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렇게 지구온난화가 큰 이슈일 줄이야~ 처음 1부는 관련전공이 아니거나 관심이 없으면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2부는 재밌었당 ㅎㅎ 뭔가 뭔가 뜨끈뭉클...

"이단자들" (작:리차드 빈 연출:박혜선 출연:서이숙, 류태호, 장선우, 신사랑, 신문성, 이태린 제작:극단 사개탐사 극장:서강대학교 메리홀 별점:★★★☆☆) 과학을 소재로 하는 연극은 쉽지않다. 학문적인 이론을 일반인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관심이 없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관한 이론과 거기에 숨겨진 정치, 경제학적 배경 이야기이다. 뒷부분에는 모녀의 사랑얘기로 마무리를 한다. 서이숙 배우님과 신사랑 배우님의 연기가 딱딱한 공연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기후변화. 정말 이렇게 블랙 코미디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까?

일단, 연극이 나오게 된 배경은 2009년에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사람들끼리 이메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일부의 데이터를 좀 빼고 하자는 얘기가 오갔던 사건이 있었던 시기이다. 이것이 코펜하겐 회의 전에 언론에 누군가에 의해 공개되고,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감사를 한 결과 연구자들의 이메일에 부적절한 표현이 있고 데이터를 뺀 것은 문제가 있으나, 이 데이터를 포함해도 결국엔 같은 연구 결과가 도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언론엔 이는 보도되지 않았다.


이 연극은 2011년 초에 상영되었는데, 눈 여겨 봐야 할 점이 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유명한 Richard Muller라는 버클리 물리학 교수가 석유재벌의 지원을 받아 온난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자신이 연구팀을 꾸려 연구해본 결과, 지구 기온이 화씨 2.5도 상승했고, 그 원인은 인간의 활동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12년 7월 말에 나온 발표이다.
이 연구 이후 뮬러 교수는 기후변화를 확인했으며 기후변화를 믿는다는 주장을 했다.
http://www.nytimes.com/2012/07/30/opinion/the-conversion-of-a-climate-change-skeptic.html?pagewanted=all&_r=0
여기에서 뮬러 교수의 입장이 담긴 칼럼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연극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런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것이 기후변화 회의론자였던 유명한 교수가 기후변화를 믿게 된 ‘사실’도 알릴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무조건적으로 과학적으로 조작되었고, 정치판에 장단 맞추고 있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편파적이라고 생각된다. 과학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입증된 연구를, 이러한 ‘사실’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이라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도구를 사용하는데, 너무 편파적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기후변화 회의론을 펼치는 연극을 들여올 때,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연극도 함께 들여왔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단자들] 하나만이 들어와 있다. 영국에는 이것 말고도 그린란드라는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하는 연극을 포함해 4개의 연극이 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기후변화 주장이 타당한지 아닌지 선택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을 준다. 그러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쪽의 주장만을 담아 민감하고, 국제적으로 시급하게 여기는 기후변화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환경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극에 몰입감을 가지고 2시간 가량을 집중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잘 만들어진 연극이라고 생각된다. 과학문제를 다뤄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을 법도 했는데, 끝까지 몰입을 하며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만드는 대목들이 있었다.
환경보호론자를 과학적 근거도 없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표현하고
대중이라고 묘사된 벤 쇼터(학생)과 피비(그린피스에 가입하겠다는 교수의 딸)는 처음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행동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에 둘의 상황이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안정되자 이전까지의 모습은 사라지고 본인들의 행복만을 쫓는 사람들로 묘사되었다. 물론 이럴 수 있으나, 그들의 내면에 있는 가치관, 생각이나 행동 중 지속되는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행복에는 일상적인 행복과 사회적인 행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삶 속에서 나와 관련된 일들에 대해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면 여기에서는 사회적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일상에 안정과 행복이 찾아왔을 때 사회적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일상적 행복만을 쫓는 모습으로 대중을 표현했다는 것이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부당하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표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연극이었던 동시에, 아쉬움과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는 연극이었다. 웃으면서 보았던 연극의 부분들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우매한 대중을 비꼬면서 웃음포인트를 준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기후변화에 대해 국제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2015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는 등의 행동의 변화가 촉구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협약과 문제해결기구들이 생겨나고 있는 이런 현실에, 우리 국민들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걸맞는 정보를 습득하고 내면에서도 기후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해서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성숙한 의식을 갖게 될 기회를 많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딱딱한 뉴스를 통한 통보가 아닌, 연극과 같은 수단을 통해 국민들이 판단하고 본인의 입장을 결정할 여유를 주는 열려있고 중립적인 기회들이 우리에게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실질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우리가 대중적으로 믿는 진실이 과학적으로 판명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인간 삶의 근원적 행복과 대중적 믿음의 상광관계를
파헤치는 본격적인 과학연극~

보기도 전에 어려우면 어떻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극에 빠져서 보니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였고, 한번쯤 생각을 뒤집어서 해볼수 있는 극이였어요.
그리고, 결국에는 딸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 였구요..
추천합니다.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