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장례식은 한때 연극무대를 유행병처럼 휩쓴 소위 ‘장례식 연극’이라는 소재의 식상함에도 불구하고 섬세함이 돋보이는 연극이다. 희곡의 복선과 개연성이 탁월하고, 한 장소에서 하룻밤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끌어나가는 긴 호흡과 압축미의 생활대사가 실감난다. 희곡의 문학성과 연극성의 교직도 무난하고 대사의 경쾌함이라든가 리듬감,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 그러니까 그냥 체념하고 살아라.’ 라는 대책 없는 위로보다 ‘다 그렇다. 그래도 살아 보자. 다 같이.’ 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4월의 비 오는 날 밤, 엄마의 장례식.
엄마의 장례식에 뿔뿔이 흩어져 살던 식구들이 모인다. 엄마가 죽은 날 밤부터 그 다음 새벽까지 일어나는 이야기, 세 남매의 이야기가 극의 중심이 된다. 잦은 파업 주동으로 징역까지 갔다 와 지금은 백수가 된 첫째 광락과 고등학생 때 열다섯 살 위인 국어선생님과 사랑에 빠져 결혼 한 후 연락 없이 살던 둘째 광희, 그리고 가난한 연극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셋째 은지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