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가 빨라서 놓치는 게 많아 좀 아쉬웠는데...

그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공연-

절제된 무대가 주는 이미지와 더불어 세명의 배우 모두 검은색으로 일관된 복장은, 상기된 그들의 얼굴을 어떠한 조명보다 찬란하게 비춘다.
마지막 10분동안 마샤가 외치는 대사는 점점 독백처럼 변해가는데, 극중 시대적 상황인- '러시아혁명' 당시의 불안한 인간들의 내면을 쏟아내는데에 거침없었다.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빠른 스페인어는 '텍스트'이기 이전에 '오브제'로서 삽입되는 묘한 느낌이었다. 새삼 이런 느낌이 다른나라의 공연을 보는 매력중의 하나가 되는거 같았다.

마지막 장면에 관객에게 비추는 '하얀 빛'. 그것이 상징하는 것처럼, 혁명을 논하던 그녀의 '죽음'이, 바로 완성된 혁명의 결정체 아닐까?
자학의 정점, 광기의 정점인-죽음에로 도달한 마샤의 '연기'는 예술적이며 순수하지 않은가?
순수한 혁명의 기치만큼 예술을 향한 그들의 열정도 순수하다.

대학로에 올라오는 수많은 상업연극을 보면서
과연 연극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네바를 보면서, 연극이 있어야 하는 의미와 그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
아주 오래간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연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