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도둑질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인과 그 노인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 모두 다 비정상적인 삶의 모습이다. 이들이 이렇게 살게 된 이유는 그냥 그렇게 삶의 지령을 받았기 때문.

이 작품을 보기 전 작년부터 유행하던 수저론을 떠올렸다. 태어날때 물고 태어난 수저의 재질로 자신의 삶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물론 이 말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사실 나에게는 그저 수저탓을 하며 현재 자신의 비루한 삶을 합리화하는 말로 더 느껴진다. 이 극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삶은 그들이 받은 삶의 지령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저 이웃에 의존하며 놀고먹는 삶의 태도가 문제이다. 삶의 지령을 받았다거나 줄을 잘못섰다, 선을 넘었다 등 여러가지 말들로 자신들의 삶을 합리화하지만 누가 봐도 그들이 그렇게 사는 이유는 그들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들의 대화에서 여러가지 몰상식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를 풍자한다. 세명의 가족을 통해 우리 사회를 잘 비꼬았다.

노인은 정부를 뜻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조금씩 세금을 걷어(도둑질로 표현) 정부를 운영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지 혜택을 준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노력을 하던 가족에게 그에 맞는 헤택(생계유지비,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했지만,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일을 그만두면서 그 이상으로 과도한 요구(영양제, 구걸 등)를 하자 결국 돌아서고야 만다.

작가의 의도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왠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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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작:윤미현 연출:이우천 출연:오영수, 김용준, 천정하, 김장동 제작:극단 대학로극장 극장:대학로 SH아트홀 별점:★★★☆☆) 2016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다섯번째 작품이다. 티켓팅 업무의 실수로 중앙 자리에서 밀려나 하수쪽으로 착석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공연이 주로 하수쪽에서 이루어져서 중앙보다는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잘 볼 수 있었다. 전작 "우리 면회 좀 할까요?" 에서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줬던 윤미현 작가님과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의 이우천 연출님의 작품이다. 장판 하나에 의지한 채 궁핍하게 살아가는 부부와 아들이 있다. 그리고, 이웃 노인의 얘기이다. 암울한 현실과 인간 존재의 불안함과 사회 부조리를 독특하게 묘사하고 있다. 몸의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까?