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도 좋았고,

마무리 쯤 준비하신 퍼포먼스도 왕 재밌었어요.
마지막 곡 연주하실 때 다들 주섬주섬 꺼내시더니 가발을 쓰시고 연주하셨죠.
특히나 조영창 선생님은 빨간 가발을 쓰셨다는~~ㅋㅋ

그리고 에이즈 예방 및 도움을 위해 열었던 연주회라서 더 의미있었던 것 같아요.

모든 클래식 연주회가 이 공연 만큼만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면
어떤 대중가수 콘서트 못지 않게 클래식에고도 관객이 몰려들 것이다.

12명의 다국적 첼로연주자가 뿜어내는 풍성한 음의 잔치는 오케스트라가 부럽지 않았으며
스승 조영창을 향한 제자들의 신뢰와 존경,
그 제자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스승의 눈빛을 객석에서도 느낄 수가 있어
음악을 넘어선 사제간의 사랑의 콘서트여서 더욱 감동스러웠다.

에이즈 예방을 위한 콘서트라서 더욱 그러했을테지만
그가 고른 메뉴들은 부드럽고 따스했으며 희망적이어서
듣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특히 후반부에서 보여준 코믹한 연출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유쾌한 퍼포먼스였다.
1부가 끝나고 스탭들이 보면대 아래에 꺼먼 비닐 봉지를 매달아두고 나가서
대체 저걸 뭐에 쓰나 궁금해 하면서 2부가 시작되었다.
마지막 곡인 지미 헨드릭스의 페플 헤이즈를 연주하다가
갑자기 연주자들이 색색의 가발을 뒤집어쓰면서 객석에서는 폭소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연주자들이 첼로를 내려놓고는 앞으로 나와 푸쉬업과 윗몸일으키기를 하기도 하고
첼로를 든 채 무대 아래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락의 느낌을 살리려는 아이디어는 너무도 유쾌하여 모든 사람을 즐겁게 했다.
그러더니 가발을 집어던지고는 시치미를 떼고 앉아 또 연주를 계속 하였다.

앵콜곡을 세 곡이나 하였는데
007 주제가를 연주할 때는 마지막에 장난감 총까지 쏘는 애교까지 보여주었다.

이렇게 연출의 다양함을 이야기하고
정작 연주는 어땠는지 말을 안해서 미안하지만
조영창의 연주는 언제나 우리를 배반한 적이 없기에 더 말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연주자이면서 교수로 제자들을 기르는 것이 쉽지 않을 터인데
그는 그 두 가지를 행복하게 해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올해 여러개의 공연을 보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혼자 보러갔던 게 아쉬울 정도였다.
친구들을 억지로라도 데려갈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