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원하는 글을 쓰고 싶어하지만 그것으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된 ''봉작가''가 소위 말하는 팔리는 글 - 야하거나 막장 코드를 담고 있는 글을 쓰면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어 돈방석에 앉게 되었음에도, 점차 이상에서 멀어지는 스스로에 대하여 환멸을 느끼며 다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어쩌면 이 작품을 쓰고 만들고 공연하였을 스탭과 배우들이 연극을 하면서 늘상 느꼈을 이상과 현실의 괴리, 또는 현실에 좀 더 순응한 동료들을 바라볼 때 드는 감정과 생각들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글을 쓰는 세계나 연극을 하는 세계나 ''팔리는 것''과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사이에는 쉽게 메꿀 수 없는 차이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나...
그래서인지 연극 안에서는 봉작가를 통하여 보여주는 이상으로서 생계를 위하여 원하는 글을 쓰는 시절의 모습과 현실로서 팔리는 글을 써서 돈을 벌게 된 때의 모습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도록 묘사하고 있다. 물론 차이가 클수록 봉작가가 느끼게 될 괴로움과 저항감이 심해질 것이고,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생각도 근거를 얻을 터이니 당연한 구성이긴 하다. 글을 쓰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차이가 재밌었는데 원래는 원고지와 국산담배와 허름한 옷과 봉지커피가 있었던 책상이, 돈을 벌면서부터는 노트북과 말보로(이게 왜 고급의 상징인지는...)와 새 옷과 스타벅스 커피로 바뀐다. 책상 바꾸는 장면이 이 연극의 막을 구분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니, 유념하고 볼만하다.

이상과 현실이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글을 쓰기 위하여 돌아가는 작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이 연극 ''공장장 봉작가''는 내용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책이든 대학로의 연극이나 뮤지컬이든, 심지어 그냥 사람이든, 돈 없이 살 수는 없더라도 돈 때문에 살지는 않아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책과 작품과 사람이 너무 많다. 오죽하면 유치원 때부터 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배우고 산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고 돈만 좇으며 사는 바람에 제대로 장관이나 총리 맡을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겠나. 이런 꼬라지가 유난히 더 도드라져 보이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울림과 의미와 생각할 꺼리가 생기는 듯 하다.
게다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상당히 재밌고 가벼운 톤으로 무대를 꾸며내어서, 보는데 그다지 부담이 없다. 특히 봉작가가 막장과 성적 코드를 담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무대에는 그가 쓰는 글들이 그대로 또 하나의 연극처럼 묘사되는데, 이 부분들이 무척 재미있다. 코미디처럼 과장되고 말도 안되는 얼개를 가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차피 봉작가가 작심하고 그렇게 쓰는 것이라는 점을 모두 알고 있으니, 거기에서 나오는 웃음까지 과장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봉작가가 팔리는 글을 쓰기 전, 그러니까 저런 막장 장면이 보이기 전에 봉작가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는 부분 역시 꽤 재미있게 연출되어 있기도 하다다. 집주인이나 전 여자친구 같은 외부 사람이 봉작가의 방을 찾아오는 장면이나 글을 퇴짜맞는 장면 같은 부분은 무대 위에 봉작가만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면서 재미있기까지 하니, 역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연극 ''공장장 봉작가''에 있는 가장 큰 한계 역시 이 ''코믹'' 부분에 있었다.
코미디의 상당 부분은 돈을 벌기로 결심한 봉작가가 쓰는 ''팔리는 글''을 연극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즉 봉작가를 중심으로 하는 이 연극의 주요 내용이나 소재, 주제와는 거리가 먼, 단순하게 그가 쓰게 된 예전과 다르고 막장이며 성적인 글을 보여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부분이 시간상 연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서 85분 정도 되는 전체 시간 중 체감상 절반은 되는 것 같고,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에서의 비중 역시 봉작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 부분에서 나온다. 시간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작품 전체 중 절반은 거뜬히 넘을 것 같은 정도로 큰 위치를 갖는 내용들인데, 이 작품의 핵심과 그다지 관계가 없다... 이 말은 결국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었다 하더라도, 연극 ''공장장 봉작가''를 통하여 진정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연극을 단순한 코미디 장르로 바꿔버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어떤 연극이 코미디 장르라는게 질이 나쁘다거나 그리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웃음이 어느 정도 주제와 연결되어 작품을 뒷받침해줘야하는데, 연극 ''공장장 봉작가''는 뒷받침은 커녕 뒤덮어버려 주객이 전도되어버리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완전한 코미디 장르를 추구하는 것 같은 포스터까지 보고나면 과연 관객들은 이 작품을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이상을 선택한 작가의 이야기''로 기억할까, 아니면 ''꽤 웃겼던 코미디 연극''으로 기억할까. 특히 이런 점이 아쉬웠던 것은 이 연극의 주제와 전달하는 틀이 아주 마음에 들었을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그것에 딱 들어맞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좀더 이 작품이 주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이 배우들이 그것을 연기해주었다면 더 나은 연극이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라고나 할까...

정리하자면...
분명히 주제가 분명하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며 재밌기까지 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장 마지막에 언급되어야 할 ''재미''가 주제와 연기를 모두 덮어버릴 정도가 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수준이기도 하다.

공장장봉작가진짜너무재밌어요 진심으러대박나시길바랍니자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