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7.01

두산 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작 배삼식

연출 김동현

출연 도영진 박수영 이연규 민복기 백익남 성여진 주인영 최보광



우리,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우주의 노래를 듣다.

하얀 앵두









처음으로 본 과학 연극 시리즈.

주위의 추천이 참으로 은근히~ 들어왔다.



덕분에 2시간 반이라는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갔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쪽으로 왠일인지 낯익은 배우님들이 우르르~~~들어가는 걸 보고는

그쪽으로 가고픈 마음이 간절하더라... 스프링 어웨이크닝 곧 재관람 할테닷!



자그마한 흙 마당... 오래된 판자로 만든 개집. 앙상하고 울창한 개나리나무....

보기전 무대가 흙 마당...이라는 말을 먼저 들었었는데... 뭐야!

평상도 있고. 개집도 있고 개나리도 있잖아!! ㅎㅎㅎ

어릴쩍 기르던 개가 고개를 내밀고 나올 것만 같은 그 풍경이 참으로 맘에 들었다.



과학연극 이라기엔 왠지 묘한 느낌.... 정말 실험실 풍경이라도 기댔던 걸지도 모르겠다 =_=;



대신 한명 한명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가슴시린 이야기들...

웃으며 이야기하고...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고... 술주정으로 내뱉는 속내들이...

그 마음들이... 내 가슴을 시리게 파고들어 숨을 멈추게 한다.

입으로 웃으며 마음으로 울게 만들어준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람 연기도

아무렇지 않게 한명한명의 깊은 속내를 보여주는 연출도...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상처나고 아픈 그들의 마음이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처럼 서로 부대끼며 이른 봄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보여

따스한 봄햇살을 함께 기다리게 되던 간절한 마음이 생기던....



.

보기전엔 '무척' 길구나... 지루하거나 졸아버릴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먼저 했었는데

공연을 보는 내내 길게 느껴지지도 지루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오히려 참으로 마음이 아파 견디기 힘든 두시간여였다...

-마음은 아픈데 몹시 웃게 만들어주는 ;;; 바람직하거나 혹은 괴롭거나 ㅋㅋ





공연이 끝난 뒤 그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차갑도록 시리고 아픈 마음의 울림에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 그런 시간이었다.





...포스터에는 있고 본 공연에는 없는 '원백'이가 진정한 주인공? ㅋㅋㅋ





그리고...

하얀앵두란....

또 다른 의미의 '파랑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언제나 내 곁에 아무렇지 않게 흔한 모습으로 있어서...

그 중요함이나 간절함을 모르고...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것들만을 찾는...



한명한명의 배우들이 읖조리는 자신의 이야기들이

마치 내 기억속 장면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주는것처럼

생생한 생명을 지닌채 다가와서... 정말이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나 원백의 주인아저씨가 말하던 할아버지댁의 풍경은

외갓집 풍경과 너무나 같아서...

한여름 양쪽으로 통한 문을 열어두고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디딤돌 근처에 둥지를 튼 벌의 날개짓 소리...

뒷뜰 화단과 길의 경계를 위해 심어진 오래된 유리 소주병...

오래된 돌담...

살구나무와 딸기 덩쿨 . 빨간 앵두. 온갖 꽃들...



오랫만에.... 그리운 그 시간을 떠올리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번에 과학시리즈인 산소를 재미있게 봐서
이번에 하얀앵두라는 과학시리즈를 보러 갔는데
역시나 실망을 안 시키더군요..ㅎㅎ

그런데 제목에서와 같이 과연 하얀앵두라는 나무가 있을까하고
공연을 보고 집에와서 찾아보니 하얀앵두가 정말 있더군요..
다른 앵두와 달리 하얀색으로 된 앵두가 주렁주렁..

