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시 : 2008. 9. 4.(목) 오후 8시


초현실주의! 극사실주의!
이 공연에 대해 보는 동안 또 극장을 나서며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서울에서의 녹녹치 않은 삶속에서도
때론 멋진 여행을 상상하기도 하며 성공을 꿈꾸고 살아가는 평범하고 소박한 부부.
같은 직장에서 남자는 배달 운전수, 여자는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지극히 평범하게 소시민의 일상을 이어가는 중에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된다.
아내의 임신에 기쁨보다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을 먼저 떠올리는 남편.
이로 인해 남편은 아기를 낳지 않길 원하고,
아내는 낳아 기르자고 설득하는 상황에서 아내와 남편의 갈등은 심해지기만 한다.
갈등속에서 현실적인 계산을 해보자고 둘은 마주앉아 종이에 지출내역을 써 내려가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지출에 다시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하나씩 지워간다.

아내가 친정에 보내는 용돈, 아내의 보험료, 남편의 동호회비, 외식비, 문화생활비 등이 없어지고,
공과금은 더 아끼고, 생활비를 더 줄이고, 담배는 끊고, 용돈도 줄이고...
아내는 남들 **제품의 비싼 화장품 쓸 때 난 **제품의 싼 것만 썼다며, 그동안의 서러움이 밀려오듯 울먹이며 토로하는데, 그 모습이 짠하고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렇게 다 지우고 줄이고 나서야 겨우 남편의 월급에서 몇 만원의 여유가 생긴다.
그 몇 만원이 바로 육아비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도 함께 머릿계산을 하기도 하면서 한숨섞인 웃음을 짓지만,
그 웃음의 의미는 그저 씁쓸함 뿐이다.

특별함이나 뭔가 신선한 재미라곤 전혀 없는 - 이것이 지극히 현실이겠지만 - 매일이 늘 똑같은 반복의 일상.
식탁에서 드문드문 오가는 잡담, 한번씩 찾아오는 기념일에 하는 외식, 가끔 동호회에 부부동반 참석, 간혹 의견대립으로 인한 부부싸움, 이제는 의무감처럼 하는 성생활...
이렇듯 극은 심심하게 보이지만 결국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지독하게 현실적이어서 외면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연극이다.
그럼에도 집중할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은,
두 배우의 자연스런 사투리와 진짜 부부와 같은 능청스러운 연기 때문이다.
혹시 진짜 부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남의 사생활을 몰래 엿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이었으니..
또 어쩌면 그 안에 내 모습이 오버랩 되거나 혹은 다가올 나의 현실이 될지도 모르므로...
자극적인 재미에만 익숙한 분들이라면 얼마나 많은 공감을 하고 인정해 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경남 창녕군 길곡면' 이었을까?
이 부부와 같은 문제로 죽음을 택한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 사는 다른 부부의 기사가 신문에 실렸고, 그걸 아내가 남편에게 읽어 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제서야 이 연극의 제목을 알 수가 있었다.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에서든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과
그러나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의 선택만은 다를 수 있음을 얘기하려는 듯이...

현실을, 삶을, 무엇이 진정한 가치일지를 다시한번 곱씹게 만드는 연극이면서,
결혼하고 싶지않게 만드는 연극 1위로 뽑힐 것만 같은 연극이었다.

관객의 많고 적음과 상관 없이 좋은 작품을 찾아 꾸준히 무대에 올려주는 극단, 배우 그리고 그런 극장이 있다는 사실에 우선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도나도 경제전문가라도 된 양 투자에 열을 올리고 큰 한 방을 노리는 요즘에도
어딘가에서는 소소한 돈을 끊임 없이 더하고 빼는 산수 정도에 그치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
잊고 살거나 일부러 외면한 채 살아가는 현실을 되새기게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반부, 부부가 식탁에 앉아 더 줄일 것도 없어보이는 최소한의 생활에서 더 빼나갈 걸 궁리하는 장면이 어찌나 아련하던지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월급날마다 밥상에 앉아 꺼지게 한숨 쉬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현재 내 삶 역시 그 시절 어머니의 한숨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 쓸쓸하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1970년대 독일의 작품이라고는 믿을수 없을만큼 잘 옮겨진 작품에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연휴의 마지막을 너무나 좋은 작품과 함께했다는 고마움에 달려와 이렇게 후기를 남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소문 많이 낼게요...

현실을 비관적으로만 보는 남편..
항상 긍정적이고 꿈을 가진 아내..
서로 다른 성격의 부부가 만나 생활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고..아이를 낳게 되었을 때..
그 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서로 얘기하며 싸우기도 하고..
정말 현실적인 부부 이야기 같았습니다.
아직 미혼인 저에게는 좀 씁쓸한 기분을 갖게 하더라구요..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구요
잘보았습니다~

두분 연기가 너무 좋아서..연극 같지가 않고 너무 일상으로 느껴져서 맘이 아팠습니다.

우선 공연 잘 보고 왔습니다.. 이전 기대평을 보고 괜찮겠구나 생각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데 실로 공연을 보고 나니..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공연과는 느낌이 색다르게 가슴이 찡하고 집에 가는 내내 여운이 남아 계속 마음에 멤돌았어요..

처음 시작할때 침대위에서 평화로워보이는 부부의 모습이었죠..
다소 무뚝뚝한듯 현실만을 직시하는 남편과는 달리 항상 긍정적이고 낙천적에.. 희망도 꿈도 많은 안내.. 하지만 서로 아기자기하게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잠자리들기전 하고싶은것 갖고싶은것에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외식할때도 넉넉치 못한 그들의 처지에 아랑곳않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속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느껴졌어요.. 저도 이제 결혼적령기이고 남자친구는 있지만 넉넉치 않음도 비슷하고 앞으로 살아갈 환경도 비슷해 보여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내의 임신으로 인해 행복해 보이던 부부가 서로 갈등을 겪게되면서 점점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옳은지 아님 생각의 전환이 옳은지 의문점을 던져주더군요..
과연 행복의 끝은 어디일지.. !? 하고 말이죠.. 중간에 아이의 출산 여부에 따른 총경비와 생활비를 계산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자질구레한것가지 따져가는 남편과 그런 남편에게 어이없단듯이 '술값이 15만원이야 왜 더먹어 20만원적어, 담배를 한달에 7만원어치를 피네~ 조금만더 피면 공과금이랑 같어'라고 하면서 내뱉는 아내.. 객석은 작은 폭소를 터뜨렷어요.. 너무 리얼하니까..
그러면서 끝까지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남편은 아내의 임신을 받아들이지 않으려하고 아내도 이념보단 이상을 추구하듯이 출산을 고집하고..그러다 서로 울분을 토하고 갈등의 절정에 다다를때..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면허정지로 인한 근무이동이 되면서 다시 분위기는 전환되었고, 남편도 조금은 양보하는 자세를 취하게 되면서 다시 여느때처럼 행복한 부부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극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방법도 재밌었는데요.. 시계소리에 맞추어 가구를 옮기고 준비자세를 취하고 빠른 시간의 전환이라 지루하지도 않아서 조명과 어우러진 무대에 빨려들어갔어요..

정말 리얼하고 하나하나 세심한 동작과 표정과 말투, 대사들에 배우분들께 너무 감동했고 훌륭한 작품으로 여느 연극과 달리 딱딱하고 어둡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소재로 연출하신 본 공연 관계자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