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배우들의 연기로 꽉 차는 무대를 봤습니다

ㅇㅇ

사실 연극 레드를 보지 않았더라면, 처음 보는 이 내러티브함이 좋았다 할 수 있었겠다. 하지만 다소 아쉬웠다.균일한 리듬으로 가슴을 웅성거리게 하는 베이스소리 쇠창살에서 나오는 두남자. 대사는 너무도 많고 어렵고 생소한 용어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버벅거리는 실수가 막공임에도 아니 막공이기에 좀 있는 편이었다. 그 부분이 연극이 몰입될 때쯤 삐끗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도 막공에서 대사가 많은 이인극에서 대사의 실수가 잦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몰입되는 느낌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극 전반은 흥미로웠다. 분위기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대니에게 온 연달은 비극- 론다의 포주 월터의 반항. 한발의 총알. 막내아들의 다침. 범죄에 대한 추격. 식인마 살인마사건에 연루. 아내와 친구의 바람. 죄없는 아이를 죽임. 론다와 아이의 죽음. 자신의 죽음...진정한 삶의 폐곡선의 끝에서..

안에서 타오르는 남자 조이, 밖으로 불태우는 남자 대니, 인종차별주의자 대니. 인종을 차별하지않으려는 조이. 지킬 것이 있는 남자 대니와 지킬 것이 없는 남자 대니. 사실 이 둘은 달라 보이지만 닮았다. 너무 닮았다. 친구이기에 챙겨주려하고 같이 있으려하지만 어느 순간순간은 서로가 미친듯이 증오스러운 이유는 서로가 너무 닮았기 떄문이다. 이 둘은 샴쌍둥이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대니가 죽고 등과등을 맡대던 둘이 조이의 배신과 욕심으로.

대니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대니와 동일시 되어버린 후, 서로 마주보며 웃던 순간 그 둘은 하나가 되었다. 스테디레인에서의 비는 불행과 비는 마치 운수좋은 날의 박첨지 같았다. 상식. 악의 경계선의 모호. 론다를 죽인 범인. 피해자와 가해자. 자신의 업이 가져오는 우연같은 필연의 연속. 다음에도 노네임의 내레티브 시리즈는 유심히 지켜보고 싶다.

오래간만에 보는 명품 연극

대사가 너무 길기는 했지만 재미있고 몰입감 있는 연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