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19(일) 오후 6시 게릴라 극장에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나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같은 곳에서 하는 대형 뮤지컬들.
우리는 그 뮤지컬에서 화려함을 봅니다. 수십명의 인원이 나와 함께 추는 탭댄스와
노래에 열광합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얼굴이 잘 보이진 않습니다. 그들의 땀방울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반면에 대학로 소극장 연극. 좁고 불편합니다. 화려함도 그닥 없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숨소리가 바로 가까이에서 들려옵니다. 그들의 이마에 맺히는, 젖어가는
옷이 보입니다. 함께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이, 열정이 느껴집니다.
전 그 열정이 좋아 소극장 연극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첫 공연으로
지켜본 <시동라사> 는 소극장 연극의 매력을 100%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시동라사? 저도 사실 작품의 제목만 보곤 이게 도대체 뭔 연극이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선배가 그러더군요. "라사? 그거 아마 양복점 말하는 것일텐데..근데 요즘도
그런 이름 같고 있는데가 있나?" 라고 말이죠. 아하 이제서야 제목의 의미가 와 닿기 시작
했습니다. 시동은 강원도 홍천 밑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고 그러고요, 라사는 양복집. 즉
맞춤 양복 집이라고 하네요. 즉 강원도 산골마을 맞춤양복집. 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쉽겠지요?
그런데 요즘 누가 양복 잘 맞춰 입나요? 대부분 기성복 사서 입지요. 그렇습니다.
돈과 여유가 된다는 서울사람들도 대부분 기성복을 사서 입습니다. 그럼 강원도 산골마을에
맞춤 양복집은 과연 장사가 잘 될까요? 천만에요. 지난 5년간 단 하나의 양복을 맞춘 사람도
없고 오직 군부대에서 일하는 친구가 고작 군복 다려달라고 가져 오는 것이 전부네요.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임공우는 아내 강정옥과 친구 고상오의 세탁소로의 업종 전환 요청을
단호히 거절합니다. 양복을 만드는 장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않고 싶어서였죠.
자 어떻습니까? 이쯤되면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시나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자기 고집만을 내세우다가 결국 몰락하고야 마는 이야기? 그래서 사라져 가는 옛 것을
안타까워 하는 이야기? 저도 처음엔 그렇게 진행될 줄 알았지만 천만에요. 이 작품은
그런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이제는 강원도 촌구석에서 라사점 주인의
아내로 바느질이나 하며 살아가는 강정옥의 옛 애인인 성현기가 그 지역의 도청
도시국장으로서 이 곳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또 하나의 갈등 상황을 빚어냅니다.
그렇다고 3류 불륜 드라마로 빠지는 것이 아니고요, 극의 긴장감을 도모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끔 해 준다고나 할까요? 이건 극을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재미일 겁니다. 성국장은 강정옥을 만나고자 이 곳에 자주 들르게 되고 핑계김에 양복을 하나
맞추게 됩니다. 이제부터 극은 5년만의 양복 주문으로 간만에 삶의 희열을 찾게 된 임공우와
성국장과 강정옥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간의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들게 됩니다.
이 작품은 내용도 재미있지만 정말 놀라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사실성에 있습니다.
연극을 많이 보는 입장에서 불만스러웠던 것은 '연극적' 이라는 말 한 마디로 너무 많은 것을
뛰어넘는 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이런 것이죠.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배우가 가지고 들어온 것은 빈 그릇 2개 뿐. 그런데 열심히 밥을 먹는
시늉을 합니다. 뭐 그거까진 좋다고 칩시다. 올 초 연우소극장에서 봤던 모 연극에선
둘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물 한 방울 따르지 않은 술잔을 계속 들이키는 겁니다.
제 뒤에 앉은 어르신이 공연 중 큰 소리로 말하시더군요. "거 엥간하면 물이라도 따라놓고 하지
암것도 없는 데 마시는 시늉만 하누" 라고 말이죠.
전 이런 장면들이 너무나 무성의해 보여서 좀 싫더군요. 그런데 이 작품에선 정말 놀라운 걸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연극에선 소주를 마시는 장면은 빈 소주병에 물을 채워와서
소주처럼 따르고 마시는 척 하죠? 생수나 소주나 멀리서 보기엔 비슷하니까요. 이 작품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막혀있는 소주를 현장에서 직접 따서 마십니다. 떄려야 할 장면에서는
직접 때리고요. 원단에서 양복으로 변해가는 모습, 박음질 하는 것 모두 다 실제입니다.
제 눈 앞에서 정말 양복이 만들어지고 배우들은 실제로 소주와 안주를 먹으며 연기합니다.
주인공 임공우를 연기하시는 김승연씨는 매 공연 때마다 소주 1병 이상을 마시며 연기를
하십니다.
저도 대학로에서 정말 많은 연극을 봤지만 이 정도로 사실적인 연극은 보질 못했습니다.
