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군포문화예술회관.
오페라 '모세'를 봤었던 고양의 아람누리가 그렇듯이, 서울을 벗어난 지역에서 이렇게 괜찮은 극장들이 늘어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사실 군포문화예술회관은 지은지 10년 정도 된 나름 꽤 시간이 지난 곳이긴했지만, 겉으로 보기엔 아람누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이번 작품을 봤던 소공연장은 '소'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너무 크고, 중극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中大극장 정도의 규모였다. 어쩌다보니 '렌트' 때처럼 이번에도 가장 앞자리에서 보게 됐었는데, 그래도 한전아트센터보다는 작아서 목이 너~무 아픈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물론 자유롭게 고르라면 5번째 줄 정도로 가겠지만...
극장을 가득 채울만한 소리를 만들지도 않고, 빵빵 터질만한 반주가 있는 것도 아닌 작품의 특징상 이 극장의 음향 시설을 평가하기에는 좀 어렵다. 이런저런 소리와 배우들의 대사가 뭉개지지 않고 깨끗하게 들릴 정도는 됐었는데, 이것 역시 더 큰 소리와 같이 나오는 것은 들을 수 없었으니, 일단 평가는 유보해야겠다. 다만 좌석이나 열 간격, 편의 시설 같은 것들은 아주 좋았다.

포스터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아카펠라 뮤지컬'이다.
실제로 악기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고, 무대에 오르는 8명의 배우들이 내는 목소리만으로 모든 넘버들을 소화한다. 지금까지 접한 적 없는 형식이기도 하여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나왔을 때에는 아카펠라보단 배우들의 몸짓이 더 기억에 남았다. 심지어 이 작품에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무대 장치나 배경조차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나무, 숲, 물, 동굴 등등의 배경과 그에 따른 효과음들을 배우들이 직접 몸으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90여분의 공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 역시 배우들이 호수와 백조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장면이었으며, 그 후에 이어진 야생소년의 호수 횡단 장면까지가 이 작품의 독특한 특징과 장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배경으로가장 자주 등장했던 '숲'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다양한 새와 곤충 소리를 만들어냈던 배우들의 입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무대에서의 몸을 쓰는 방법만 하더라도 이 작품을 볼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의 그것은 재밌기도 했고, 인상적이기도 했으며, 독창적이기도 한 부분이었다.

'아카펠라 뮤지컬'임에도 노래보단 연기와 몸짓을 먼저 언급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 '아카펠라 뮤지컬'이라고 하기에는 일단 넘버의 수가 적고, 확실히 각인될만한 넘버도 없었으며, 내용을 이어감에 있어 연기의 비중이 아주 크다. 그렇다고해서 저것이 과잉 홍보문구라는 것은 물론 아니고, 다만 '아카펠라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보단 몸짓이 더 기억이 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 뿐이다.
마찬가지 아쉬움이 배우들에게도 남는데, 배경을 만들거나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좋았으나, 노래가 다소 아쉬웠다. 다 같이 화음을 만들어야하는 아카펠라 부분이 이상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몇몇, 특히 독창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자 주인공인 '연이'를 연기한 박민정 씨의 노래는 좀 많이 그랬다. 그래도 외모도 되고, 연기도 되니, 노래 연습만 하면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던데..

평강공주의 몸종 연이가 평강의 보물인 거울을 훔쳐 달아나다 야생소년을 만나게 되고, 이 소년을 잘 훈련시켜 온달처럼 만들 생각으로 데리고 있다 정이 들고 이러쿵 저러쿵 되는 이야기이다 (이러쿵 저러쿵은 19금 수준은 아니다. 이 작품은 '아동'을 장르 중 하나로 명기하기도 했다).
딱 봐도 그렇지만 내용이 그렇게 풍성하다거나 큰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더 대단한 것은 그 작은 내용 속에서도 끊임없이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만한 아이디어가 각 장면마다 속출한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이 없었다면 그리고 배우들의 몸짓이 별로였다면, '내용이 부실한 작품'이 되었겠지만, 다행히도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재밌고 볼만한 작품'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라면, 역시 야생에서 자란 사람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야생소년 역의 진선규 씨이다.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얼굴에서 드러나는 나이가 부담스럽긴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을 이 역할을 그렇게 잘 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게다. 다만 이 분의 노래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가장 큰 웃음을 줬던 병사 2를 연기한 이재준 씨, 노래로는 배우 중에서 가장 나은 것 같았던 조현식 씨도 기억할만한 분들이다.
'아카펠라 뮤지컬'이라고 떡하니 명시하는 바람에 노래가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다른 작품보다 딱히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 '딱 이거!'라 할만한 대표 넘버가 없는 점은 짚어야겠지만, 그 부분에서는 '밑바닥에서'나 이 작품이나 마찬가지일 듯 하다.
사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 10분 간의 마무리였다. 해피엔딩을 이끌어내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 때문에 그 전까지 보통 뮤지컬이었던 작품이 그 때부터 아동 뮤지컬로 바뀌더라. 그 덕에 새로운 시도로 보였던 '이야기 소녀'의 존재마저 뽀미언니스럽게 바뀌지 않았던가. 포지셔닝을 좀더 확실하게 해야할 것 같다. '아동'을 떼어버리고 좀더 탄탄하게 만들면서, 배우들의 힘만으로 만들어가는 작품이라고 하면 더 좋지 않을까?

'마음에 쫓긴다'라는 대사가 아직도 생각나네. 나는 무엇에 마음을 쫓기고 사는지 생각해 보았다.
배우들의 섬세한 몸짓이 만들어 주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연 이었다.
다시보고 싶은 공연이다.

야생소년의 멋진 연기와, 다른 배우들의 노래 실력과 함께 한 동작들 등
일분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이 성실하게 연기를 해준 배우들 덕분에
1 시간 30분 정도의 공연이 정말 감동과 재미로 가득했다.

야생소년이 죽을 때엔 눈물도 났고 연이의 참회의 노래엔 저절로 감동이
밀려왔다.
좋은 연극 보게 되어 기쁘지만, 군포문화센터에 혼자 온 일부 아이들때문에
조금 소란스러웠던 점은 아쉽다..

친구소개로 보게되었는데, 오랜만에 정말 좋은 공연을 본거 같아요.
내용은 단순할지 몰라도,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몸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특색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노래실력은 정말 수준급이더군요.
좋은 기회가 또 생긴다면,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입니다.

신선한 공연이었습니다.

몸으로만 만들어내는 장면 연출들이 정말 놀라울 만큼 신선했구요!

화면 전환수 들의 실력이 정말 놀랍더군요

지루하지 않은, 감동도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