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소리지르고 신났다!!

일단 명곡들.ㅋㅋ 신남.

이 리뷰는 개인블로그 http://kd2k4.blog.me/201051995
를 통해 올렸었던 글입니다.

경건하다. 내 마음속에 차오르는 이 감정의 정체를 설명하기에 알맞은 단어가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내가 바란건 이게 아니었던것 같은데... 어찌됐든 2시간 반의 공연은 끝났다. 무대가 나쁜것도 아니고, 노래가 그렇게 구린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요소들은 좋았다. 그냥 나에게 조그마한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이 경건함 때문일 것이다.

섹시하고 아름다운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길래 따라갔더니, 그 곳은 교회 청년부였고, 그녀는 사실 너무나도 독실한 자매님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찬송가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대체 나란 놈은 무엇을 상상하며 따라나선 것이었을까? 그러하다.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대체 박진영에게 무엇을 바라고 이 곳에 왔던 것이었을까? 나를 비롯한 일반 대중이 박진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JYP? 공기반 소리반? 게임? 퇴폐? 자유연애? 그것도 아니면 그냥 파격적이면서도 농밀한 퍼포먼스? 우리가 박진영하면 으레 떠올리는 그것들이다. 게다가 콘서트 제목도 나쁜파티! 이전 년도에서도 그 ''나쁨''이 이미 입증되어 있었다던 그 콘서트. 하지만 올해만큼은 그 ''나쁨''의 농도가 아니 함유량이 달라진것 같다. 수치상으로는 한 15%정도? 영화의 베드신 검색창에서나 나타나는 ''액기스''란 표현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박진영의 <나쁜파티 - The Halftime show>는 박진영의 지난 19년, 그 음악적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1집 <Blue city>부터 가장 최신작 <Halftime>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삶. 그것은 그대로 그의 음악적 결과물들에 녹아있었음을 무대위 박진영, 그 스스로 털어놓는 간증의 시간이었다.

편곡가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박진영, 연애, 그리고 결혼과 이혼을 겪은 박진영, 제작자로서 활동하던 박진영의 이야기들이 시간에 따라 노래와 함께 다가오는데, 정말 히트곡이 많은, 그리고 그 결과물이 있기까지 이 사람은 끊임없이 노력했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좋은 말들도 많았는데, 그 중에도 유독 기억났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평론가들이 이 음악에 대해 아무리 말해도 사실 그건 답이 아니에요, 그 음악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오직 그 음악을 만든 사람만이 알고 있는거에요"

정말 사실이라 더 멋진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그렇게 주욱 따라오다가 보면 결국 최근작 <Halftime>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게 되는데, 바로 이 시점에 이르러 <나쁜파티 - The Halftime show>에서 의외의 경건함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양 옆의 관객손을 잡고 부르는 <사랑이 제일 낫더라>는 찬송가의 뺨을 후려칠만 하며, 죽음에 대한 그의 연구는 왠만한 목사님, 신부님의 강론의 그 깊이보다 얕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무척이나 진지하다. 20대 초중반의 소개팅에서 내가 진지하다며 달아났던 소개팅녀들의 심정이 잠깐이나마 느껴질 뻔 했다.

사실, 이 사태를 완전 100% 예견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올 해 발표됐던 그의 앨범 <Halftime>. 박진영은 이 앨범을 통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 그리고 근본적인 고민들을 다뤘었다. 죽음에 대한 의문, 사랑의 위대함, 영욕의 부질없음 등이 그것이다. 남자로서 누려볼 수 있는 모든 성공과 쾌락들 뒤에 오는 그 허무함에 대한 고뇌가 만들어낸 앨범이었다.

성공한 예술가들이 어느 순간 신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그리 낯선 이야기는 아닌데, 그 통과의례가 이제 박진영에게도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앨범이 들으면서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무대에서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그 순간부터 <나쁜파티>는 더 이상 나쁜파티일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상 다음 무대들은 크게 의미도 없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수많은 관객들이 바라고 바라던 강렬한 19금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삶과 죽음은 무엇이고 행복은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는데, 그 퍼포먼스들이 온전히 다 들어올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냥 눈으로만 즐겼을뿐. 가슴까지 꿈틀거리진 못했다.

거기에 사족처럼 뒤따르던 크리스마스 캐럴과 산타복 입은 박진영은, 사실 이 공연에서 제일 불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앵콜이전까지의 이 부분에서는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이 밀려왔다. 역시 억지춘향은 없는게 낫다. 그렇게 박진영의 <나쁜파티 - The Halftime show>의 모든 무대는 끝이 났고, 나는 간만에 차오르는 경건함을 마음에 담은 채로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 길위를 돌아왔다.

나쁜파티가 전혀 나쁘지 않다고 느낀건 나뿐이었을까? 아니면 나쁜파티라는 제목으로 순진한 나를 낚은 박진영이 나쁜사람일까? 뭐긴 뭐야. 그저 19금적 요소만을 기대했던 내 마음이 나쁜거겠지...

사진을 올릴수 없어서 아쉽네요. 아직도 그날의 감동과 벅차오름을 잊을수가 없네요. 힐링이네요

역시 박진ㅇ영!!! 아직 살아있는 딴따라의모습이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