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F <크라임>은 팩트를 찾기 위한 질문에서 출발해서 거짓과 숨김, 모호함으로 향하는 여정이었다. 아빠의 죽음은 이 가족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심각한 사건이 아닌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죽음이면의 진실을 숨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 것이다.
입장과 동시에 극은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엄마와 딸은 관객들의 입장을 지켜보며 수상한 속삭임과 몸짓을 하고, 아들은 컴컴한 한 구석에 엎드려 주변의 소란함은 개의치 않는다는듯이 꼼짝않고 있다. 이러한 시작은 관객으로 하여금 금세 극으로 흡수될 수 있는 촉매재가 됨에 틀림없었다. 시작과 동시에 집중하는 방식에 비해 조급 더 자연스럽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이지 않았나 싶다.

형사가 등장하고 엄마와 딸이 형사의 주의를 끌기위해 노력할 때까지만 해도 아빠가 어떻게 죽었으며 이 가족이 아빠에게 무슨짓을 한 것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진실을 알기 위해서라면 그 주변에 존재하는 그 어떤 모호함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와 딸, 형사가 점점 더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대체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미친듯한 몸부림과 대사들을 내뱉고 웃음을 터트릴수록 아빠에 대한 진실보다는 저 미쳐가는 것 같은 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장면들을 꾸려나갈까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 미친듯한 웃음소리와 몸싸움, 기괴한 괴성은 뭘까 싶어졌다.게다가 뉴스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가족에 대한 비극적 스토리가 등장할 때마다 사건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진다. 진실보다 모호함과 초현실이 앞서 나가게되는 시점인 것이다.

어쩌면 엄마와 딸, 형사가 이야기한 사건의 전말(세 사람이 읊어대는 기사의 내용은 서로 다르다. 가족이 동반자살하기도하고, 연인에 대한 가족의 반대에 분노한 딸의 살해극이기도 하다.)은 모두 사실일수도 모두 거짓일 수도 있다. SPAF 프로그램에 쓰여 있듯이 개막작 <빅토르 혹은 권좌의 아이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빅토르>와 <크라임>모두 어떤 사건의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비정상적이고 비밀스런 관계들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 타인의 이목과 평온을 위해 우리 모두 숨기고 사는 묘한 감정과 감춰진 진실들. 아마 이 작품 속의 인물들은 그렇게 스스로 벌겨벗겨지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을 꽁꽁 숨기고 찬장에 스스로 갖혀버린 아들조차도 자신의 세계 속에서 칼에 맞는 고양이와 엄마와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며 잔인한 관계에 대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배우들 연기가 좋네요.
잘 보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