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공연관람은 자신보다는 아이를 위한 것으로 바뀌었어요.
아이가 즐거워하면 저도 관람이 만족스럽고 아이가 싫어하면 함께 싫어졌죠.

어릴 때는 뮤지컬을 보며 무대 위로 뛰어들던 아들녀석이 어느새 훌쩍 자라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지만 또 바이올린 연주를 아주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때 처음 시작한 피아노는 아이가 싫어해 결국 그만뒀지만 그 후 아이의 청으로 시작한 바이올린은 제법 좋아하더군요.

단지 방과 후 수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곧잘 연주를 합니다.
그리고 집안엔 언제나 클래식이 흐르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어요.

비오는 공휴일.
아이와 함께 찾은 호암아트홀.
평소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즐겨가는 편입니다. 전문가들로부터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을 듣고 관람하는 공연은 남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죠.

아이 때문에 선택했던 이숙정의 '현마고우'
저도 현악기 선율, 특히나 무게감 있는 첼로를 좋아하던 터라 기꺼이 음악회장을 찾았죠.
솔직히 1부에서는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가 없어 그다지 즐겁지가 않았어요.
최근 과로가 겹친 탓이었죠. 친숙한 선율에도 불구하고 졸음 때문에 짜증이 나더군요.
그런데 인터미션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관람한 2부 공연은 최고였습니다.

선율 하나하나가 가슴에 꽂히는 기분이었죠.
나이가 드니 자꾸 감성이 매말라 어떤 공연을 봐도 잘 감동을 하지 않던 터였는데
충분히 가슴이 젖어들었습니다.

더구나 옆 자리에 앉은 아들을 보니 무대 속으로 빨려들어갈듯 몰입하고 있더군요.
특히나 출국을 미루고 무대에 서주셨다는 기타리스트도 감사했고요.
이숙정님의 약간은 굵지만 위트 있는 목소리도 시간이 갈수록 친숙해졌습니다.
'당근 나지'의 비올라 연주자의 문학이야기도 더욱 무대와 가까워질 수 있는 팁을 주신 것 같고요.

이 날 처음 들었지만 '아미빛 머리의 소녀'는 참으로 아름다운 곡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참 아름답지?' 했더니 아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더군요.
마지막 앵콜 곡 '미션'도 아이도 저도 무척 좋았던 곡이었습니다.

음악회에 다녀오느라 이 날 수학 수행평가를 못 해 새벽 1시 반까지 아이와 뜬 눈으로 보냈지만 행복했고 값진 시간이었다고 공감했습니다.

톡톡클래식이 오는 10월에도 있다지요?
목요일이네요^^
목요일은 아이의 기악반 수업이 있는 날이네요.
꼭 아이와 다시 가고 싶습니다.
그 때 다시 뵐게요^^

행복을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공연 끝나고 홀에 나타나셨던 이숙정님과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들이 좀 부끄러워하더군요. '지인들과 함께 있는데 사진 찍자고하면 실례'일 거라며 그냥 돌아섰어요.
정말 실례일까요? 다음엔 여쭤보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진 같이 찍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