을 보면요. 이번 공연을 보면서 예전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는 부분은 있었습니다만.. 이렇다보니 초연과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아무래도 무대 세트나 의상은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2부인데요, 어째선지 2부에 등장했던 2층집 세트라던가, 임신한 네이티브 아메리칸 하녀는 확실히 익숙하더라고요. 그리고 3부에서 미니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차를 타고 등장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데요, 클라이맥스라 할만한 장면이고 확실치 않지만 초연에서는 말 모형을 타고 등장했던 것 같은데 어색하다 느꼈던 기억이 있거든요. 서부시대 배경이라 조금은 위화감이 있지만 저런 고풍스러운 차라면야 극의 흐름에 크게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몰입하기에는 나은 선택이 아니었던가 싶어요.

제게는 2부가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1, 2부가 합창도 많고 무대도 넓게 이용하지만 2부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물의 감정선이나 스토리의 집중도가 가장 컸던 것이 2부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미니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가장 잘 들여다보고 곱씹어볼 수 있는 게 2부였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캐릭터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푸치니의 기막힌 관현악 기법이 가장 매력적이기도 했고요. 적극적이고 활달하며 심지어 공격적이기까지한 이런 캐릭터를 가진 여주인공은 전통 오페라에서는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어요. 심지어 푸치니의 이후 작품에서도 이런 여주인공은 다시 등장하지 않죠. (그래서인지 극 전개가 상당히 모던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가지고 있으니 어떤 의미로는 가장 완벽한 인간상이 아닐까요? 사실 3부에서의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는 미니의 헌신이라는 면모가 부각되어 왔기 때문에 그나마 공감을 얻게 되기도 해요. 오해든 어쨌든 라메레즈에게 깊은 원한을 가진 인물들이 미니의 개입만으로 그를 놓아주고 그들의 새로운 여정을 축복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설정이 있으니 어느 정도 공감을 주게 됩니다. 그 이상으로 푸치니의 음악이 끌어내는 센티멘탈함의 힘이 작용하기도 했겠습니다만..

초연에서 그리 깊은 감명을 받지 못했던 것은 지금으로써야 알기 어렵지만 아마도 일단 생소한 음악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다른 오페라도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푸치니의 오페라에서는 매혹적인 아리아들이 있어 각인이 되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아리아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찾아보니 이 작품을 만들 때 푸치니는 새로운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 아리아보다는 극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는 관현악을 연출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 집중이 안되지만 한번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절대음악을 들을 때처럼 빠져들고 귀기울이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푸치니의 선율미가 어디 갈 리 없으니만큼 대단히 인상적인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홍석원 님이 지휘하는 쿱 오케스트라는 간간히 허둥거리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난히 이런 흐름을 잘 이끌어내 주셨어요. 홍석원 님은 오페라 지휘가로써 커리어를 쌓아가시고 계신다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많은 오페라에 참여해주고 계시네요. (아, 이건 다른 얘기입니다만 2부에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대단히 흡사하더군요. 어쩌면 웨버가 작곡을 할 때 영감을 받은 부분이려나요?)

그리고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할로~"하면서 등장하는 게 또 묘하게 웃음 포인트였습니다. 애초 이 작품의 배경이 나비부인 이상으로 푸치니의 덕후 면모를 드러내지 않는가 싶은데요, 당시 서구 이탈리아 인의 인식으로써야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지금 와서는 미묘하게 불편한 부분들이 살짝씩은 있어요. 찾아보니 미국 초연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기록이 있고 보면 뭐 미국인들은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려나요?

전체적으로 이번 작은 확실히 첫경험 때보다는 좋게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신기할 정도로 겨울에 잘 어울리는 느낌의 공연이었어요. 저는 겨울만 되면 꼭 푸치니의 라보엠을 찾아듣게 되는데 마르고 닳도록 들은 라보엠의 대체재로도 괜찮겠다 싶은 느낌이거든요. 무대 연출이나 음악도 그렇고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도 그렇고요. 내년 겨울에도 추위가 시작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떠오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물론 아쉽다 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연기가 아쉽다는 부분은 오페라에서야 그러려니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조금 더 연습을 하고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면 눈에 거슬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주연 소프라노의 컨디션은 최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다 싶은 정도였는데 테너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약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무대인사 때 보니가 무언가 다리도 좀 불편해 보이고 거동도 편치 않아 보이시더군요. 무언가 사정이 있었던걸까 상상해보았습니다. 상당히 좋은 자리에서 무대에 가까운 자리에 않았음에도 성악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은 오페라에서는 꽤 아쉬움일 수밖에 없네요. 그리고 자막은 아마도 예전의 번역본을 그대로 가져다 붙였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번만이라도 전문가의 손을 빌려 다듬기만 했어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조가 껄끄럽다를 넘어서서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 많이 보였어요. 상단 자막에서는 영어본과 한역본을 같이 띄워주었기 때문에 이건 그냥 영어 스크립트만 보고 직역해버린 것이라는 점이 더 도드라져 보이더라고요. 다음 공연에서 꼭 개선되어서 이 작품이 크리스마스철에 계속 돌아오는 레퍼토리로 자리잡기를 바래봅니다.

잘하고, 뉴욕 메트와 비교해 손색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