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극을 보게된 사고의 흐름부터 얘기해 보자면, 나는 변방의 연극제라는 제목만 보고 이 연극을 보기로 결정했다. 더운 여름날 어둡고 동굴같은 극장에 앉아서 연극을 보며 나름의 주말 피서를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로의 연극은 좀 기피하고 싶었다. 물론 좋은 시놉시스와 연출력을 가진 재미있고 흥행가도를 달리는 연극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희극적 요소가 강한 ''라이어'' 시리즈.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즐기고 올 수있는 연극이 과연 TV에서 방영되는 예능프로에 비해 어떤 매리트를 가질까? 생각해보면 오히려 나는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편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더 근사하고 연출력이 좋은 영화 한편을 보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나는 연극이 더 화려한 TV매체와 영화 사이에서 연극을 선택하게하고, 연극을 연극답게 하는 연극이 가져야 하는 필수 매력 요소는, 배우와 연출자의 순수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시놉시스도 읽고 가지 않았던 이 변방연극제를 통해 나는 연극을 보았다. 작은 삼일로 창고극장, 그 안의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습한 그, 작은 동굴속에서 나와 타인은 60분동안 우리라는 동질감으로 묶여져서 인생을 잠시나마 이해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얻었다. 극이 끝난 이후에는 연출자와 배우 관객 모두가 자신의 순수함을, 미완성을 감추지 않고 소통했다.
구성을 보면 크게 세 구성으로 볼 수 있었다. 연극속의 한 인물, 연극속의 인물의 현실, 삶의 속의 한 인물의 독백, 그리고 그 사이 사이를 메꾸는 여백들. 구성과 구성 사이의 이벤트들을 담는 여백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 연극속 인물보다는 우리는 이야기가 삶으로 갈수록 우리는 더욱 더 몰입하게 된다. 배우가 자신의 순수한 모습을 내어 놓고 자신의 열정만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록 우리는 극에 몰입했다.
극이 끝나고 난 뒤의 여백, 제일 길고 긴 여백에서 이 연극은 비로소 완성이 되었다. 단지 어떠한 감성적인 면 뿐만 아니라 순수한 연극을 보며,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긴 대화를 통해 자신과 상대방의 거리를 좁히듯이 나는 함께 보러갔던 사람과 커피숍에서 차 한잔과 함께 우리도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연극과 우리의 이야기를 만드는 진정한 연극의 유희를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