2시간이 조금 넘는 긴 공연 시간이었지만 단 한 순간도 지루하거나 눈을 뗄 장면이 없었습니다.
이런 좋은 작품이 일주일밖에 공연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그 첫 공연을 제가
볼 수 있었다는 행운이 연극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참으로 뿌듯합니다.
전 확신합니다. 이 작품은 곧 앵콜공연이 시작되리라는 것을요. 삐끼들이 뿌려대든
개그콘서트에만 몰리지 말고 이런 좋은 작품을 더 많은 관객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되겠습니다. 좋은 공연과 함께 한 행복한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치수를 재고..바느질을 하고..
천천히 몸에 딱 맞는 양복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시동라사 이 연극도 제게 그랬습니다.
조금은 느린 듯.. 서서히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요즘 우리는 너무 빨리 빨리..에 익숙해져있는 건 아닌지..
잠깐씩 주변을 돌아보면서.. 느긋하게 살아봐야하는 것은 아닌지..
참.. 가슴이 촉촉해졌어요.
관객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할 여지를 남겨준 것도 너무 좋았구요.
명품 연극이었습니다.^^
시동라사 벽에 붙어있던..
바느질을 하면서 활짝 웃고 있는 공우의 사진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서..
자꾸 마음이 시동라사로 향합니다..
공우와 정옥은 계속 그리 의지하면서 도닥이면서..
시동라사를 지키겠지요?
좋은 연극 감사합니다..
친구의 초대로 본 연극.. 시동라사가 무슨 뜻인지 내용도 모르고 봤는데 깜짝 놀랄만큼 가슴에 와닿았던 공연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있는 세상 곳곳에서 있을만한 이야기지만 거의 무시하고 살았었는데 이웃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어요. 사투리 연극은 처음인데 재미있던데요....
두시간의 긴 연극.
느리게 걸어가는 공우와 정옥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거울 넘어 보이는 서로의 얼굴에 그저 평상스런 말한미디와 작은미소로 아주 커다란 믿음을 보았습니다.
배우의 대사 한마디 없어도 그저 바느질 한땀에 전기미싱을 돌리는 기계음 하나에 한없이 편안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강원도 홍천의 시동. 저는 그곳의 라사에 잠시 다녀온 기분입니다.
좋은 연극하나에 너무 행복해진 시간이였습니다.
바글바글 몰려있는 공연장이 아닌 조금은 찾아가기 번거로웠던 공연장.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시동라사'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연극다운 연극이었습니다.
한국적 사실주의를 표방한 연극답게 섬세한 디테일까지 느낄 수 있었던 소품, 자연스러움 그대로였던 배우님들,.....
'라사'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요즘 이 말, 아니 그 글자를 어디서 볼까요????
김승언배우님의 자연스러우면서도 뛰어난 연기...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했던 기타연주 솜씨.
처음엔 그저 날카롭고 피해의식 가득한 의부증 남편인가 했으나 따뜻함 가득한 여느 남자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땀에 완전히 젖어버린 와이셔츠를 보며 혼신의 연기를 펼치신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소진배우님... 시동의 장만옥이라는 어느 대사처럼 하늘하늘 코스모스같으시더라구요.
후반부에서야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아~ 강정옥이 이렇게 웃기도 하는구나 했어요. ^^
이종무배우님... 양복발 제대로 받으시던데요. ^^
기품있어 보이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 인상적이었습니다.
송재룡배우님... 처음엔 나쁜 친구인 줄 알았어요. ^^;;;
하지만 나중엔 친구의 멋진 양복에 감탄도 하고, 칭찬도 해주고...
말만 그랬지 사실은 진정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 체크양복.. 너무 귀여우셨어요. ^^*
박지환배우님... 왜 그리 친근하고 순박한 웃음을 지으시는지. ^^
저도 따라서 많이 웃었습니다. 내내 입고 나오신 깔깔이... 남자분이라면 추억에 잠기셨을 것 같아요. ^^*
류제승배우님... 많이 나오진 않으셨지만 여기저기 매도 맞으시고(!) 그래도 깍듯이 스승님을 챙기는 모습... 보기 좋았어요. ^^
연극을 보는 내내 디테일한 소품들에 감탄을 했습니다.
조명이 멋졌어요. 난로.. 스탠드....
소주에도 잠시 놀랐구요. ㅎㅎ
초반 김치죽은 저녁을 먹지 못했던 저에게 큰 자극이 되었지요. ^^;;;;
연극을 보는 내내 저는 불안했습니다.
임공우의 사냥총이 무슨 일을 벌이는 건 아닌가... 강정옥의 마음은 어떤걸까....
제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봐요. ㅎㅎㅎㅎㅎㅎ
오랜만에 만난 연극다운 연극.
한국적 사실주의를 제대로 보여준 연극..
미리 예매를 했으나 조기예매나 프리뷰 할인의 혜택은 보지 못해 살짝 아쉽기도 했으나 괜찮은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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