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도 좋았지만 앙콜곡에서 보여준 그녀의 파워플한 연주는 그녀가
어째서 차세대 바이올린 여제인지를 증병해 주었다. 다음 방한을 기대합니다.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냈습니다~ 일주일 아니 한달은 거뜬히 감동속에 지낼것같아요^^

파워가대단해요

오케의중요성을깨닫게된공연이예요 피셔는 말할것도없구요♥

클래식에 갓 입문하여 큰 공연을 한 번 보고 싶던 차에 포스터 사진의 아리따운 바이올리니스트와 카리스마 있는 지휘자의 모습에 홀려 본 공연을 감상하게 되었다. 젊고 유망한 세계적인 음악인 두 명을 얼굴로 내세운 공연이라 남녀노소 불문하고 관심을 끌기 좋았던 것 같다.
비싼 공연에 프로그램북까지 따로 돈을 주고 구매해야했던 건 불만이지만 내용은 충실했던 것 같다.
입장 후 장내방송으로 두번째 곡인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3장으로 이뤄진 곡으로 장과 장 사이의 박수는 공연을 방해할 수 있으니 삼가 달라는 공지가 몇 차례 이어졌다. 큰 공연인 만큼 여러모로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조명이 어두워지고 연주자들이 입장했다. 영상매체를 통해서는 많이 본 오케스트라지만 실제 공연장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그 규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대부대의 입장 이후 마지막으로 지휘자 잔데를링이 들어왔고 박수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3층이라 무대 앞쪽이 각도상 잘 보이진 않았지만 허리를 펴고 고개를 빼 들고 보니 문제 없었다. 젠틀한 인사가 있은 후 등을 돌려 지휘가 시작되었다.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은 아주 경쾌하고 장엄한 곡이었다. 과연 공연의 시작을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는 임팩트 있는 곡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역시 달랐다. 청중을 압도하는 강렬한 사운드가 지금 이 순간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듯했다. 앞쪽의 현악기와 뒤쪽에 자리잡은 관악기의 조화는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듯 황홀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은 북과 심벌즈, 트라이앵글의 타악기 3인방이었는데 그 중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은 조금만 같이 맞춰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개런티가 얼마나 될지 몹시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한 번 치고 내려놓고, 다시 몇 번 치고 내려놓고 하는 모습이 감초 연기자마냥 귀엽게 느껴졌다.
곡이 끝나자 환호와 탄성이 터져 나왔고, 그 사이로 또 한 명의 주인공 피셔가 등장하면서 박수갈채는 더욱 열광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그 사이 관악기의 규모는 작아졌다. ‘로엔그린’에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트럼본이 빠지고 나머지 관악기도 간소화되면서 4대 호른 이외 표준 2관 편성으로 바뀌어,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짐작하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 명성답게 현악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낭만적인 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악기의 역할은 정말 중요했다. 1악장은 현악기의 부드러운 선율에서 시작하여 오보에의 솔로가 이어지는데 오보에 협주곡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다. 이후 관현악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점차 발전하는데 그만큼 리듬도 힘차게 변모해갔다. 이렇게 다른 악기들이 분위기를 깔아주는 동안 피셔는 다소곳이 본인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음악에 취해있다가 보니 어느새 피셔의 독주가 시작되고 있었다. 폭풍 속에서 등장한 피셔의 정열적인 연주는 좌중을 압도하면서도 과하지 않고 오케스트라에 완벽히 녹아 들어갔다. 나설 때와 들어갈 때를 잘 알고 있는 확신에 찬 연주로 선율을 교차시키다가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은 한가롭게 등장하여 기교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악곡을 전개하는 중후반부의 독주였다. 그야말로 1악장의 백미라고 할 만한 부분으로 듣는 이를 황홀경으로 인도했다.
이후 변형되어 재현된 주제가 다시 한 번 교차된 후 1악장은 끝나고 정석적인 고전주의 형식의 여유롭고 편안한 2악장 아다지오가 연주되었다. 여기서는 오보에가 고요함 속에서 악상을 시작하고 다른 관악기들이 이를 도와 주제를 펼쳐놓았고, 바이올린 독주가 같은 주제를 새롭게 꾸며나가는 구조였다. 마치 오페라의 중창 대화처럼 관악기와 현악기가 대화하듯 주고받는 모습이 뚜렷이 보여 참 재미있었다.
악장이 끝나고 박수를 못 치는 사람들은 다같이 감기라도 걸린 양 헛기침을 토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만큼 숨죽이며 연주를 감상했다는 뜻이리라. 3악장은 다시금 분위기를 끌어올려 가슴이 탁 트이는 자유롭고 시원한 연주가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협주와 독주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곡의 짜임새가 피셔의 꾸밈없이 아름다운 완벽한 연주와 어우러져 긍정의 메시지를 가득 담고 로엔그린 못지않게 힘차게 끝맺었다.
환호 속에서 잔데를링은 신사적으로 피셔를 위한 박수를 부탁했다. 그 후 감사인사와 함께 잔데를링은 무대 뒤로 들어갔지만, 웬일인지 피셔는 자리를 지키고 바이올린 선율을 가다듬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작된 솔로는 정신이 없어서 이름을 듣지 못했지만 두 번째 곡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사라본드’라고 새침하게 알려주는 걸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터라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화려함보다는 깊이 있는 명품 선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곡이 끝나도 계속되는 여운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사라본드가 끝나자마자 뭐가 그리 급한지 브라바를 외쳐 사람들을 헛웃음 짓게 만든 한 아저씨가 못내 원망스러웠다.
이례적인 두 곡의 앵콜곡으로 객석은 전에 없이 훈훈한 분위기였고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그렇게 협주자는 자리를 떴다. 인터미션 후 드레스덴 필은 ‘로엔그린’ 때처럼 관악주자들과 타악기까지 완전체가 되어 다시 돌아왔고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했다.
그 유명한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내는 선물인 이 교향곡 4번은 그야말로 차이콥스키의 인생과 운명이 녹아 들어간 작품이라 할 만 하다. 1악장에서 표현하는 운명의 테마와 2악장의 감정의 침강, 의식의 흐름기법처럼 변화무쌍한 3악장, 행복과 환희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는 4악장까지… 프로그램북에 나와있는 차이콥스키가 의도한 바를 뚜렷이 느낄 수 있다. 특히 3악장에서 현악기가 일제히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피치카토 주법을 쓰며 시작하는 것과, 타악기의 깜찍한 퍼포먼스가 유독 눈에 들어왔고, 그 힘든 고난과 역경에도 차이콥스키가 갈망한 긍정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몇 차례 인사가 있은 후 어김없이 앙코르가 이어졌다. 제목도 듣지 못했지만 나중에 검색으로 찾아보니 그 익숙한 멜로디의 정체는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의 폴로네즈라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들의 정체를 알게 되는 소소한 행복도 느낄 수 있었다.
영상으로 볼 때와 눈 앞에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또한 차원이 달랐다. 3층인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이며 표정 짓는 것이 보이고, 이렇게 다른 많은 사람들이 지휘에 따라 하나되어 절도 있게 움직일 때의 그 장엄한 광경이란… 때로는 잔잔한 물결처럼 고요히, 때로는 거친 파도처럼 맹렬히 휘몰아치는 오케스트라라는 바다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굳이 짐을 싸고 관광명소까지 떠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영혼의 여행… 중독될 것만 같은 깊고 좋은 향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