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디토 페스티벌이 뭔지 잘 몰랐는데...


관람하니깐 잘 왔다 싶더라구요.

좋았습니다~

디토 멤버 전원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약간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 나들이였는데 만족했습니다.

클래식이라는 게 오묘하다. 굉장히 대중적인 것 같으면서도, 가까이 하자고 맘먹고 보면 접근하기 어려운 철옹성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클래식 공연’이라는 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쯤으로 여겨진다.

이런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지 최근에는 어렵고 무거운 클래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많다. 이런 변화의 바람 속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연주회가 있으니 바로 앙상블 <디토(Ditto)>의 연주회이다. 올해로 3번째 시즌을 맞이한 디토는 지난 두 번의 공연에서 큰 호응을 얻은 이번에는 더 크게 일을 냈다. 이틀간 4개의 다른 주제로 연주회를 가졌다. <2009 Ditto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2009 Ditto Festival>은 <Ditto Carnival>, <Ditto Friends>, <Beethoven No.5>, <Love Song>으로 이뤄져있다. 지난 공연에서는 앙상블 디토 멤버들만 모여서 연주를 했는데, 올해에는 다른 연주자와 협연도 하고, 오케스트라도 등장하고 전체적으로 규모가 커진 느낌이다. <Ditto Friends>, <Beethoven No.5>에서는 앙상블 디토 멤버가 아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로 꾸며졌다.

<Ditto Friends>에서는 TIMF 오케스트라와 성기선 지휘자, 베이시스트 다쑨 장, 바이올리니스트 고토류가 출연했다. 각각 「스트라빈스키 : 풀치넬라 모음곡」, 「비제 : 카르멘 판타지」, 「파가니니 :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D장조, 작품6」을 연주했다.

첫 무대를 연 건 TIMF 오케스트라. 2001년에 결성된 TIMF 오케스트라는 통영국제음악회 홍보 역할을 맡고 있으며 클래식에서 현대음악까지를 아우르는 젊은 오케스트라라고 한다. 「스트라빈스키 : 풀치넬라 모음곡」은 익숙하지 않은 곡이었지만 경쾌하고 밝은 느낌이 강해서 가볍게 고개를 흔들면서 들을 수 있었다.

TIMF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난 후에는 베이시스트 다쑨 장의 무대. 그가 연주한 곡은 「비제-카르멘 판타지」다. 다쑨 장은「카르멘 판타지」를 본인이 직접 더블베이스곡으로 편곡 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더블베이스의 소리는 정말 신경 쓰지 않으면 잘 안 들리는데다가 늘 낮고 무거운 음들만 연주하다보니 자연히 ‘낮은 음만 내는 악기’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다쑨 장의 더블베이스는 높은 고음에서 더블베이스만 낼 수 있는 저음까지 보여줬다. 나는 더블베이스가 그렇게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란 거 처음 알았다. 다쑨 장의 카르멘 판타지는 정말 판타지였다.

1부가 끝나고 2부. 고토 류가 「파가니니 :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D장조, 작품6」을 연주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우리나라 무대에는 처음 선다는 고토 류. 88년 생으로 3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7살에 데뷔를 했고 이미 일본에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젊은 음악가라고 했다. 그가 연주한 파가니니의 곡을 이전에 들어본 적은 없지만, 파가니니가 워낙 기교가 뛰어나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저런 기교를 얻었다, 라는 그런 이야기를 전설처럼 갖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라고 기억하고 있다.

무대 위의 고토 류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곡을 100% 이상으로 소화 했던 것 같다. 고토 류가 무대에서 보인 그 여유로움과 듣는 것만으로도 연기하기 어렵겠다고 느끼는 곡을 아무렇지도 않게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대단해, 정말 비현실적이야! 라고 외치고 싶었다.

<Ditto Friends>에서는 단순히 멋진 연주가 아니라 악기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해서 좋았다. 작년 디토 공연을 보고서는 리차드 용재 오닐의 연주를 보고 비올라라는 악기가 저런 소리를 갖고 있었구나, 라면서 무릎을 치고 나왔는데 올해는 바이올린과 더블베이스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바이올린은 특유의 소리 때문에 별로 좋아하는 악기가 아니었는데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고, 더블베이스가 단순히 낮은 음을 내는 악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또 다른 디토 공연들과 마찬가지로 클래식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고토 류가 보여줬던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신만만한 패기 넘치는 모습이나, 다쑨 장이 새롭게 시도했던 연주는 ‘디토’라는 무대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거나 보기 힘든 무대가 아니었을까. 클래식 연주회는 선뜻 찾아가기 힘든데, 이런 무대라면 언제나 재미있고 신나게 그리고 새로운 기대감에 언제라도 쉽게 찾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디토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신청했지만
디토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멋진 콘트라베이스와 바이올린이스트가 나오긴 했지만..

담에는 출연진을 확실하게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블베이스에 다쑨 장과 바이올린에 코토 류가 보여준 연주는 오랜만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