일단 이번 과학시리즈인 하얀앵두는 제가 본 산소와 같이
전반적으로 과학을 소재가 아닌거 같았어요
과학적인 얘기가 나온거는 처음에 나온 삼엽충 화석정도?!
나머지는 거의 삶과 죽음에 과한 내용 같았어요
그래서 과학시리즈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있더라고요

공연을 보다보면 중간중간 할머니가 개나리나무를 가는 모습이 있는데
전 여기서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할머니는 죽은 존재이고 개나리나무는 새로운 삶을 펼치는 걸로요
이런 것은 다른 것에서도 볼 수 있죠
키우던 진돗개가 죽은것과 그 진돗개의 새끼가 탄생한거
개나리나무의 가지치기를 한거에서 개나리꽃이 핀거 등등 으로요

거의 이번 하얀앵두는 우리 삶에 대한 내용을 담은거 같네요..
처음에 나온 삼엽충이 나오기까지의 오랜 세월에 비해서
우리 인간은 짧은 삶이지만 그 삶을 알차게 살아가는것 같은거요..

이번 연극은 참 많은 것을 전해주는거 같은데
제가 다 표현을 제대로 못 하겠네요..ㅎㅎ

그래도 정말 공연시간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눈깜짝할 새에
지나갔어요~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강추하는 공연이에요~

두산아트센터의 과학연극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하얀앵두>는 유일한 국내 창작품이자 초연인 연극입니다. 앞서 세 작품이 각기 다른 과학 분야의 복잡한 이론까지 줄줄이 나왔던 반면에 <하얀앵두>는 일상에 더 큰 비중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극 중에 화석도 등장하고 과학적인 면모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보면서 '어라? 과학연극 시리즈 맞아?'싶은 생각도 살짝 스쳐지나갑니다. 꼭 어려운 이론이 나와야 과학인 건 아닌데도 말이죠. ^^;;;

<하얀앵두>엔 강원도 산골로 이사 간 가족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한 때는 잘 나갔으나 잊혀져가는 작가, 연극배우인 그의 아내, 고등학교 2학년생 딸, 작가와 잘 아는 사이로 화석 채집을 위해 온 홀아비 지질학자와 그를 좋아하는 조교, 까칠하지만 꽃과 나무엔 선수인 이웃집 할아버지... 그리고 대형 사고를 친 전직 윤리선생님과 진짜인지 허상인지 알 수 없는 할머니 한 분이 나오죠.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공연시간도 2시간을 살짝 넘습니다.

후회나 회한 따윈 없는 인생을 살고 싶지만... 현실은 항상 후회와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이 더 크기만 합니다. 등장인물 모두 꿋꿋하고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 안엔 드러내 보이길 싫어하고 쉽사리 드러낼 수 없는 상처를 품고 있거든요. 그런 마음에 사람을 더 옹졸하게 만들고 상처 입히며 잘못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삶을 완성하는 건 상처를 받더라도 그걸 어떻게 이겨내느냐의 차이인 거 같아요. 상처 받았다고 도망가고 외면하는 건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이지만 결과적으로 그걸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경중의 차이는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의 비중이 고른 편이었어요. 이야기가 고르게 힘을 받아서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은은한 개성을 품고 있는 캐릭터들을 흡수하여 조율해나가던 노련한 배우들 덕분이었습니다. 짧지 않은 공연 시간에 자칫 지루하고 늘어질 수 있는 흐름을 완급조절해가며 무대에서 펼쳐낸 그들의 합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곽씨 아저씨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 흙, 개나리, 평상으로 채워진 단순한 원형 무대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생명과 시간의 순환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됐어요.

작가의 회상을 통해 등장한 ‘하얀앵두’와 보이진 않지만 항상 무대에 있었던 ‘원백’의 존재감은 공연을 완성하는 중요한 매듭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어찌나 자연스럽게 대하던지 정말 무대에 원백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돌아다니는 게 보이는 듯했어요. >.< 수 억 년 속에 인간의 삶이란 찰나에 불과한데도 이리도 복잡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그래도... 함께 가꿔가는 정원처럼 어울려 살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게 바로 우리네 인생이겠죠. 내가 떠난 뒤에도 꽃은 피고 시간은 흐르며 삶은 이어질 테니까요.

원백이를 조명으로 등퇴장 시키고 조명의 움직임과 밝기에 따라 기분을 알 수 있게 표현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참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졌습니다. 지질학이란 어색하고 친근하지 않은 분야였지만 그저
조금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면 그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있네요.
감사합니다. 행복하게 해주셔서~^^ 오랜만에 다시 보고싶은 작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함 (생명, 사랑, 윤회, 소통, 환경...)
기대보다 훨씬 재밌고 눈물 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