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연기란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어요

내가 "윤금숙"이 되었던 시간..
"윤금숙"이 되어 눈물을 주르륵 흘렸고
"윤금숙"이 되어 부르르 몸을 떨었고
"윤금숙"이 되어 지난날을 회상했고
"윤금숙"이 되어 가슴이 먹먹했던
그런 시간.
몰입 최고의 황홀했던 시간.
앙코르를 외치고 싶은 공연.

공연을 보며 지난해 12월24일 저희곁을 떠나신
아버지 생각에 울컥했습니다.
치매초기증세 진단을 받은때로부터 어언 12년여..
가족조차 몰라보시고 치매로 인한 복합적 장애가
나타나는 치매중증이 됐을때, 어쩔수없이 요양원으로
모신지 2년이 채 되지않은 어느 날..
치매의 마지막 단계라고하는 식사를 하지못하시는
단계까지 왔을때, 저희는 마음의 준비를 했어야 했습니다.
손숙님의 공연을 보면서 아버지가 생각났던건
저희 아버지도 아주 어릴적일들은 뇌리에 남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때의 충격과 상처를 무의식속에 평생 간직하고 사셨던 것이었지요.
그래서 공연을 보는 내내 너무 놀랐습니다.
그리고 울 아버지도 속으로 그러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고 계신데
듣지 못하고 무심히 넘긴건 아니었을까...
고생하시며 자수성가하신줄만 알았지 그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저희는 실감도 않나고 모르니까요...
아버지께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신앙인으로써 시신기증까지하신 울 아버지!
다행히 긴시간이 아닌 49제가 지난후, 시신은 저희곁으로
돌아오셨고 지금은 호국원에 안장되어 계십니다.
손숙님의 공연을 좋아하는 엄마를 이번 공연에 모시고 가지않은건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엄마는 더 아파하고 더 슬퍼하셨을테니까요..

아버지!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시겠지요? 사랑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말그대로 환자이며, 타인이 감시하고 관찰해야만 하는 대상이지만,
정작 본인은 다 듣고 다 느끼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다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른 시각에서 본 색다른 연극을 통해 흔히 치매환자라고 일컫는 이들의 인격을 무시해
버리기보다는 조금이나마 이해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할것 같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그 어디쯤에서 끊임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정신적 망상때문에 얼마나
괴로울런지..

다소 무거운 내용이고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관객 연령층이 높다보니 여기저기서 마른 기침소리가
난무했습니다. 집중도를 높이기위해 극장안이 너무 건조하지않도록 습도조절이 필요할듯..

엄마가 처음으로 연극을 관람하셨는데 좋은 연극을 보여드린거 같아요. 저는 아직 공감하기엔 이른 세대이지만 부모님께서는 많은 걸 느끼셨던거 같아요. 그리고 배우의 열연에 또 한번 감탄을 했던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